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한국 인권보고대회 개최해

2004-12-09 221

민변 특별 결의문 채택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올해의 인권상황을 정리하는 “2004년 한국인권보고대회 및 토론회”를 열어 인권정책과 상황을 평가하는 자리를 가졌다.

각 인권 분야에 대하여 보고와 토론을 벌인 결과, 2004년 한국인권상황은 일부 분야에서 다소 진전되기는 하였으나 시급한 개혁과제가 아직 해결되지 못한 채 경제적 사회적 권리는 여전히 낙후되어있거나 오히려 후퇴하기까지 하여 심각한 우려를 자아냈다.  

우선, 국가보안법폐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되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에 대하여 최초의 무죄판결이 있었으며, 사법의 민주화와 국민의 사법참여를 위하여 법조인자격부여와 법관임용제도 및 변호인참여권에 대한 개선책이 마련되고, 교원의 재임용시 권리구제절차가 보장된 점은 진전으로 평가된다. 사법부와 입법부에 여성의 진출이 늘어나고, 성매매알선등범죄의처벌에관한법률이 제정되어 정부 차원에서 성매매 근절과 피해여성구제를 위한 노력이 본격화된 점은 특기할 만 하다.

그러나 냉전과 분단, 독재의 산물인 국가보안법폐지와 뒤틀린 역사를 바로잡는 과거사청산문제가 결실을 맺지 못한 채, 국제인권규약에서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권리인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이 부인되는 한편, 탄핵사태와 총선에 즈음한 네티즌들의 패러디마저도 형사처벌되어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는 등 아직도 기초적인 기본권마저도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또 노동의 유연화가 날로 더해지는 가운데 공공부문에서 계속되는 비정규직 증가와 공무원 노동기본권의 제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강제추방은, 정부 스스로 노동인권 신장을 막아서고 있음을 뚜렷이 보여준다. 기초적인 사회안전망도 갖추지 못한 복지현실에서 IMF 이후 늘어나는 신빈곤층 특히 여성빈곤층은 그 생존 자체마저 위협받는 형편이고, 아직도 미신고복지시설에서 인권유린이 끊이지 않는 등, 정부의 복지정책은 낙후한 상태에 머물러있다.  

한편 교육의 본질과 공교육의 이상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일부 대학의 고교등급제 실시, 예배강요로 드러난 비민주적인 학교현장의 문제와 수학능력시험부정사태로 나타난 성적우선주의의 폐해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좌우하는 교육정책의 전면적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새만금 간척지, 천성산 고속철도, 핵폐기장 건설 문제와 지역특구개발정책 등에서 드러나듯 정부의 환경정책은 크게 후퇴하였다.

아울러 미국의 요구에 따른 이라크 파병으로 김선일씨가 이라크 저항세력에 의하여 참혹하게 살해되었는데도 파병기간을 연장하고, 주한미군이 동북아지역군화하는 첫 단계인 용산기지이전협정 타결로 평택미군기지가 크게 확장되는 등 정부가 불평등한 한미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와 국민의 평화적 생존에 큰 걸림돌이다.  

이와 같은 답보와 정체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지금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구시대의 유물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그 뿌리인 북한의 남침위협론에서 벗어나 민족의 화해와 평화의 새 길에 들어서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것이다. 평등한 한미관계로 나아가는 것 역시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또한 노동, 환경 등 낙후하고 퇴보한 분야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하여 정부의 전면적인 정책전환이 시급히 요구된다. 아울러, 지난 3년 동안의 제1기 국가인권위원회 활동이 마무리된 지금, 제2기 국가인권위원회는 예산과 인사의 독립성 확보, 인권영향평가제도 도입, 권고의 실효성 확보를 바탕으로 폭넓은 인권분야에 대하여 법령과 정책, 제도개선기능을 강화하여 실질적인 인권옹호기관으로 확고히 자리잡아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2004년 한국인권보고대회 및 토론회”를 마치며 정부와 국회에 대하여 우리의 요구와 결의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2004년 한국인권보고대회 및 토론회, 민변의 11대 요구

1.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억누르고 남북화해와 단합을 가로막는 반민주 반통일악법, 국가보안법을 즉시 폐지하라.

1. 국민화합과 민주사회의 걸림돌이 되어온 과거사 문제를 올바로 청산하여 인권국가의 기틀을 마련하라.

1. 위헌적인 이라크 파병연장안을 즉각 철회하고, 불평등한 용산기지이전협정비준과 평택미군기지확장을 중단하라.

1. 국민의 인권보장을 위한 사법의 민주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군사법제도 개혁방안을 조속히 실행하라.  

1. 국제인권규약에 따라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하라.

1. 고용불안을 가중시키는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정과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개정시도를 중단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보호를 위한 근본대책을 마련하라.  

1. 신빈곤층을 보호·지원하는 사회안전망을 정비하고 시설생활자의 인권 보호를 위한 적극적 관리감독체제를 갖추라.

1. 성매매를 뿌리뽑고 성매매피해여성에 대하여 적극적이고 지속적인 구제정책을 실시하라.    

1. 개발위주의 환경정책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3대 특구법안에 지속가능한 발전이념에 따른 전략환경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하라.

1. 학력제일주의와 비민주적 관행에 찌든 교육의 정상화를 위하여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

1.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권고의 실효성을 확보하며 인권영향평가제를 도입하여 국가인권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하라.

위 요구는 우리 사회의 인권향상을 위하여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정부와 국회, 여야 각 당은 우리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 법과 제도를 정비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앞으로 위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하여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04.     12.     6.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첨부파일

DSCN4783_01.jpg.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