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4/29 월례회, 새로운 공동체의 모색-김상봉 교수

2008-04-22 228

민변 4월 월례회, <새로운 공동체의 모색-김상봉 교수>


– 그들의 나라에서 우리 모두의 나라로 ; 두 개의 나라 사이에 있는 5.18


 


 


민변 4월 월례회는 김상봉 교수 초청으로 진행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바라며, 강연자료는 첨부파일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일시 및 장소> 

– 2008.  4.  29(화) 저녁 7시, 민변사무실
*6시부터
저녁식사 제공 : 민변사무실 근처 “서초두부마을”

 



 


 김상봉. 58년 개띠.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의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피 끓는 젊은 시절엔 정인이 될까 했으나 우리 사회, 우리 현실을 고유하게 설명해주는 이론이 없다는 생각에 학자의 길로 전향. 독일 마인츠 대학에서 철학, 서양고전문헌학, 신학을 공부하고 칸트에 대한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그리스도신학대학교 종교철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나 3년만에 학내 문제로 해직, ‘거리의 철학자’가 되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현실 문제에 대해 철학적인 분석틀을 마련하고 변화를 위해 실천해 온다. 


 


  유학시절, 대학이 평준화돼 학벌이 없는 사회에서 사는 독일 청소년들의 삶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그는 입시지옥에서 자라는 세 아이를 둔 아버지로서 그는 학벌타파 운동의 산파로 나선다. ‘학벌없는사회’ 사무처장과 민예총 문예아카데미 교장을 지내며 한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난제 중 하나이자 플라톤의 <이상국가론>의 첫 번째 주제인 교육 문제에 천착, 학벌 문제를 공론화하고 노예도덕과 파시즘적 국민교육에 불과한 한국의 도덕교육을 비판해왔다. 이러한 현실 문제에 대한 이론적 해석, 학문적 연구의 결실이 <학벌사회 ; 사회적 주체성의 탐구>(2004), <도덕 교육의 파시즘; 노예도덕을 넘어서>(2005)이다. 


 


  문학평론가 이명원은 그의 철학을 두고 ‘한국적 현실의 비극성에 대한 윤리적 인간학’, 그리고  ‘대지의 형이상학’ 또는 ‘땅으로 강림한 철학’의 가능성으로 부른 적 있다.  [이명원의 좌우지간⑤-1] ‘5·18 철학’ 제창한 전남대 김상봉 교수 (2007.10. 9, 오마이뉴스)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면, 그의 철학은 한국적 현실의 비극성에 대한 윤리적 인간학에 가깝다. 동시에 그의 철학은 오늘의 현실에서 드물게 ‘대지의 형이상학’ 또는 ‘땅으로 강림한 철학’의 가능성과 고투를 보여주고 있다. 나는 그것을 ‘묶인 자의 철학’이라고 생각해 보았다.



  이 땅에 발 발 딛고 공부하는 철학자로서 그가 붙잡아왔던 주제는 ‘주체성’이다. <자기의식과 존재사유: 칸트철학과 근대적 주체성의 존재론>(1998) <호모 에티쿠스: 윤리적 인간의 탄생>(1999) 등의 저서에서 그 씨앗을 품었던 주체성, 자기의식에 대한 탐구는 홀로주체성에 머물렀던 서양 철학의 한계를 인식하는 데서 싹을 틔운다. 그가 반했던 서양의 주체성이 ‘너’를 받아들이지 않는 퇴행적 자기반영, 나르시시즘으로서 ‘홀로주체성’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 이를 극복하고 타자와의 진정한 만남을 가능케 하는, 그것을 통해서만 정립되는 ‘서로주체성’에 대한 탐구에 그는 매달린다. 그에 따르면, 만남이란 개인의 자유로운 자발성에 기초하면서 개인의 개별성을 넘어가는 것이며, 개인의 개별성을 넘어가면서도 모두의 주체성을 보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만남 속에서 생성되는 공동의 주체성, 확장된 주체성이 바로 서로주체성이란 것. 서로주체성에 대한 이러한 탐구는 <나르시스의 꿈; 서양정신의 극복을 위한 연습>(2002)부터 <서로주체성의 이념>(2007)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그  연장선상에 속하는 책으로 <그리스 비극에 대한 편지>(2003)가 있는데, 그리스 비극을 통해 주체와 타자의 문제, 슬픔 속에서의 참된 만남과 자유로운 공동체의 형성 등에 대해 사유하고 이를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과 접목한 예술에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우리는 뜨겁고 아름답게 철학하는 한 사람을 만나고 그를 알게 된 것을 한 번 더 기뻐하게 될 것이다. 
 
