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3(화) 공부모임 – “88만원 세대”

2007-10-10 202

민변 공부모임 – “88만원 세대”

민변 다음 공부모임은 10월 23일(화) 7시,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박사를 모시고 진행합니다.  아래 인터뷰 기사 참고해 주시구요, 회원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리겠습니다.


<88만원 세대> 한겨레 기사
“40·50대가 10대를 인질로 20대를 착취”
인터뷰 / ‘88만원 세대’ 우석훈 박사  


  

‘88만원 세대’라는 신조어가 나왔다. 한국의 20대를 가리킨다. 자칭 ‘C급 경제학자’인 우석훈 박사(사진)와 박권일 전 〈말〉지 기자는 최근 함께 펴낸 책 〈88만원 세대〉(레디앙)에서 직접 만들어낸 이 신조어를 둘러싼 사실과 해석을 펼쳐 놓는다. 비정규직 평균 월급여가 119만원이다. 이 액수에 20대가 전체 평균 급여에 견줘 받는 몫을 곱해보니 대략 88만원이 나왔다. 그러니까 이 용어는 20대 비정규직이 받는 월평균 급여다. 우 박사는 지금의 한국 경제를 “40대와 50대 남자가 주축이 된 주도 세력이 10대를 인질로 잡고 20대를 착취하는 형국”으로 본다. 20대와 50대가 전체 고용인구의 3분의 1인 800만명 비정규직의 3분의 2를 차지한다. ‘88만원 세대’인 20대에 대한 세대 착취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교육과 소비마케팅의 포로가 된 10대는 인질이라고 했다.
이런 현실이 가진 함의는 “16살부터 사랑을 시작하고 18살에 고교를 졸업하면서 독립을 희망하는” 유럽 젊은이들과 견줄 때 확연히 드러난다. 프랑스는 최근 대학 등록금을 크게 올렸으나 50만원에 불과하다. 학생들에게 주거보조금도 준다. 스웨덴에선 20살이 되면 생애 첫 창업자금으로 2000만원을 대준다. 하지만 이 땅에서는 “스무 살에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살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지옥이 펼쳐질 것”이다. ‘학생의 동거권’이 경제적으로 원천 봉쇄되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행복지수’의 차이는 상상하기 힘들다.

더 심각한 것은 1990년대 중반 이후 확산된 직업 불안정 추세가 더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현 10대들에 대해서, “지금의 비정상적인 변화가 계속되고, 또 그 속성상 가속이 붙어 나가게 된다면 단 10% 미만의 선택된 소수들만이 정규직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명목실업률이 높아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 비율입니다. 현 추세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1000만~1500만명 수준이 될지 그게 관심사입니다.”


20대 대다수가 평균 월급 ‘88만원’ 비정규직
젊은 세대 가혹한 운명이 파시즘화 부를 것
스스로 지키기 위한 ‘세대 대변자’ 키워야
정규직화 예산 지원 등 외부 지원도 필요

최근 이랜드 사태를 촉발시킨 비정규직 보호법이야말로 비정규직을 양산시킬 ‘원흉’이다. “회사 고용의 몇%는 정규직으로 가야 하고 이런 체계를 갖춘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법안이어야 했습니다. 법 시행 이후, 취지와는 달리 기업들이 주나 일 단위 계약서를 쓰고 있습니다.”

이런 ‘세대착취’는 유독 한국에서 가혹하다. 일본만 해도 ‘알바’들은 대기업 초임 수준의 임금을 받는다. 우리의 경우 시간당 최저임금 3480원이 급여 책정의 기준이 되지만 일본은 대법원 판결로 알바의 고임금을 보장해주었다. 비인간적인 저임금은 사회풍속에 반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의 몰락도 20대를 나락으로 몰고 있다.

그는 20대의 가혹한 운명이 사회의 파시즘화를 불러올 것으로 점쳤다. “황우석 사태 때 최대 98%까지 황 교수 편에 섰습니다. 이 정도 수치라면 우리 사회의 논의나 결정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이죠.” 그는 다음 정권이 파시즘 성격을 가질 것으로 단언했다. “개인 통제를 강화하지는 않겠죠. 하지만 젊은 세대는 배고픔의 열정 때문에 제국주의적 성격의 해외 진출이나 길게 보면 자원 부족으로 가상할 수 있는 한·중·일 사이의 전쟁 기류에 박수를 칠 겁니다.”

극단적인 과거회귀는 막아야 한다. 그는 우리 경제가 인간의 얼굴을 한 유럽이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일본형 경제 모델을 추구해야 한다고 본다. “스위스와 덴마크의 중간 어디쯤”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고 했다. “스위스는 풀뿌리 민주주의가 강합니다. 국민들의 지식 수준이 높지 않아도 가볼 수 있는 모델이라고 봅니다.”


    
그는 ‘88만원 세대’의 고통을 덜기 위한 몇 가지 주문을 내놓았다. “그들을 스스로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 예컨대 세대 대변자들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업 이사회의 ‘주니어 보드’ 같은 게 한 예다. “다 토플책만 보고 있으면 각개격파 당합니다.” 지식기반 사회의 젖줄인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독서도 강조했다. 그가 보기에 지금의 10대에는 두 가지 갈림길이 있다. 그들을 겨냥한 소비광고마케팅에 휩쓸려 가거나 아니면 독서를 통한 지식경제 1세대로 나아가느냐는 것이 그 선택지다. 이는 한국의 미래를 좌우하는 갈림길이기도 하다. 외부에는 △감원 대신 감봉을 택해 일자리를 나누는 스웨덴 볼보주의 정책 도입 △정규직화 비율을 높이기 위한 예산 지원 △2조원의 20대 창업지원금 확보 △자영업자를 위한 홍보 및 마케팅 지원 △지자체의 알바 보조금 지원 등을 제시했다.

지은이들은 함께 펴낸 다른 책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개마고원)에서 삼성과 현대 자동차 등의 사례 분석을 통해 한국 기업 조직이 빠져 있는 함정을 집중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살길이 없는 ‘붕괴’ 모델입니다. 외부에서 굉장히 많은 돈이 유입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모델이죠. 돈이 끊기면 그 순간 불만이 쌓이면서 무너질 수 있죠.” 그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1~2년 이내에 창사 이후 가장 큰 위기를 맞게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면서, 이 경우 거액의 연말 보너스 보상 체계로 돌아가고 있는 삼성이 강성 노조가 버티고 있는 현대보다 더 격렬한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삼성의 강남 엘리트 중심의 채용 시스템도 위기를 키우는 요인으로 봤다. 창의성은 떨어뜨리고 조직원들의 소모적인 경쟁만 촉발시키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글 강성만 기자 sungma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22826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