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의 문법] 후기–김영준 변호사

2008-02-23 115


* 2. 12. 있었던 [인권의 문법](조효제 지음)에 대한 김영준 변호사의 후기입니다.

개인적으로 인권의 문법은, 올해 공부모임 1분기의 테마인 법사상사의 흐름을 가장 개괄적으로 짚어낼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인권이라는 테마로 법사상사를 일별하는 흐름이 이 책의 여러 흐름 중에서 한 축을 차지하였는데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전문적 서사방식에 가깝습니다. 다른 흐름들은 이념에 기초하여 접근하는 근원적 서사방식, 현장전문가들이 구사하는 응용적 서사방식입니다.), 법학은 사회과학을 거추장스럽게 생각하고, 사회과학은 법학을 답답하게 생각하는 풍토에서 다양한 학문의 층위로 인권이라는 테마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려 한 필자의 시도가 평소 생각하고 있던 지점을 충족시켜 주었기 때문입니다.


 


발제자인 좌세준 변호사님이, 인권서사방식의 흐름들, 인권담론의 의의(인용한 저자의 표현중 ‘합의의 영토’ 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단 인권담론이 공식화되면 배제주장을 정면으로 하기는 힘들어진다는 취지인 것 같습니다.)를 풀어서 설명하시고, 홉스, 로크, 루소의 고전인권이론, 현대의 인권이론과 인권에 대한 비판이론, 사회주의, 페미니즘, 상대주의, 마지막으로 저자의 견해인 인권민주주의에 이르기까지 간략한 내용을 발제하셨습니다.


 


이후 논의는 대의민주주의와 직접행동민주주의의 공존책으로 저자가 제시한 인권민주주의에 대하여 먼저 이루어졌고(최근에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정당이냐 운동이냐에 대한 저자의 견해입니다. 저자는 인권민주주의에 대하여 인권원칙과 직접행동민주주의, 세계주의를 과감하게 수용한 민주주의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후, 청색인권(1차 인권혁명을 주도했던 부르주아중심의 고전인권이론), 적색인권(경제적 사회적 권리를 중심으로 한 현대인권 이론과 마르크스주의) 녹색인권 (여성, 아동, 소수자 등이 요구한 페미니즘, 환경권), 갈색인권(비서구권 제3세계에서 내세운 자기결정권과 문화상대주의)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습니다.


 


인권들중에는 이헌욱 변호사님과 김인숙 변호사님을 중심으로 녹색인권에 대하여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는데, 이헌욱 변호사님은 게임분야와 관련 청소년의 인권을, 김인숙 변호사님은 너무 법이 가족질서에 집중되어 있어서 남편이나 부모 등 가족에 문제가 있는 경우 이를 교정하는 못하는 현행법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였습니다. 그 외 소비자인권의 문제 제기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청색인권과 적색인권에 대하여 충분히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아쉬웠는데, 청색인권의 경우는 이론적으로는 이미 정립이 끝났고, 적색인권은 구체적인 소송으로 연결되는 것이 쉽지 않아서였을까 아닐까라고 생각하면서 간단히 저자의 견해를 정리해보겠습니다.


 


고전인권이론과 관련해서는, 로크의 소유권개념이 생명소유라는 개념으로 생명권까지 포괄하는 개념이었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홉스, 로크, 루소로 전자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확대 발전되어가는 인권이론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적색인권이론과 관련해서는, 세계인권선언 작성당시 1세대인권인 시민적, 정치적 권리는 미국 등 서구국가가 강조하였고, 제2세대인권인,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는 소련 등 공사주의국가가 강조하여서 (저자는 1세대인권관련해서는 탄압 패러다임, 2세대 인권 관련해서는 웰빙 패러다임이라는 재미있는 표현을 씁니다.) 두 인권영역이 모두 규정되게 되었다는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읽으면서 인권이라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 욕구에 대한 응답’ 으로 인간의 욕구가 발전, 발견되면서 인권도 새롭게 작성되어 가는 것이라는 저자의 강조점이 새삼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그 외 권익과 인권의 구별, 발전이론(저자는 순수한 인권, 순수한 사익이외에 인권 + 권익의 영역이 존재하며, 사익이나 권익도 본질적 인간이익, 권리주장, 정당화 등 세가지 흐름이 맞아떨어지면, 인권으로 격상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고전인권론과 현대인권론의 조화에 대한 여러 가지 이론들(집단적 의사결정의 대상이 되는 재산과 그렇지 않은 재산을 구분하자는 헬드의 제안을 소개하자면, 개인의 소비용 가용재산의 경우는 집단적 의사결정에서 제외하여 사적 소유권 영역으로 인정하되, 생산적 재산과 금융적 재산은 엄격한 민주적 통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도 이야기해보고 싶었던 테마들이었습니다.


 


저자가 쉽게 쓴다고는 했지만, 엄밀한 학문적 용어로 기술했고, 취지자체가 인권이라는 테마로 들여다본 사상사여서 방대함을 피할 수 없었기 때문에, 독서나 이해는 쉽지 않은 책이지만, 소장해놓고 두고두고 곱씹어볼만한 테마가 그득한 책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공부모임에 못 오신 변호사님들에게도 감히 추천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