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통련 147명 첫 공식 고국방문

2004-10-11 223

‘친북, 반국가’ 낙인 한통련 반세기만의 귀국

147명의 한통련 고국방문단은 오후 3시께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이동해 오후 5시 수유리의 4·19 묘지를 참배한 뒤 저녁 7시 45분부터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환영식에 참석했다.

최병모 한통련 고국방문단 환영위 상임대표는 “한통련이 1973년 8월 결성된 이래 31년의 긴 세월이 흘렀다”며 “한통련은 박정희 유신정권과 전두환·노태우 정권을 거치면서 반국가단체라는 굴레를 뒤집어 쓰고 핍박을 당해왔다”고 한통련의 역사를 설명했다.
최 대표는 “고난에 찬 30여년 동안 지치지 않고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노력해온 한통련의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며 “이번에 147명 모두가 여권을 발급받아 입국한 것은 자유왕래가 보장된 것은 물론이고 한통련의 명예가 확실히 회복됐음을 증명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방문이야말로 한통련의 실질적 고국방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창순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도 “조국사랑의 마음 하나로 30여년을 인내해 늦긴 했지만 조국을 방문할 수 있게 됐다”며 “작년 첫 방문 때는 기쁨과 설레임보다는 긴장감이 더 컸지만 이번 방문에서는 여유있게 고국의 땅과 공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 의장은 “국보법은 이제 생명이 다했다”며 국보법 완전 폐지를 거론한 뒤 “앞으로 한통련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답사에 나선 곽동의 한통련 상임고문은 “꿈에서도 잊지 못하던 고향을 44년 만에 찾아와 감개무량하다”고 소감을 밝힌 뒤 “이국에서 애국의 삶을 사는 것이야말로 가장 값진 삶”이라며 “철은 용광로에서 생산되고 애국자는 투쟁 속에서 생겨난다는 것을 자각했다”고 지난날의 삶을 회고했다.
곽 고문은 이어 “내년은 ‘광복 60년 분단 60년’이자 통일의 원년이 되는 해”라고 말한 뒤 “내년을 통일의 원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국보법을 완전 폐지해야 한다”며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민주세력의 국보법 폐지 노력에 한통련도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다”고 공감을 나타냈다.
곽 고문은 “나라없는 백성은 상가집 개보다 못하다고 했다”며 “재일동포들은 자신의 고단한 삶이 분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자각하고 있기 때문에 재일교포 2·3세도 통일의 길로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환영식에는 최병모 상임 대표를 비롯 권오헌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회장, 나창순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 오종렬 전국연합 상임의장, 진관 스님, 이석태 민변 회장, 박용길 장로, 천영세·유기홍·임종인·이광철 의원, 한홍구·강정구 교수, 이덕우·이기욱 변호사, 안재구 박사, 한상렬 통일연대 상임대표 등 500여명의 인사들이 참석했다.

환영식이 끝난 뒤에는 ‘한통련 앙상블’과 재일동포 3세로 구성된 한청 학생협의 문화공연이 열렸다. 창단 14년만에 한국에서 공연을 하게 된 한통련 안상블은 지난 90년 오사카에서 열린 전노협 지원콘서트를 첫공연으로 시작해 여러 차례 범민족대회 해외동포대회에서 공연해 호평을 받았다.

고국방문단은 내일(11일) 오전 광주 5·18 묘역을 참배하고 저녁에는 5·18기념문화관에서 열리는 환영집회에 참석하며 12일에는 각자 고향을 방문한다. 특히 14일 오전 10시에는 김대중도서관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곽동의 고문이 31년 만에 재회할 예정이다.



<최병모 환영위 상임대표 환영사>

한통련 가족 여러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환영합니다.
지난해에도 한 30여분께서 방문하셨습니다만 금년에 한통련 가족 여러분의 방문은 또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작년에는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일회용 여행증명서를 가지고 방문하셨습니다. 그러나 금년에는 모두들 여러분들께서 정식 여권을 발급받아 가지고 고국에 들어오시게 됐습니다. 앞으로는 고국방문을 언제라도 원하실 때 몇 번이고 하실 수 있도록 완전한 자유왕래가 보장된 것입니다. 이점이 매우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이번에는 작년과 달리 작년에는 의장이신 곽동의 의장님게서 갑작스럽게 건강이 악화되셔서 마지막날 결국 오시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금년 2월에 새로 선출되신 김정부 의장님께서 곽동의 상임고문님을 모시고 또 앙상블 공연단까지 이끌고 대거 방문을 하셨으니까 이번이야말로 우리 한통련 가족 여러분들께서 공식적으로 완전한 고국방문을 이뤄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점 매우 뜻깊은 일이라 생각하고 축하드립니다.
이제 이번 여러분들의 방문이 특히 국내에서 한통련이 30여년 오랜세월을 타국에서 고생하시면서 조국의 민주화 그리고 통일을 위해서 투쟁하고 노력해오신 업적에 대해서 재평가받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희들도 2년여에 걸쳐서 한통련 가족 여러분의 고국방문을 위해서 그동안 노력해왔습니다만 이제 다소나마 마음의 짐을 덜고 이번 행사를 끝으로 해서 저희들이 짐을 벗을 수 있다고 생각이 됩니다.
모쪼록 이번 고국방문 기회에 고국산천을 둘러보시고 고향도 방문하시고 즐거운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한통련 147명 정식 여권받아 귀국…”한통련 재평가받는 계기가 될 것”
[1신 기사보강 : 10일 오후 3시 50분]

