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한국 전쟁 당시 국민보도연맹 사건에 대한 국가 배상 판결을 환영한다
[논 평]
한국 전쟁 당시 국민보도연맹 사건에 대한 국가 배상 판결을 환영한다
대법원은 2011. 6. 30. 한국전쟁 당시 군인과 경찰에 의해 불법으로 구금되고 잔혹하게 살해된 울산지역 국민보도연맹원 희생자들의 유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고 국가배상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전시에 적법절차 없이 민간인을 학살한 공권력에 대하여 위법성을 인정했을 뿐 아니라, 처형자명부 등을 3급 비밀로 지정함으로써 진상을 은폐한 국가가 이제 와서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며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함으로써, 법원 역사상 최초로 한국 전쟁 민간인 학살에 대하여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다.
한국전쟁 당사자인 이승만 정권 하에서는 진상규명 활동이 사실상 불가능했고, 4. 19. 혁명 이후 잠시 진상규명이 이루어지는 듯 했으나 다시 5. 16. 쿠데타 정부가 들어서면서 오히려 쿠데타 정부는 진상을 은폐하고 진상규명 활동을 반국가행위로 보고 「특수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법」 등으로 유족들을 구속, 재판하면서 사실상 진상규명 활동은 중단되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법원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무시하고, 한국 전쟁 민간인 학살에 대하여 국가의 소멸시효 주장을 받아들여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대법원은 ‘전쟁이나 내란 등에의하여 조성된 위난의 시기에 개인에 대하여 국가기관이 조직을 통하여 집단적으로 자행한, 또는 국가권력의 비호나 묵인 하에 조직적으로 자행된 기본권침해에 대한 구제는 통상의 법절차에 의하여서는 사실상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국가의 소멸시효 항변을 배척하였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는 활동 종료 직전까지 한국 전쟁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 활동을 전개해 왔고, 그 결과 전국 각지에 수 많은 피해자들이 전쟁 당시 무고하게 학살되었음을 확인하였다. 비록 수 십년이 지난 사건이지만 진실화해위원회에서 확인한 우리의 아픈 역사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되고, 이제라도 무고하게 희생된 분들을 위로하고 따뜻하게 보담아야 할 것이다.
당장에 국민보도연맹 관련 사건들을 담당하거나 담당할 여러 하급심 법원들은 이번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십분 살려서 더 이상 유족들을 두 번 죽이는 냉혹한 판결을 해서는 안된다. 또한 정부가 성급히 진실화해위원회의 활동을 종료하는 바람에 아직까지 진상규명을 받지 못한 희생자들이 전국에 많이 흩어져 있으므로, 정부는 이 분들에 대한 진상규명도 조속히 재개하여야 한다. 또한 본 사건의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오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소송이 아니라, 정부와 국회가 적극적으로 수 십년간 전쟁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희생자들과 피해자들을 배상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할 것을 간곡히 촉구한다.
2011년 7월 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
위원장 이 상 희(직인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