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9(목) 철학과 굴뚝청소부(이진경)

2007-07-09 227

7월 19일 공부모임은 ‘철학과 굴뚝청소부’를 가지고 토론할 겁니다. 이 자리에는 특별히 저자 이진경씨가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지금 해인사에서 2주 연속 강연회에 참석하고 있는데 바쁜 일정을 조정하여 민변 공부모임에서 생각을 맞대 보기로 한 겁니다.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저자는 보통 논객이 아닙니다. 많이들 참석하여 깊은 철학의 세계에서 넓게 생각하고 토론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자 이진경이 1987년 『사회구성체론과 사회과학 방법론』이라는 책을 발간했을 때 나이가 26세였습니다. ‘사사방’이라는 약칭으로 잘 알려진 이 책은 80년대 초반부터 불붙은 한국사회 사회구성체 논쟁을 완전히 새로운 시각으로 재정립하였고, 논쟁을 종식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습니다. 이 후 이 책의 시각과 이론은 ‘노동계급’이라는 조직체를 통해 현실운동의 한 축으로 나타나기도 하였습니다. 이진경은 90년대에 들어 『한국사회와 변혁 이론』, 『맑스주의와 근대성』, 『근대적 시.공간의 탄생』 등의 책과 『탈현대 사회사상의 궤적』, 『철학의 탈주』, 『탈주의 공간을 위하여』 등의 공저, 그리고 『알튀세르: 이론의 우회』 등의 옮긴책으로 꾸준히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고, 1993년부터는 『상식 속의 철학, 상식 밖의 철학』, 『철학과 굴뚝청소부』, 『필로시네마, 혹은 탈주의 철학에 대한 7편의 영화』 등 잇따른 교양서를 선보이면서 근대 및 현대철학 분야의 고정독자층을 갖게 되었습니다. 현재 ‘연구공간 수유+너머’에서 세미나와 강의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철학과 굴뚝청소부』는 초판이 출간된 지 벌써 10년이 넘은 책입니다. 그러면서도 이 책이 약칭 ‘철굴’로 불리며 한결같은 사랑을 받아온 이유는 아마 이 책이 근대철학을 단순히 요약·정리해 놓은 개론서가 아니라는 데 있을 겁니다. 『철학과 굴뚝청소부』는 근대철학과 중세철학 사이의 경계를 통해, 그리고 탈근대적 문제설정이 근대철학을 넘어서려 하면서 만들어낸 경계를 통해 철학의 역사를 이해하게 해주는 책입니다.

『철학과 굴뚝청소부』 초판과 2001년에 나온 증보판은 근대철학의 비조 데카르트에서 출발하여 탈근대철학 편의 푸코에서 끝을 맺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끝맺음은 어딘가 부족한 느낌이 있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탈근대철학을 얘기할 때 들뢰즈와 가타리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철학자들이라 이들에 대한 설명이 이 책에서 빠져 있는 것은 아쉬운 일이었습니다. 2005년의 개정증보판에는 ‘들뢰즈와 가타리’에 대한 장 ‘들뢰즈와 가타리 : 차이의 철학에서 노마디즘으로’가 추가되어 근대철학에서 탈근대철학에 이르는 철학사의 흐름에 관심을 갖는 독자는 물론이고 ‘들뢰즈와 가타리’ 철학에 대해 궁금해 하는 독자들의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특유의 논리적이고도 쉬운 설명으로 들뢰즈와 가타리의 철학적 개념어들과 문제의식을 풀어내고 있어, 이 장은 처음 이들의 철학을 접하는 독자들에게 훌륭한 안내서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들뢰즈와 가타리’ 편에 새로 추가된 26장의 도판들은 모두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와 그 속편인 ‘이노센스’에서 뽑은 것으로 인간과 기계의 구분에 대한 문제제기를 담고 있습니다.

덧붙여 이번 개정 증보판에는 『근대적 지식의 배치와 노마디즘』이라는 제목의 ‘보론’이 추가되었습니다. 저자는 이 보론에서 근대적 지식 전반을 틀짓고 있는 인식론적 배치와 그것의 경계를 넘으려는 시도들, 그리고 그와 결부된 지적?물질적 생산의 조건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독자들은 이 보론을 통해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의 실제 의미와 우리가 앞으로 생산해야 할 그리고 소비해야 할 지식의 형태를 어림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7월 19일 7시 민변에서 만납시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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