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갈수록 참가 인원이 늘어나 흥이 납니다.
유남영, 이상희, 정연순, 김선수, 이재정, 강신하, 김진욱, 백승헌, 송호창 회원이 참석했습니다.
강신하 회원의 2분 발제를 시작으로 한분 한분 소감과 생각을 나누면서 ‘총,균,쇠’는 새롭게 해석되었고, 우리의 인문학적 소양은 더욱 풍부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책은 빈부격차, 문명과 비문명의 차이가 식량생산에서 비롯되고, 그 궁극적인 기원은 지리, 생태 등 환경적 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고 요약됩니다. 이렇게 줄이니 저자인 제레미 다이아몬드에게 민망할 정도로 단순해지네요. 결국 맑스의 유물사관에 따른 세계의 해석과 다르지 않다는 겁니다. 사적 유물론의 진화생물학, 인류학적 해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문명의 발달차이는 다양성의 공존을 보여줍니다. 다양성이 공존하기 위한 전제는 모든 것이 동등한 가치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러나 책은 ‘원주민은 성공할 수 없다’는 명제에서 보여지듯이 발전의 모든 동력을 생산력에서 찾는 생산력주의, 결정론적 경향, 실용적 접근, 엥글로 색슨적 시각을 보여주는 한계도 발견됩니다(이런 발견이 혼자 책읽는 것과 함께 나누는 것의 차이겠지요). 이러한 발전주의적 시각, 모델에 대해서는 다시 도대체 ‘발전’이란 무엇인가 라는 의문을 품게 합니다. 선진화, 개발, 문명의 고도화를 무조건적으로 발전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고민의 대상입니다.
요약하면, 책은 인류의 발전과정을 유용한 과학적 기준을 이용하여 꼼꼼하게 분석하였지만, 발전의 방향에 대한 목표설정이나 발전 자체의 가치판단에 있어서는 엥글로 색슨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번에 읽었던 ‘오늘의 세계적 가치’가 20, 21세기를 살아가는데 있어서 어떤 가치지향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를 주는 것이라면, ‘총,균,쇠’는 과학적인 분석방법에 의한 문명의 발전과정 서술이란 점에서 논의를 더욱 풍부하게 하였다는 평가를 하였습니다.
앞의 두 권에 이어 다음에는 20세기의 역사를 ‘진보와 야만’이란 기준으로 서술한 ‘진보와 야만(돌베개)’를 가지고 토론하기로 하였습니다. ‘총, 균, 쇠’의 후속편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책입니다. 물론 저자와 관점은 전혀 다를 겁니다. “문명은 충돌하는가”라는 주제를 다룰 정수일 선생의 3월 월례회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아직도 늦지 않았습니다. 아니 늦었다고 생각할때가 항상 빠른 법입니다. 많이들 참석하세요. 다음 모임은 4월 3일, 7시 민변입니다. 다음 모임에는 조촐한 와인파티도 겸할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