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5/15(화)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최장집교수)

2007-05-03 216

용기를 내십시오. 부족한 건 시간이 아니라 약간의 결단력과 번거로움에 대한 인내력입니다. 우리의 토론은 몸을 더욱 릴렉스하게 하고 그럴 수록 더 다양한 시각과 감각을 맛 볼 수 있게 합니다. 많은 분들이 공부모임에서의 풍성한 이야기 보따리를 보고 싶지만 이런 저런 사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해 아쉽다는 말씀을 합니다. 이런 후문을 듣는 제가 더 아쉽습니다.

이번 모임에도 박경신, 홍용호, 강은옥 등 뉴페이스가 이야기를 더욱 풍부하게 해주었습니다. 종전 주제와는 많이 다른 ‘미술’을 다루었지만 그 파격적인 주제이동에 참가자들은 훨씬 만족스러워 하였습니다. 역시 감각과 지각을 자극하는데엔 적당한 ‘파격’이 유용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나의 서양미술 순례’는 적은 분량임에도 완독하는데 시간이 적지 않게 소요되었습니다. 단순히 읽고 지나갈 수 있는 활자만이 아니라 그림이 있었기 때문이고, 그림들은 모두가 우리의 시선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림 속의 눈빛, 손끝, 꼭 다문 입술이 마치 우리에게 뭔가 숭고한 말을 거는 듯 하였습니다. 김선수 선배는 캄핀의 부인상 앞에서 ‘말을 걸면 금방 응답을 할 것 같지 않아?’라며 황홀한 느낌을 풀어 놓았습니다. 한장 한장 그림을 넘기면서 그 배경이 된 스토리와 화가의 개인사를 전하는 김선배의 말로부터 그 색감과 질감은 전혀 달리 해석되었습니다. 고흐의 강렬한 색채 속에서 개인적인 가난과 불행을 읽을 수 있었고, 나치의 폭격으로 몰살당한 도시를 묘사한 피카소의 ‘게르니카’는 70년대 초등학생들이 애용한 ‘피카소 크레파스’가 사회주의자 피카소의 이름사용을 금지하여 ‘피닉스 크레파스’로 개명되는 우리의 현실까지 들여다 볼 수 있게 하였습니다. 전쟁의 잔혹성을 고발하며 저항의 상징이 된 게르니카에 견줄만한 한국의 게르니카는 뭘까?하는 질문에 답을 쫓아 보는 시간도 흥미로왔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점점 미술에 대해 새로이 눈을 떠 갔습니다. 그림은 보는 이의 시선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 옵니다. 미술은 ‘자연조차 화가의 눈’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인생이란 씨줄과 예술이란 날줄이 만나는 지점엔 ‘어떤 울림’이 있고, 그 울림은 모든 사람에게 다르게 전달됩니다. 이제 그림을 좀 더 많이 그리고 자주 보고 싶어졌습니다. 미술은 설마 내게도 있을까 하고 일찌감치 닫아 버린 예술적 감수성을 자극하는 훌륭한 매체였습니다. 그래서 그림을 더 풍부하게 보는 방법이 궁금했고, 그 답은 곧바로 토론자리에서 나왔습니다. “감정이입과 몰입하는 것, 그리고 자기의 눈을 신뢰하라”는 것입니다. 평범한 답은 ‘많이 보고 자주 보라’는 것이지요. 모두들 낮선 미술의 세계를 떠돌면서 상기된 얼굴을 갖게 되었습니다. 일부는 만족한 듯 집으로, 사무실로 돌아갔고, 또 다른 일부는 못다한 이야기를 더 나누기 위해 ‘마루’로 향했습니다.

인문학과 예술까지 한참을 돌아갔으니 다음엔 분위기 환기를 위해 정통(?) 사회과학을 다뤄보기로 했습니다. 이제는 책을 선정하는데도 많은 여유가 생기는 듯 합니다. 올초 논쟁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최장집의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입니다. 많은 회원들이 책을 미리 보고 선택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2, 3,회분 책을 미리 알려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그 다음 책도 알려드리겠습니다. 그 다음은 상대성 이론 등을 아주 쉽게 다룬 물리학 책 ‘엘레건트 유니버스’이고, 그 다음은 정민 교수의 ‘한시 미학 산책’입니다.

다음 모임은 2주 후 화요일 저녁 7시, 5월 15일 입니다. 또 다른 뉴페이스를 기대합니다.

* 민변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7-05-0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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