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치졸한 시민단체 길들이기에 쐐기를 박다

2009-12-11 173

[논 평]


 


치졸한 시민단체 길들이기에 쐐기를 박다


 


어제 서울행정법원은 의미있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정부는 2008년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이른바 ‘불법시위’를 주최·주도하거나 적극 참여한 단체에 대해서는 정부 보조금을 줄 수 없다는 방침을 세우고 자의적 기준에 따라 시민단체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취소하거나 중단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보조금 지급이 취소된 여러 단체가 소송을 제기하였고 그 중 어제 있었던 첫 번째 선고에서 법원이 단체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여 승소 판결을 내린 것이다.


  한국여성의 전화」는 2009. 3.경 여성부와 ‘데이트 폭력 예방 및 근절을 위한 교육·홍보 사업’과 관련하여 여성부 공동협력사업 지원단체로 선정되었다. 그런데 여성부는 돌연 위 단체가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연대단체로 등재되어 있다는 이유로 불법시위에 적극 참여하거나 보조금을 불법시위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확인서 제출을 요구하였고, 단체가 이를 거부하자 이를 이유로 협력사업 지원단체 결정을 취소하고 이에 따라 보조금 지급도 취소되었다.


  정부는 ‘법치주의’를 약방의 감초처럼 언급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마치 법 밖에 존재하는 것처럼 행동하여 왔다. 목적을 위해서는 정당한 수단이 아니더라도 일단 해놓고 보자는 식의 논리에 빠져 있다. 그간 공익적 사업의 지원을 위해 시민단체들에게 지급하던 보조금을 옥좨기의 수단으로 삼았다는 것 자체가 시민단체의 열악한 사정을 이용한 치졸한 행위였다. 더욱 큰 문제는 2008년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정부가 각종 단체가 정부의 발목을 잡는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힌채 단체를 압박하고 길들이려고 할 뿐 어떠한 소통도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판결은 정부가 구체적 사실적 근거도, 법적 근거도 없이 일방적인 처분을 하여 왔음을 분명히 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여성의 전화]의 경우도 정부가 이 단체가 불법시위단체라고 단정한 근거는 2009. 2.경 경찰청이 작성한 ‘08년 폭력시위 관련단체 현황 통보’ 밖에는 없었으며 소송 과정에서도 정부는 다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였다. 위 경찰청 리스트는 국회의원 사무실, 정당, 국제영화제, 한국기자협회도 불법시위단체로 지목하고 있을만큼 자의적인 것이었다.


  또한 법원이 “정부가 관련 법규에 의해 보조금 교부를 결정하면서 붙일 수 있는 조건은 ‘법령과 예산이 정하는 보조금 교부 목적을 달성함에 필요한 것’일 뿐”이라며 “보조금 교부목적 달성과는 무관하게 보조금을 지급받을 단체의 성격과 활동내용을 문제삼아 불법 시위단체가 아니라는 취지의 확인서를 제출할 의무를 교부조건으로 붙일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도 의미가 크다. 보조금을 주면서 법적 근거도 없이 이를 매개로 단체의 활동을 통제하려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본적 원칙을 훼손한 것이라는 선언인 것이다.


  정부는 이번 판결을 깊이 되새겨 이제라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수단은 어떠해도 상관없다는 발상을 버리고 시민사회단체를 소통의 상대로 인정해야 한다. 이미 정부의 일방 질주에 대한 제동은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정연주 사장 해임이나 YTN 사건에서도 이는 확인된 바 있고, 어제 판결에 따라 남아 있는 같은 내용의 보조금 관련 소송에서도 보조금 취소의 위법성이 속속 확인될 것이다. 전교조나 공무원노조에 대한 무차별 징계도 이와 전혀 다를 바 없다.


  우리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2010년도 행안부 비영리민간단체지원사업이나 다른 행정부처,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지급이 불법시위 참여단체라는 명목으로 취소되는 사태가 중단되어야 함을 촉구한다. 나아가 이를 분명히 하기 위하여 차후 손해배상 소송 등 가능한 법적 대응을 계속할 것이다.


   


2009월 12월 11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 장 백 승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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