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FTA저지 철야농성 돌입해

2007-03-30 203

“이 비극, 노대통령은 책임질수없다”

“돌이킬 수 없는 비극 한미FTA – 노대통령은 책임질 수 없다”

한미FTA 협상의 막바지에 이른 지금 우리는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도대체 무슨 협상이 이런가. 정부가 한국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던 요구사항은 이미 그 모두를 포기하였고, TPA 때문에 미국이 정한 ‘협상시한’에 쫓겨 그동안 협상 대상도 아니었던 쌀과 쇠고기까지 내주게 될 상황이 되어버렸다. 최대 혜택산업이 될 것이라는 자동차 산업 분야 및 섬유부문에 있어서의 관세 철폐 약속은 받아내지도 못하고, 섬유부문에서의 원사기준 원산지인정 배제나 전문인력 비자 쿼터 제도는 더 이상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외국 제품에 대해 장벽을 두지 않고 자국 제품과 똑같이 경쟁하게 한다는 ‘자유 무역’의 정신은 간 데 없고, 이제 미국 자동차를 위해서 우리나라 자동차들에 대한 기존 세제까지 모두 바꾸고 ‘미국식 표준’을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협상을 진행하는 태도는 또 어떠한가. 걱정하는 사람들에게는 “뭘 모르면서 비판하지 말라”고 하면서, 그럼 협상 내용을 알려달라면 “공개할 수 없다”고 말 허리를 싹둑 자른다. 단식으로 항의하는 사람들에게는 “왜 막바지에 와서 이러냐”며 정치쇼로 치부해버린다. 수십 억 혈세를 들여 정부입장을 강변하는 방송·신문 광고는 “반대하는 자는 경쟁을 두려워하는 것”이라는 일방적 매도 외에 납득할 만한 설명이라고는 없다. 투자자 국가 제소권은 일반적인 무역 협정에 다 있는 내용이라고 주장하면서도 한미 FTA의 그것과 다른 점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다. 협정을 위반하지 않더라도 상대국가를 제소할 수 있는 비위반 제소조항을 이미 합의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도 없다.

비정규직 법안과 파병을 반대하고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다 좌절했을 때에도 이렇게 절망스럽지는 않았다. 다시 한 번 힘을 모아 노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FTA는 다르다. 후대에게 물려줄 자연환경 보호를 위한 환경정책, 공공서비스를 위한 통신정책, 저소득층을 위한 각종 공익적 국가정책들이 한미FTA협정에 의해 모두 폐기되어야 하고, 국가정책을 고수하겠다면 한국정부는 국제중재기관에 제소당하고 말 것이다. 게다가 FTA는 한번 체결하면 우리 사회와 산업구조와 제도를 전면적으로 바꾸면서도 미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되돌릴 수가 없다. 엄청난 결과가 벌어졌을 때는, 대통령이 직위를 걸더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미국에서는 벌서부터 한국과의 FTA를 “NAFTA 이후 미국 통상 협상의 가장 큰 쾌거”라고 자랑하고 있다.

‘협상타결’을 앞둔 우리의 심정은 더없이 참담하기만 하다. 한미FTA를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그간의 행적을 보면, 주권자인 국민들의 의견을 겸허히 수용하는 민주적인 지도자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직언이라곤 할 줄을 모르는 비서진에 둘러싸여 독선적이고 편협한 고집으로 국민들을 ‘우매한 백성’이라 치부하고 그들의 눈과 귀를 막은 채  한·미FTA에 대한 근거없는 환상만을 강요하는 등 군사정부 시절 독재자들의 망령을 재현하고 있다.

현재의 상황대로라면 한미 고위급 대표간에 진행되는 최종 협상이라는 형식을 거쳐서 미타결 현안에 대하여 노무현 대통령의 결단을 통하여 3. 30.까지 한·미FTA협상 타결을 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그 직을 건다고 하는 ‘개헌’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이 올 것임이 분명한 상황에서 한미 FTA체결을 지켜는 우리는 안타깝기 그지없다. 국민의 83%가 졸속적 타결을 반대하고 있는데도 이를 강행하는 대통령은 그 가혹한 결과를 어떻게 책임지겠는가.

노무현 대통령과 정부는 스스로 책임질 수도 없는 한미FTA 졸속 협상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만약 주권자인 국민의 요구를 짓밟고 반민주적 절차와 방식으로 협상을 타결․체결한다면,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과 대통령곁에서 이를 막지 못한 모든 사람들에게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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