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랑고시랑]민변 25주년, 그 연대기를 찾아서(1)- 좌세준 변호사

2013-06-03 309

민변 25주년, 그 연대기를 찾아서(1)

 

글_ 좌세준 변호사

 
 
지난 528일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생일이었습니다. 1988528일 태어난 민변은 이제 스물다섯 살이 되었습니다. 25년 전 50여 명의 회원으로 출범한 민변은 이제 800여 명이 넘는 회원과 8개 지부, 13개 위원회를 갖춘 단체로 성장했습니다.
 
한 개인의 삶을 되돌아보는 기록을 회고록이라 하고, 한 공동체의 삶에 대한 기록을 역사라고 합니다. 민변에게도 지난 25년을 되돌아보는 연대기(Chronicle)가 필요합니다. 민변 25년의 활동기록, 연대기를 쓰는 이유는 단순히 과거를 추억하기 위한 것은 아니며, 창립 당시의 초심을 기억하고, 민변의 미래를 위한 나침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입니다. 또한 그 연대기는 혼자서쓰는 기록이 아니라 함께쓰는 기록이어야 합니다. “어느 누구도 혼자만의 섬이 아닌”(No man is an Island) 것처럼 민변 또한 혼자서는 설 수 없는존재이기에, 민변이 지난 25년 동안 이루어낸 성과가 있다면 그 성과의 공 또한 절반 이상은 민변과 함께 한 시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것입니다.
 
저는 얼마 전부터 민변의 지난 25년의 활동에 대한 기록을 찾아 그 목록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선후배 회원님들, 시민 여러분들과 함께 읽어볼 수 있는 자료들을 몇 차례에 나누어 싣습니다.
 
민변의 탄생에 대한 기록
 
1988530, 동아일보 기사는 다음과 같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탄생을 알리고 있습니다.
 
인권변호사들의 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28일 정식으로 발족됐다. 인권변호사들의 비공개단체인 정법회’(正法會, 대표간사 조준희 변호사)는 이날 경기도 포천군 베어스타운에서 총회를 갖고 기존 정법회의 기구를 확대 개편, 회 명칭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약칭 민변’)으로 바꾸어 정식 발족했다.
이날 총회에는 한승헌, 조준희, 홍성우, 황인철, 강신옥, 조영래 변호사 등 정법회회원 변호사 30여 명과 이석태, 김선수 변호사 등 새로 이 단체에 가입한 소장 변호사 16명 등이 참석했다. (동아일보 1988530일치. 14)
 
민변이라는 이름이 처음으로 신문 지상에 등장한 것은 위 동아일보 기사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위 기사가 나기 이틀 전인 1988526일자 동아일보(15)인권변호사들 주축, 새 변호사 단체 발족이라는 제목과 함께 “28일 창립총회기사를 싣고 있지만, “아직 이 단체의 정식 명칭이 결정되지 않은상태임을 알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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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라는 명칭은 창립총회에서 조영래 변호사님의 제안에 따라 정해진 것입니다. 같은 해 7월 정동 배재빌딩에 마련된 민변 사무실에 한승헌 변호사님이 쓰신 붓글씨를 판각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현판이 걸렸고, 현재 그 현판이 서초동 민변 사무실에 그대로 걸려 있습니다.
 
창립 당시 민변의 대표간사(현재의 회장직)를 맡고 있던 조준희 변호사님은 민변을 만들게 된 시대적 배경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5공화국 하의 어두웠던 시절에 시국사건이 급증하고, 노사분규·학생운동 등으로 한꺼번에 수십 명이 재판받는 일이 많아짐에 따라 몇몇 변호사들이 힘을 합쳐서 효율적으로 일을 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85대우어패럴 연대 농성사건을 계기로 정법회가 구성됐다. 그런데 제6공화국 들어서고 시대상황이 변하면서 종전의 법정변론보다 활동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고 여기에 같은 움직임을 보이던 젊은 변호사들과 함께 민변을 만들게 된 것이다. 특히 젊은 변호사들이 치열한 열정으로 많은 활동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겨레신문 198861일치. 6)
 
민변은 1960년대부터 인권 변론의 선두에 섰던 이병린, 한승헌 변호사님을 정신적 지주로 삼고, 1970년대 유신체제의 암흑기에 인권변론 4인방으로 불렸던 이돈명, 조준희, 홍성우, 황인철 변호사님 등의 1세대 인권변호사들, 그리고 창립 당시 2~30대의 나이였던 젊은 변호사들의 열정이 한데 모여 탄생한 모임입니다.
 

민변 창립 당시 함께 한 2~30대 젊은 변호사 그룹의 면면을 보면 최병모(39), 김갑배(36), 이석태(35), 천정배(34세), 조용환(29), 유남영(28), 김선수(27), 백승헌(25) 변호사님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요즘 새로운 민변 회원으로 가입하는 변호사들의 나이를 보면 20대 후반부터 30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데, 신입회원들께서는 민변 창립 당시 선배 변호사들과 함께 했던 이들 젊은 변호사들의 치열한 열정을 항상 생각하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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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의 창립 이전부터 인권 변론의 가시밭길을 선택한 변호사들의 활동을 기록하고 있는 역사가 이들을 무죄로 하리라(박원순. 두레, 2003), 한승헌 변호사님의 자서전 한 변호사의 고백과 증언(한승헌. 한겨레출판. 2009), 인권변론 4인방 변호사님들과의 만남과 회고를 담고 있는 김정남 선생의 이 사람을 보라(김정남. 두레. 2012), 진실, 광장에 서다(김정남. 2005. 창비), 서울대 한인섭 교수님이 홍성우 변호사님과의 대담 형식으로 엮은 인권변론 한 시대(경인문화사. 2011)는 새로이 민변의 회원으로 가입한 새내기 민변 회원들은 물론, 한국 현대사와 민주화 운동의 역사를 기억하고자 하는 시민 여러분들 모두 한번쯤 읽어볼만한 소중한 자료들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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