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권모니터링] 아프가니스탄 여성과 비윤리적 범죄moral crime

2013-06-08 592

아프가니스탄 여성과 비윤리적 범죄moral crime

 

박찬민_10기 국제연대위 자원활동가

증가하는 비윤리적 범죄

 

Human Rights Watch(이하 HRW)의 보도에 따르면 비윤리적 범죄moral crime로 수감된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수는 2011년 400명에서 2013년 5월 600명으로 증가했다. 약 1년 반만에 50% 증가한 수치이다. 미국의 침공 이후 12년이 지났고, 여성
폭력처벌법이 제정된 지 4년(2009년 제정)이 지났지만, 아프가니스탄 여성은 여전히 피해자 신분임에도 비윤리적 범죄로 처벌받고 있으며, 그 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비윤리적 범죄

문제가 되고 있는 비윤리적 범죄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혼인여성의 가출, 둘째는 혼외정사zina다. 혼인여성의 가출은 현 아프가니스탄 형법에는 범죄로 규정되어 있지 않으나 남편의 고소 여부에 따라 처벌받고 있다. 가출의 이유로 감옥에 수감된 여성들의 대부분은 구타, 칼부림, 화상, 강간, 매춘강요,명예살인 협박 등의 가정폭력 및 학대를 피하기 위해 도망쳐 나온 피해자들로 보호대상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처벌대상으로 간주되고 있다. 혼외정사zina는 아프가니스탄 형법에 규정된 범죄로 최대형량이 15년인 중범죄에 해당한다. 개인의 성적결정권 행사를 범죄로 취급하는 법조문 자체에도 문제가 있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남편에게 매춘을 강요받거나 강간을 당한 경우에도 이 죄가 적용된다는 데 있다.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피해자가 된 상황에서도 가해자로 처벌받는 것이다. 또한 가출한 여성에게는 종종 혼외정사 미수죄가 적용되어 처벌받기도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남편으로부터 도망쳤다는 이유로 감옥생활을 하는 아프가니스탄 여성(출처: Rod Nordland, New York Times)

‘남’편을 드는 사법부, 행정부

 

여성이 비윤리적 범죄로 처벌받는 경우 대부분은 남편의 고소에 의한 것인데,사법부는 고소인인 남편에게 편중된 재판을 집행한다. 남편의 주장과 증언은 신뢰성 있는 증거로 받아들여지지만, 여성의 목소리는 무시된다. 이슬람 율법을 신봉하는 보수적인 남성들로채워진 사법부에 여성의 비윤리적 범죄는 처벌로 시정되어야 할 대상이다. 심지어 대법원은 가출이 형법상 죄가 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가출한 여성을 범죄자로 취급할 것을 판사들에게 지시했다. 검찰과 경찰 또한 마찬가지다. 비윤리적 범죄 혐의를 받는 여성은 수사·기소하려 하지만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한 남성에 대해서는 가해혐의를 묵과하거나 축소한다. 2009년 여성폭력처벌법이 제정되었지만 가해남성이 처벌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윤리적 범죄로 수용된 여성들(출처: Human Rights Watch)

비윤리적 범죄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자행되는 ‘비윤리적’ 인권침해 혼외정사zina 혐의를 받는 여성은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처녀성 검사virginity test를 거친다. 검사의 목적은 여성이 처녀인지, 최근 성관계를 가졌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인데, 문제는 여성의 동의 없이 강제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HRW가 인터뷰한 아프가니스탄 고위 경찰 관계자의 말처럼 “검사는 수사요원 누구라도 명할 수 있으며,” 재판기록을 살펴보더라도 여성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검사가 진행됨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관행에 대해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위원회 (CEDAW)는 최종견해(Concluding comment: Turkey,” A/52/38/Rev.1 part I)를 통해 “구속된 여성을 포함해 여성에게 처녀성 검사를 강제로 받게 하는 행위에 우려를 표하며 (중략) 이러한 강제적 조치는 모멸적이고 차별적이며 위험한 행위이자 국가기관이 인간의 신체적 통합성과 여성의 존엄을 훼손한 행위임을 강조한다.” 라며 비판적 견해를 표명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처녀성 검사가 그 목적을 비추어볼 때 의학적 근거 또한 없다며 불필요한 검사임을 지적하고 있다.


해결방법은
아프가니스탄 내 비윤리적 범죄 문제에 대한 개선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2012년 4월 검찰총장실은 가출은 범죄가 아니며 수사·기소하지 말라는 지시를 하달했다. 2012년 9월 법무부 장관 갈립은 검찰·경찰이 가출혐의로 여성을 재판에 회부하지 말 것을 지시했고, 내무부차관 야르만드는 경찰에 의한 인권침해를 방지할 것이고, 가출은 범죄가 아님을 모든 경찰이 교육 받았다고 발표했다. 같은 달 여성부장관 또한 가출한 여성은 폭력을 피해 도망쳐 나온 부녀자들이며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라고 발언했다. 이러한 정부 고위관계자들의 지시 및 발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비윤리적 범죄로 수감되고 있으며, 그 수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HRW은 2012년 보고서에서 정부차원의 노력은 긍정적이지만 조금 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HRW이 제안한 권고사항은 다음과 같다.

1) 대법원은 2010, 2011년에 가출을 범죄로 명시한 가이드라인을 철폐하고 가출은
범죄가 아님을 규정한 새 가이드라인은 발표할 것

2) 카르자이 대통령은 가출은 범죄가 아님을 선언하고, 수사기관에 가출혐의로
수사·기소하지 않을 것을 지시하는 명령을 내릴 것

3) 내무부 장관은 경찰이 여성폭력처벌법에 따라 가해남성을 수사하도록 지시할 것

4) 법무부 장관은 검사가 가해남성을 처벌하도록 지시할 것

5) 국제사회는 여성폭력처벌법의 엄정한 집행, zina 관련 조문 및 가족법 수정을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요구할 것

첨부파일

2.JPG.jpg

1.JPG.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