그동안 ‘반국가단체’라는 이유로 입국을 거부당했던 재일한국민주통일연합(한통련) 소속 회원 147명이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고국을 방문했다. 특히 이들은 임시여행증명서가 아닌 정식 여권을 발급받아 귀국함으로써 이후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해진 것은 물론 한통련이 재평가를 통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한통련은 이날 도착성명을 통해 “이번에 우리는 아무런 제약도 받지 않고 정식여권을 받아 입국하게 됐다”며 “이것은 실질적인 한통련에 대한 명예회복의 증거이며 한국사회의 민주적 성숙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통련은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우리들의 고국방문에 각별한 배려를 해주신 관계당국에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며 “여러분들의 사회민주화와 조국통일을 향한 피어린 노력 덕분으로 입국할 수 있었다”고 환영단에게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한통련은 이어 “지금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새 시대가 펼쳐지고 6.15시대의 뜨거운 바람에 밀려 우리들의 고국을 향한 길도 열렸다”며 “앞으로 한통련은 재일동포사회의 화합을 추진하며 재일동포와 조국을 잇는 가교로서 조국의 자주통일에 기여할 수 있도록 분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병모 한통련 고국방문단 환영위 상임대표는 “지난 해에도 30여명이 방문했지만 이번의 고국방문은 또다른 의미를 가진다”며 “작년에는 1회용 여행증명서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모두 정식 여권을 발급받아 고국을 방문함으로써 언제든지 고국을 방문할 수 있도록 보장받은 것”이라고 한통련의 방문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최 대표는 “한통련은 30여년 동안 타국에서 고생하며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헌신해왔다”며 “이번 방문은 이러한 한통련의 업적이 재평가받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강충근 한통련 부의장은 “정말 고맙다”며 “우리는 앞으로도 조국의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힘을 쏟겠다”고 화답했다.

이번 방문단에는 한총련 소속 재일교포 2세와 3세들이 대거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허지영(한청 오사카본부 부위원장)씨는 서툰 한국말로 “처음으로 고국을 방문하게 돼 너무 너무 감동스럽다”고 소감을 밝힌 뒤 “재일동포들은 모두 조국을 사랑한다”며 “한통련을 반국가단체로 낙인찍어 입국을 불허하는 악법은 사라져야 한다”고 국보법 폐지를 주장했다.
또한 김국일(한통련 오사카본부 회원)씨는 작고한 ‘동지’의 영정사진을 들고 동반귀국했다. 김씨는 “지난날 함께 고국에 가자고 약속했던 동지가 죽었는데 그때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영정사진을 들고 왔다”고 말했다.

날씨 관계로 오후 2시 30분께 귀국한 곽동의 한통련 상임고문은 상기된 표정으로 “너무 기쁘다”며 “대한민국 여권을 정식으로 발급받아 고국을 방문한 일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44년 만에 고국 땅을 밟은 곽 의장은 “민주화투쟁을 해온 사람으로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이만큼 진전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민주주의가 더욱 진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국방문단은 오늘 4·19묘지를 방문하고 저녁 7시부터 백범기념관에서 열리는 환영행사에 참석한다. 오는 14일에는 곽동의 상임고문이 김대중 전 대통령을 방문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환영식장에는 애국청년단체를 표방한 ‘무한전진’ 소속 회원 10여명이 ‘친북 반역자들은 북으로 가라’는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들은 환영행사가 열리는 동안 “고국에 오면서 태극기도 안들고 오냐. 한반도기 말고 인공기나 흔들어라”라고 외쳤다.
한 회원은 “현행 국보법상 반국가단체로 규정된 한통련이 정식여권을 발급받아 들어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고발조치하겠다”고 밝혔다.

@ 사진, 기사제공 오마이뉴스(2004-10-11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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