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의 광우병 수사, 법적 문제 많다

2008-05-16 211







경찰의 광우병 수사, 법적 문제 많다


– 말도 안되는 억지 법적용




‘괴담’을 유포해 사회를 혼란하게 한 죄는 처벌되나?




광우병 괴담 수사가 현실화되고 있다. 경찰과 검찰이 연일 언론에 흘리는 말을 들어보면, ①‘대통령이 독도를 일본에 팔았다’는 등의 글 유포나 대통령에 대한 탄핵서명을 제안한 네티즌의 행위는 명예훼손죄에, ②이른바 광우병 괴담을 인터넷 등에 퍼뜨리는 것은 전기통신기본법 위반죄(허위사실유포)에, ③17일 동맹휴교 문자메세지 발송은 학교 등에 대한 업무방해죄에 해당하고, ④촛불집회는 미신고집회로써 불법집회이므로 집회 주최자는 집시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형법책을 한번이라도 읽은 사람이라면 위와 같은 법 적용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억지 끼워맞추기인가를 안다. 경찰과 검찰 스스로도 무리한 법적용이며, 실제 기소조차 어렵거나 법원에서 무죄판결이 나올 것임을 잘 알고 있으리라. 제발 정권 눈치보기에 법적 지식까지 왜곡하는 일을 그만두기를. 다른 것 다 떠나서 법적으로 한번 따져보자.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죄?




‘대통령이 독도를 일본에 팔아넘겼다’는 인터넷 글이나 ‘이명박 대통령의 탄핵을 제안’하는 글을 인터넷에 쓰는 것이 과연 명예훼손이 될까? 현재 수사기관이 적용하려는 조항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이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벌칙) ①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연히 허위의 사실을 적시하여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③제1항 및 제2항의 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명예훼손죄는 진실을 말해도 성립하지만 대개는 허위사실을 말한 경우에 성립한다. 적시한 내용이 사실일 경우는 ‘비방할 목적’ 자체가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적시된 내용이 적어도 이를 접한 일반인이 사실로 오인할 정도의 수준에 이르러야 한다는 것이다. 평균적인 사람이라면 누가 봐도 진지하게 받아들일 정도의 내용이 아닌 농담 또는 장난으로 여겨지는 정도의 말이라면 이미 명예훼손죄가 될 수가 없다. ‘대통령이 독도를 팔아넘겼다’는 글의 경우 그 자체로 현실성이 없는 것이어서 일반인이 이를 사실로 오인할 가능성조차 없는 것이다. 즉, 명예훼손의 가능성이 없으므로 처벌의 필요성 자체가 없는 경우이다.




한편, 대통령의 탄핵을 제안하는 것은 쇠고기 협상에 대한 정책적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는 정치적 의사표시행위이다. 대통령 탄핵은 엄연히 헌법에 규정된 법적 제도이다. 이를 두고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을 가진 행위라고 보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이것이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면, 2004년을 뜨겁게 달구었던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하였던 국회의원과 언론은 모두 명예훼손죄로 함께 수사하여야 한다. 아직 공소시효도 남아있으니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명예훼손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기소할 수 없는 이른바 반의사불벌죄라는 점이다. 반드시 고소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실무상 고소가 있어야 수사가 시작되고 수사기관은 기소 전에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는지 의견을 들어 그 의견에 따라 기소여부를 결정한다. 명예훼손죄로 수사하려거든 대통령 본인이 먼저 처벌을 원한다는 의사를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밝히고 직접 고소를 하여야 마땅하다. 당사자의 고소도 없는데 수사기관이 먼저 나서서 명예훼손 운운하는 것은 수사의 정도를 벗어난 것이다.




광우병 괴담 유포는 사회를 불안케 하는 심각한 범죄?




임채진 검찰총장은 5월 7일 ‘전국 민생침해사범 전담 부장검사 회의’에서 “거짓과 과장된 정보를 인터넷에 유포함으로써 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를 왜곡해 사회 전반에 불신을 부추기는 것은 심각한 범죄”라고 수사의지를 밝혔다. 검찰이 검토하고 있다는 심각한 범죄란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조항이다. 살펴보자.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벌칙) ①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자기 또는 타인에게 이익을 주거나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는 3년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위 조항으로 처벌하려면 글쓴 자가 ‘공익을 해할 목적’을 가지고 글을 썼다는 것을 수사기관이 입증하여야 한다. 수사기관은 광우병 논란이 사회를 혼란시키려는 좌파의 조직적 사주에 의하여 이루어졌다고 마음 속으로 믿고 있는 듯하다. 광우병과 완전 수입개방의 위험성을 우려하는 것은 정반대로 누가 보더라도 지극히 국가와 사회, 건강을 걱정하는 의사표시이다. 수사기관이 수많은 네티즌이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글을 썼다고 주장하는 것이야 자유이지만, 법적 영역에서 보자면 이는 100% 입증불가능하고 100% 기각될 헛수고에 불과하다.