  아직도 경상도 억양이 강한 편인 그는 2005년 광주로 거처를 옮긴다. 지연도 학연도 없는 전남대학교에 특채로 임용된 것. 광주와의 만남은 그에겐 운명과도 같은 것, 신이 있다면 어떤 계시와도 같은 것이었다. 그가 천착해 온 서로주체성의 현실태가 바로 80년 광주, 5.18이었기 때문이다. 광주로부터 불리움을 당한 그는 타인의 고통에 대한 응답으로서의 참된 만남(‘같이삶’), 거기에서 출발한 진정한 공동체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이후 그는 5.18 광주민중항쟁을 철학적 분석과 탐구의 장으로 삼아 그 현재적 미래적 의미를 새롭게 이끌어내고 있다. 5.18을 다룬 김상봉의 철학논문 「응답으로서의 역사」와 「그들의 나라에서 우리 모두의 나라로」를 필독하시오.
 
  광주항쟁기간을 통해 생성되었던 공동체는 이 땅의 민중이 추구해온 참된 공동체로서의 ‘나라’의 전범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씨?들’이 아닌 ‘그들’이 지배해온 ‘민주 공화국’, 대한민국은 어떠했던가? 그는 국체를 규정한 헌법 제1조 1항에 의문을 제기한다. 공화국이란 인민의 공동체, 공공성을 진리로 하는 공동체라 할 수 있는데 우리는 역사 속에서 한 번도 제대로 된 공화국을 가져보지 못했다. 게다가 신자유주의의 대리인이 된 국가는 국민을 노예로 만들고 있다. 점점 강화되는 절대적 자본주의 또는 경제지상주의는 인간의 사회?정치적 삶의 공공성 또는 공화국과 결코 양립할 수 없는 모순대립관계에 있다. 그렇다면 이 ‘겨울공화국’에서 어떻게 현재의 경제지상주의에 저항하는 공공적 인간을 길러낼 수 있겠는가? 모두를 위한 나라는 어떻게 가능한가? 김상봉의 논문「 모두를 위한 나라는 어떻게 가능한가」를 필독하시오.
  그의 숙제이자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이기도 하다.
 
  광주에서 그는 이러한 문제들을 붙잡고 연구를 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리고 더러 그를 찾아오는 이 있으면 맛있는 밥집에 데려가 먹이고, 음악다방에서 좋은 음악을 함께 들으며 술 마시는 것을 즐거워한다. 돌아와서는 책을 읽고 피아노를 친다. (그는 베토벤을 연주할 날을 꿈꾸며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그가 우아하고 한갓지게 여가생활을 즐기는 골방의 서생은 아니다. 민교협(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과 전남교육연대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학벌없는사회’에도 여전히 발 담그고 있다. 또 우리 사회 현안이 생길 때면 철학교수들을 들쑤셔 목소리를 내고, 필요하면 현실정치에 몸 던지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 오지랖 넓은 지식인이다. 그는 여전히 ‘거리의 철학자’인 것이다.
 
  부드러움과 격정을 오가는 특유의 말투와 작은 키를 무색케 하는 열정, 그리고 소년 같은 웃음으로 나름 두터운 여성팬을 확보하고 있는 훈남. 잘 웃는 동시에 불의에 대해선 화도 잘 내는 정의맨. 음악과 시와 포도주를 좋아하는 디오니소스. 그리고 이 땅에서 우리의 언어와 자신의 생각으로 철학하는 사람. 타자의 슬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금 여기의 고통에 응답해 ‘우는 사람’. 그리하여 그의 이름(상봉)처럼 진정한 ‘만남’을 꿈꾸며 실천하는 철학자. 이제 우리가 그의 부름에 응답하고 그를 만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