[논평] 권영국 변호사에 대한 무죄판결을 환영한다!
[논 평]
권영국 변호사에 대한 무죄판결을 환영한다!
미란다원칙을 지키지 않은 경찰의 현행범인 체포는 적법절차를 위반한 ‘위법한’ 공무집행으로, 이에 항의한 변호사의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며 항의과정에서 경찰관에게 상해를 가하였다 하더라도 정당방위로서 무죄이다!
오늘 평택지원 형사3단독 윤진규 판사는, 2009. 6. 26. 일방적 정리해고에 반대하여 조합원들이 파업을 진행하고 있던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에서 민변 노동위원장 권영국 변호사가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들에 대한 경찰관의 현행범인 체포업무를 방해하고 경찰관에게 상해를 가하였다는 이유로 그에게 공무집행방해죄와 상해죄의 혐의로 기소한 검사의 공소사실(평택지원2009고단1660사건)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하였다.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2009. 6. 26. 당시 권영국 변호사는 민변 노동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노동법률전문가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평택공장 앞을 찾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공장 밖 인도에서 수 명의 조합원들이 체포이유도 고지 받지 못한 상태에서 경력(전경대원)들에게 방패로 둘러싸인 채 체포․감금당하고 있는 상황을 목격하게 되었다. 권영국 변호사는 조합원들을 체포하고 있던 경력과 경찰 현장지휘관에게 조합원을 체포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체포이유를 고지해줄 것을 십 수 차례에 걸쳐 요구하였다. 그러나 경찰 현장지휘관과 경력은 상당시간이 경과함에도 ‘수배자인지 체포영장발부자인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는 답변 외에는 조합원들에게 체포이유를 고지하지 아니하였다. 이에 권영국 변호사는 이유 고지 없는 경찰의 체포는 미란다원칙을 위반한 위법한 체포임을 지적하고 적극적 항의의 표시로서 불법체포를 수행하고 있던 경력들의 방패를 잡아당기며 항의하였다. 그러자 경찰 현장지휘관은 뒤늦게야 조합원들에게 ‘퇴거불응죄의 현행범인으로 체포하며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다’는 취지의 고지를 하고 조합원들을 연행하기 시작하였다. 권영국 변호사는 미란다 원칙 고지 이후에도 퇴거불응죄를 이유로 한 체포 역시 위법하다며 항의하였고 연행되는 조합원들에 대한 변호인 조력을 위해 이들에게 접근하려고 하였다. 그러자 경력들이 권영국 변호사를 일방적으로 방패로 밀어내고 이로 인해 충돌이 빚어졌다. 위 1차 상황이 종료된 후 권영국 변호사는 다른 조합원이 위와 동일한 방식으로 체포된 상황을 발견하고 체포이유 고지를 요구하자 경력은 경찰 현장지휘관의 지시에 따라 그 조합원을 퇴거불응죄의 현행범인으로 체포하였다. 이에 권영국 변호사는 수차에 걸쳐 변호인 접견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경찰 현장지휘관과 경력 중 누구도 변호인의 접견요구에 대해 어떠한 대답도, 안내도 하지 아니하였다. 오로지 변호사를 방패로 밀어내며 접견 자체를 봉쇄하였다. 권영국 변호사가 경찰의 무조건적인 접견 봉쇄에 항의하며 체포된 조합원을 태운 경찰호송차량 앞으로 뛰어가 변호인 접견을 거듭 요구하자 경찰 현장지휘관(유동혁 중대장)은 권영국 변호사를 공무집행방해죄로 체포․연행하였던 것이다.
위와 같이 이 사건은 사람의 신체를 구속하는 체포업무를 수행하는 경찰이 미란다원칙 미고지 등 적법절차를 위반한 현행범인 체포행위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처음부터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었던 사안이었다. 게다가 설령 권영국 변호사가 경찰의 불법체포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경찰에게 상해를 입혔다고 가정하더라도 체포이유 고지 등 미란다원칙의 준수를 요구하며 항의한 행위는 타인의 신체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정당방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어 죄가 성립되지 아니한다. 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위 두 가지 점을 분명하게 확인해준 것이다.
반면 이 사건을 기소한 검사는 경찰의 불법체포를 ‘적법한’ 공무집행으로, 불법체포 상태를 해소할 목적으로 경력의 방패를 잡아당긴 변호사의 행위를 경찰의 적법한 공무집행을 방해한 폭력행위로 둔갑시켜 무리한 기소를 강행하였고, 결국 경찰의 위법행위를 두둔하였다. 검사는 적법절차를 위반한 경찰의 행위나 그로 인한 인권침해상황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는데 아무런 관심도 갖지 아니하였고 이 사건 기소를 통해 공권력의 행사가 어떤 성격을 갖는 것이든 ‘감히’ 자신과 유사한 공권력에 대항하게 되면 변호사라고 하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받을 것이라는 본보기로 삼으려 하였다. 검찰은 헌법에 왜 적법절차 조항이 존재하는지, 개인이 갖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에 대한 국가의 보장의무 조항은 도대체 왜 존재하는지 공부하길 바란다. 그래야 국민에 대한 공권력의 남용과 인권침해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 모임은 1년 이상의 길고 긴 재판을 통해 검사의 ‘내 식구 감싸기식 편향적 기소’의 잘못을 바로잡고 신체의 체포․구속 시 준수하여야 할 적법절차란 그 누구도 침해해서는 아니 되는, 절대적인 헌법상의 가치임을 환기시켜 준 윤진규 판사의 판결을 크게 환영하는 바이다.
2011년 10월 2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 장 김 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