나아가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라는 요건은 형사처벌조항임에도 매우 추상적이고 수사기관의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규정으로써 위헌성이 큰 악법조항이다. 과거 구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는 “전기통신을 이용하는 자는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 내용의 통신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였는데, 헌법재판소는 위 규정이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의 판단 내용을 살펴보자.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입법에 있어서 명확성의 원칙은 특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무엇이 금지되는 표현인지가 불명확한 경우에, 자신이 행하고자 하는 표현이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확신이 없는 기본권주체는 대체로 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해서 표현행위를 스스로 억제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법률은 규제되는 표현의 개념을 세밀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것이 헌법적으로 요구된다. 그런데,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이라는 불온통신의 개념은 너무나 불명확하고 애매하다. 여기서의 “공공의 안녕질서”는 위 헌법 제37조 제2항의 “국가의 안전보장ㆍ질서유지”와, “미풍양속”은 헌법 제21조 제4항의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와 비교하여 볼 때 동어반복이라 해도 좋을 정도로 전혀 구체화되어 있지 아니하다. 이처럼, “공공의 안녕질서”, “미풍양속”은 매우 추상적인 개념이어서 어떠한 표현행위가 과연 “공공의 안녕질서”나 “미풍양속”을 해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관한 판단은 사람마다의 가치관, 윤리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고, 법집행자의 통상적 해석을 통하여 그 의미내용을 객관적으로 확정하기도 어렵다“(헌법재판소 2002. 6. 27. 99헌마480 전원재판부)




위헌결정 이후로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은 불온통신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식으로 바뀌었는데, 이번 광우병 관련 통신내용은 그 중 어떤 것에도 해당하지 않음은 물론이다.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는 이미 위헌결정이 내려진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미풍양속을 해하는’보다 더욱 추상적인 조항으로써 위헌성이 더욱 크다. 수사기관은 이 조항을 근거로 형사처벌하는 것 자체가 위헌적인 것임을 알아야 한다.




수사기관은 광우병과 관련한 많은 네티즌의 말들이 허위라고 무슨 근거로 단정을 하는가. 약간의 과장이 있을 수 있으나 광우병의 위험성과 전파경로에 관한 이야기들은 지금도 논란이 진행중인 것이고, 그들 대부분은 나름의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아직 검증이 100%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네티즌이 나름의 정보를 가지고 주장하는 것은 법적으로는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할 수 없고 위법성도 없어 처벌 불가능하다.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는 여기서도 적용된다.




‘17일 휴교’ 문자메세지가 학교 등에 대한 업무방해죄가 되나?




형법 제314조 제1항은 “허위의 사실을 유포하거나 기타 위계의 방법 또는 위력으로써 사람의 업무를 방해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업무방해죄를 규정한다.




단순한 의견이나 가치판단의 표명은 허위사실의 유포에 해당하지 않아 업무방해가 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이다. 문제된 문자란 고작 자발적인 휴업을 제안하는 의견의 표명에 불과한 것이어서 법적으로 허위사실의 유포에 해당하지 않는다. 학생 다수가 위세를 보여 수업을 방해한 적도 없으므로 위력으로 업무를 방해하였다고도 볼 수 없다. 문자를 돌리는 수준에서는 학교의 업무가 방해될 가능성조차 없는 것이어서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 이런 식이라면 몇 명의 학생들이 학교가기 싫어 함께 수업빠지고 놀러간 경우도 모두 업무방해죄가 되어야 한다. 업무방해죄를 적용할 생각을 떠올린 수사기관의 창의력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촛불집회는 미신고집회이므로 주동자는 처벌되어야 한다?




경찰은 촛불집회가 문화제라고 하다가 나중에는 정치적 발언들이 나오니 더 이상 문화제가 아닌 집회라면서 미신고집회를 처벌하겠다고 한다. 왜 스스로 문화제라고 하였다가 말을 바꾸는가. 경찰 스스로도 문화제와 집회의 구별기준이 없다고 인정한 바 있다. 그런데, 경찰이 마음대로 문화제와 집회를 구별하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촛불집회는 이미 오랜 기간 문화와 주장이 함께 어우러진 독자적인 문화로써 자리잡아온 것이다. 왜 이제와서 관행에도 어긋나게 신고를 요구하는 것인가.




우리는 여기서 좀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헌법에 엄연히 집회결사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다. 따라서, 경찰이 어떤 방식으로든 집회 허용 여부를 사전에 심사하고 허가하는 것은 위헌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지금까지 모든 집회를 경찰에 사전신고해야 하고 경찰이 그 집회의 내용을 심사하여 금지통고할 수 있으며 신고하지 않은 집회는 그 이유만으로 처벌하도록 하는 위헌적인 제도를 그대로 용인하고 있는가.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생각해보라. 이번 촛불집회는 그 자체로도 각본없는 드라마였다. 집회는 전적으로 자발적인 참여자의 자유발언과 문화공연으로 채워졌고, 집회 주최측은 오로지 집회장소를 설치하고 발언순서를 조율할 뿐이었다. 어떠한 폭력도 없었고 교통방해도 없었으며, 무엇보다 너무 재미있었다. 이런 집회문화는 세계 어느 곳에도 내놓고 자랑하고 싶은 가장 높은 수준의 집회문화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한번이라도 집회에 참석하여 본 사람은 그 감동을 깊숙이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촛불집회가 미신고집회이므로 처벌받아야 할 불법집회이고, 그 집회에 참석한 사람도 불법행위의 공범이라는 것이 현행법이다. 이것이 과연 상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결론인가. 근본적으로 국민의 의사표현을 가로막는 집시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정부는 군사정권 시대 유물인 ‘유언비어 날조?유포죄’와 같은 처벌규정을 다시 만들어 떠드는 사람들을 모두 처벌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게 없으니 지금처럼 법적으로 전혀 말도 되지 않는 억지 법적용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 국민의 저항이 국민의 귀와 입을 막은 것으로부터 시작되었고, 이를 막으려는 수사는 그 저항에 오히려 불을 붙이는 것임을 깊이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2008. 5. 16.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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