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7 민변 6월 월례회 안내

2007-06-27 255

민변 6월 월례회 안내

“아우슈비츠의 생존자 쁘리모 레비 그리고 재일조선인 서경식”

<일시 및 장소>
– 일시 : 2007. 6. 27(수) 19:00
– 장소 : 민변 사무실
– 강연자 : 서경식 선생
* 저녁식사제공: 민변사무실 오른편 “전주한식”(구, 뼈다귀감자탕)

[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는 재일조선인 작가 서경식이 쁘리모 레비(Primo Levi)의 삶과 사상, 죽음의 의미를 반추하러 떠난 여정을 담은 에세이다. 현대 증언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쁘리모 레비는 1919년 또리노에서 태어난 유대계 이딸리아인으로,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아우슈비츠에 수용되었다가 가족의 품으로 극적으로 살아 돌아왔다. 그 후 그때의 기억과 경험을 토대로 『주기율(週期律)』 『이것이 인간인가』 등을 저술하며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른 잔혹한 폭력을 고발했다. 우리 시대의 지옥을 경험했지만, 항상 삶을 긍정하던 조용한 낙관주의자 레비는 돌연 1987년에 자살했다. 저자 서경식은 이 급작스러운 죽음에 이끌려 이딸리아로 여행을 떠난 것이다. 이 책에서는 두 가지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오버랩된다. 하나는 레비의 이야기이고 나머지 하나는 서경식의 이야기로, 둘은 30여년이라는 시간차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점이 많다. 먼저 레비는 유대계 이딸리아인, 저자는 재일조선인으로, 그들이 태어나 자란 곳에서 그들과 그들의 가족 그리고 그들이 속한 민족은 모두 그 사회 주변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추방·박해·이산의 경험을 갖고 있다. 또한 본인이나 가족들이 시대의 폭력을 겪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70년대 유학생간첩단사건에 연루되어 옥고를 치른 서승과 서준식이 저자의 형제다).

저자에게는 레비의 삶이 먼나라 이야기로 여겨지지 않았을 것이다. 과거 일본이 동아시아 여러 나라 사람들에게 저지른 폭력, 이라크나 팔레스타인 등지에서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전쟁이나 고문, 박정희 정권이 자신의 가족들에게 입힌 고통, 최근 일본에서 다시 기세를 떨치고 있는 극우 보수세력과 그들에 영합하는 일본 국민들,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떠올랐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이와 다르지 않다. 한 일본인은 “일본에는 희망이 없지만 한국에는 희망이 있다”고 했는데, 이에 대해 저자는 “한국에도 벌써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음을 느끼”고 있다.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시대의 폭력을 탈역사화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움직임에 위기의식을 느낀 것이 아닐까? 그래도 저자는 한가닥 희망을 품고 있다. “식민지 지배와 분단, 전쟁을 경험한 사람들, 평화의 존엄함을 절실히 느낀 사람들, 우리나라가 그런 사람들의 나라”라는 희망이다. 그래서 폭력의 시대를 증언하고 경고하는 표상인 레비를 통해 한국 독자들에게 경고와 희망의 메세지를 발신하는 것이다. 서경식에게 쁘리모 레비는 어떤 의미일까?

“제게 조국은 식민지 지배를 받기 이전의 조선반도입니다. 그리고 제가 국적을 두고 있는 곳은 대한민국입니다. 제가 태어난 곳은 일본입니다. 다시 말해서 제게 세 가지는 다 어긋나 있습니다. 게다가 재일조선인은 자기의 조국을 침략하고 지배하고 그럼에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에서 태어났습니다. 이렇게 각각이 어긋나 있고 겹쳐지지 않는 존재들이 인류 전체로 봤을 때 예외적일까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기구는 조선반도를 출신지로 하는 많은 사람들 중 일부 사람들의 국가기구에 불과합니다. 이 세 가지의 일치를 당연하다고 여기지 말고 의심해보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분열돼 있다는 것은 불쌍하거나 슬픈 것이 아니라 21세기적인 인류의 존재양식이라고 봅니다. 이 분열을 국가주의로 통일하고 하나로 묶는 것에 대해 의심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재일조선인을 포함한 재외동포의 요구와 바람을 담아내려면 현재 국민국가의 틀을 넘어서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두 형을 조국의 감옥에 묶어 놓아야 했던 80년대 미술기행을 하게 된 서경식, 그의 문제의식을 그의 육성으로 듣고 공감해보시기 바랍니다.

6월 27일 7시 민변 사무실에서 뵙겠습니다.  

[서경식 선생의 간단한 약력]

1951년 일본 교토에서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나, 와세다 대학 프랑스 문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부터 도쿄오케이자이대학 현대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며, 현재는 성공회대 연구교수로 국내에 체류하고 있다. 국내에 번역 출간된 책으로 「나의 서양미술 순례」「청춘의 사신」「소년의 눈물」「디아스포라 기행」「난민과 국민 사이」「단절의 세기 증언의 시대」 등이 있으며, 1995년「소년의 눈물」로 일본 에세이스트클럽상을, 2002년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로 일본 이딸리아 문화원에서 시상하는 마르꼬뽈로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