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의 공공성 훼손 대법원판결 비판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7일 오후 학교법인 상지학원의 전 이사장 등이 ‘임시이사들이 종전 이사인 자신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이사를 선임한 이사회결의는 무효’라면서 학교법인 상지학원을 상대로 제기한 이사회결의무효확인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대법관 8대5의 의견으로 ‘교육인적자원부장관에 의하여 선임된 임시이사의 권한과 의무는 이사회에서 선임되어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취임승인을 한 소위 정식이사와 동일하다’고 한 종래 대법원 판례(2005. 4. 16.자 2005마53 결정)를 변경하면서 학교법인 상지학원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대법원은 사학의 설립 및 운영의 자유가 헌법 제10조(일반적 행동의 자유), 제31조 제1항(교육받을 권리), 제31조 제4항(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에 따라 인정될 수 있으며, 위 헌법정신에 따라 제정된 사립학교법 제1조는 사학의 특수성, 자주성, 공공성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사학의 자주성은 공공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존중돼야 한다고 설시하면서, 학교법인 설립자가 선임하고, 그 이후 그들에 의해 순차적으로 선임된 이사들이 학교법인의 자주성과 정체성을 대변할 지위에 있으므로, 임시이사의 선임사유가 해소된 경우, 자신이 정이사로서의 지위를 회복하는지 여부 또는 스스로 새로운 정이사를 선임할 권한이 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학교법인의 설립 목적을 구현함에 적절한 정이사를 선임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설시는 스스로 논리 모순에 빠져 있는 바, 임시이사 선임 이전의 이사들은 비리를 저질러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사학의 공공성을 훼손한 자들이다. 판결문이 앞에서 설시한 대로 사학의 자주성은 공공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정되는 것이므로 사학을 사유재산처럼 농단하여 추악한 비리를 저지른 자들은 사학의 자주성이나 정체성을 대변할 지위에 있지 않다고 할 것이다.
더욱이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학교법인에 재산을 출연한 자의 영리 목적이나 정치적 목적에 의해 침해될 수도 있으므로, 헌법 제31조에서 직접 사학 설립 및 운영의 자유가 도출된다고 본 것도 잘못이다.
비록 2005. 12. 29. 개정된 사립학교법 제25조의3(임시이사가 선임된 학교법인의 정상화)가 관할청이 임시이사를 해임하고 이사를 선임할 때, 상당한 재산을 출연한 자, 학교발전에 기여한 자 등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규정하였다고 하더라도, 사학의 공공성을 훼손하여 관할청에 의해 해임(임원취임승인취소)된 전임 이사들이 위와 같이 단지 의견을 제시할 권한이 있다는 점만을 들어 정이사 선임에 관하여 법률상의 이해관계를 가진다고 확대 해석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더구나 이사 전원을 해임(임원취임승인취소)하고 임시이사만으로 구성한 임시이사 체제는 비록 재산을 출연하거나 학교발전에 기여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비리의 정도가 사학의 공공성을 완전히 훼손하고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만한 중대한 하자가 인정되는 경우로서 구 이사들의 사학 운영권을 박탈하는 처분인 것이다. 이 경우 임시이사들은 학교법인의 정상화를 위하여 정이사의 선임 등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할 것이다.
사학의 자주성이나 정체성은 그 건학이념과 건학이념을 체화한 정관에 의해서 구현되는 것이지, 재산을 출연한 자나 그 상속인의 개인적 의사에 의해서 체화되는 것이 아니다. 더욱이 비리를 저질러 사학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없는 상황에 빠뜨렸던 비리 당사자들에게 다시 운영권을 넘겨야 한다는 주장은 사학의 공공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논리에 다름 아니다.
이번 대법원 전원합의체판결은 그 동안 끊임없이 문제되어 온 비리․부정과의 단절을 통해 사학의 진정한 자주성을 확보하고자 했던 학교법인의 관계자, 교수, 학생 등 많은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안겨 주었을 뿐만 아니라 사학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에게도 크나큰 절망감을 안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