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파업의 정당성을 지지하며
파업유도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법률가선언
지난 11월 26일부터 12월 3일까지 8일간 진행된 민주노총 전국운수산업노동조합 철도본부(이하 ‘철도노조’라 함)의 파업에 대하여, 검찰은 조합간부 6명에 대하여 업무방해죄를 적용하여 구속영장을 청구하였고, 법원은 이 중 4명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기각하였으나, 노조 본부장과 수석부본부장 등 2명에 대하여는 구속결정을 내린 바 있다.
대학에서 법학을 가르치는 학자로서, 법률과 특히 노동법에 관심을 갖고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 노무사로서, 또한 법률가 출신으로 실제 입법활동을 진행하는 국회의원으로서, 우리들은, 대한민국의 법을 집행하는 검찰이 형법상의 업무방해죄를 확대해석하여 헌법상에 보장된 노동자들의 권리를 제한하고 노동자들을 구속하는 등 현재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을 지켜보면서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금번 선언에 참가하는 법률가들은, 철도공사가 기존의 임금체계와 단체협약 등에 대한 전면적인 개악을 요구하며 밀어붙이기로 일관하였으며 급기야 단체협약에 대한 일방적인 해지통보까지 행하여 노사관계를 극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과정에서 이번 철도노동자들의 파업이 발생한 것으로, 이번 파업은 노동자들이 스스로의 근로조건과 생존권을 지키고, 단결체인 노동조합을 유지하기 위한 방어적·대항적인 목적에서 이루어진 파업으로서 목적상 지극히 정당한 파업이었음을 확인한다. 또한 파업의 방법과 절차에 있어서도 제반 노동관계법을 준수하였음은 물론 파업과정에서 어떠한 폭력·파괴행위도 없이 진행된 너무나 합법적인 파업이었음을 명확히 확인한다.
특히 최근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살펴보면, 철도공사가 임단협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구상하면서 단협해지를 통보하는 방법으로 노동조합을 압박하여 사실상 철도노동자들의 파업을 유도한 사실이 확인되기까지 하였다. 즉, 이번 파업은 사용자에 의하여 다른 선택을 할 수 없도록 벼랑 끝에 내몰린 철도 노동자들이 취한 정당한 자기 방어행위로서의 성격을 가진다고 할 것이다.
금번 철도노조의 파업과 같이 평화적이고 소극적인 노무거부의 방식으로 행하여진 파업에 대하여 업무방해죄를 무리하게 적용하는 것은 노사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지나친 법적용이라는 비판론이 존재하고, 나아가 유엔 산하 노사정 기구인 국제노동기구(ILO)와 유엔 사회권위원회에서도 이미 우리 정부에 대하여 노동자의 파업권을 업무방해죄를 적용하여 제한하는 것에 대한 여러 차례 시정 권고를 한 바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검찰의 무리한 수사태도와 이를 일부 받아들인 법원의 결정은 납득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이에 금번 선언에 참가하는 법률가들은 사용자와 정부, 사법부 및 국회에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하나, 철도공사는 정당한 파업에 참가하였다는 것을 이유로 조합간부 및 조합원들에게 행하고 있는 각종의 고소고발과 직위해제 및 징계, 손해배상 및 가압류 등과 조합원 탄압 등의 부당노동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노사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단체협약 해지통보를 취소하고 단체교섭에 성실히 임할 것을 요구한다.
하나, 정부는 소위 공공기관 선진화라는 미명하에 실제로는 공공기관 노동자들에 대한 구조조정과 임금 및 단협 전면 개악을 요구하는 등 실질적으로 공공부문의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는 정책을 수립한 후 이를 각 공공기관에 일방적으로 강제하였던 것이 철도의 노사관계를 악화시켰던 원인들 중에 하나임을 인식하고, 공공기관의 노사관계에 있어서 노사 자율의 원칙을 확인하여 정부의 불개입 원칙을 준수하던지 또는 직접 적극적인 역할을 행하고자 한다면 성실한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다할 것을 요구한다.
하나, 정부와 검찰은 철도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을 불법으로 호도하면서 공권력을 남용하여 철도노동자들을 탄압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단협해지를 통하여 파업을 유도하고 조합원에 대한 탈퇴압력을 행사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행한 철도공사의 경영진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
하나, 사법부는 형법상 업무방해죄라는 죄목으로 더 이상 헌법상 보장된 노동자들의 단체행동권이 무분별하게 침해받지 않도록 철도 노동자들의 파업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사회정의에 맞는 판결을 내려줄 것을 요구한다.
하나, 국회는 철도공사가 행한 사실상의 파업유도 행위에 대한 국정조사권을 발동하여 철저한 진상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
이와 같은 요구를 담아 이번 선언에 참여하는 법률가들은,
헌법 및 노동관계법을 준수하면서 정당한 파업을 진행하였던 철도 노동자들의 권리가 더 이상 침해되지 않도록 “철도공사 및 공권력의 탄압(각종의 형사사건,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및 가압류, 부당한 인사 및 징계권 남용행위 등)에 맞서 공동으로 법률대리인단을 구성하는 등의 방법으로 철도 노동자들에 대한 적극적인 법률 지원활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고, “파업 복귀 이후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당한 탄압행위에 대하여 진상조사 활동을 진행할 것”이며, 또한 “업무방해죄를 확대 적용하여 노동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입법 및 제도개선 활동을 진행할 것”을 다짐한다.
형법상의 업무방해죄가 확대적용되어 마치 헌법상 보장된 노동권 위에 군림하는 것과 같은 지금의 행태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다시 한 번 요구한다.
2009. 12. 21.
철도 파업의 정당성을 지지하며 파업유도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법률가 선언 참가자 일동 (총 289명)
[학 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장 서경석을 포함한 68명
강경선(방송대), 고영남(인제대), 곽노현(방송대), 김 욱(서남대), 김광수(서강대),
김도균(서울대), 김도현(동국대), 김명연(상지대), 김민배(인하대), 김선광(원광대),
김승환(전북대), 김인재(인하대), 김제완(고려대), 김종서(배제대), 김홍영(성균관대),
김희성(강원대), 문병효(강원대), 문준영(부산대), 박병도(건국대), 박병섭(상지대),
박상식(경상대), 박승룡(방송대), 박지현(인제대), 박홍규(영남대), 백좌흠(경상대),
서경석(인하대), 석인선(이화여대), 선정원(명지대), 송강직(동아대), 송기춘(전북대),
송문호(전북대), 송석윤(서울대), 안 진(전남대), 엄순영(경상대), 오동석(아주대),
오병두(홍익대), 윤영철(한남대), 이경주(인하대), 이계수(건국대), 이동승(상지대),
이상명(순천향대), 이상수(서강대), 이원우(서울대), 이원희(아주대), 이은희(충북대),
이재승(건국대), 이준형(중앙대), 이창호(경상대), 이호중(서강대), 임미원(한양대),
임재홍(영남대), 장덕조(서강대), 전윤구(경기대), 정경수(숙명여대), 정병덕(영산대),
정태욱(인하대), 조 국(서울대), 조경배(순천향대), 조상균(전남대), 조승현(방송대),
조시현(건국대), 조용만(건국대), 조우영(경상대), 조임영(영남대), 최정학(방송대),
최철영(대구대), 최홍엽(조선대), 한상희(건국대)
[변호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 백승헌, 국회의원 송영길, 국회의원 이정희, 국회의원 천정배를 포함한 변호사 107명
강기탁, 강동우, 강문대, 강상현, 강영구, 강호민, 고윤덕, 고재환, 고지환, 권두섭,
권성중, 권숙권, 권영국, 김 린, 김 진, 김갑배, 김준현, 김경호, 김기덕, 김남준,
김도형, 김선수, 김수정, 김연수, 김영기, 김외숙, 김장식, 김진국, 김태욱, 김학웅,
김한주, 도재형, 류제성, 마상미, 맹주천, 문한성, 민경한, 박 훈, 박성철, 박수근,
박숙란, 방정환, 백승헌, 변영철, 서보열, 서상범, 서선영, 설창일, 송기호, 송상교,
송영길, 송영섭, 신인수, 심재환, 여연심, 오윤식, 오정민, 윤인섭, 우지연, 윤지영,
이 혁, 이경우, 이덕우, 이민종, 이상희, 이오영, 이원재, 이인호, 이정희, 이재정,
이재호, 이정근, 이정택, 이종호, 장경욱, 장동환, 장석대, 장은혜, 장홍록, 전영식,
전해철, 전형배, 정기호, 정연순, 정병욱, 정재성, 정정훈, 정주석, 정채웅, 정판희,
정현우, 조수진, 조영보, 조영선, 조현주, 차혜령, 천낙붕, 천정배, 최성주, 최성호,
최용석, 최현오, 탁경국, 한경수, 한택근, 황민호, 황희석
[공인노무사] 노동인권실현을위한노무사모임 회장 장혜진을 포함한 노무사 114명
강경모, 강대훈, 강두용, 강민주, 강재민, 강정국, 고경섭, 고관홍, 구동훈, 권동희,
권오훈, 권태용, 김기범, 김남수, 김미영, 김 민, 김민아, 김민호, 김성진, 김세종,
김세희, 김수정, 김 영, 김영미, 김용주, 김은복, 김재광, 김재민, 김종진, 김지혜,
김철우, 김철희, 김학진, 김현호, 김혜선, 남우근, 박경수, 박문순, 박민정, 박선희,
박성우, 박윤진, 박재홍, 박종근, 박종남, 박주영, 박현희, 배동산, 배현의, 서종식,
성명애, 손경미, 신명근, 신은정, 신지심, 양 현, 유명환, 유상철, 유성규, 윤대원,
윤선호, 윤성봉, 윤성환, 윤여림, 윤 훈, 이경호, 이민규, 이병훈, 이보경, 이상미,
이상철, 이석진, 이선이, 이수정, 이수현, 이승현, 이영록, 이오표, 이유민, 이인찬,
이장우, 이종란, 이종인, 이지환, 이태진, 이현중, 이혜수, 장영석, 장혜진, 전선미,
정명아, 정상욱, 정송도, 정유진, 정윤각, 정해명, 정혜자, 조광복, 조명심, 조정미,
조제희, 조형래, 주용종, 최기일, 최승현, 최영연, 최영주, 최지복, 최진협, 하윤성,
하태현, 한태현, 황규수, 황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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