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 <민주노총 법률원> 방문 후기-오로라 자원활동가
10기 자원활동가 두 번째 기관방문 <민주노총 법률원>
글_오로라 10기 자원활동가
자원활동가 프로그램의 하나로 민주노총 법률원으로 기관방문을 갈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신인수 변호사님께서 민주노총과 민주노총법률원이 어떤 일을 하는지, 또 한국 노동권의 실태와 이를 바꾸려는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하여 알차고도 명료하게 말씀해주셔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은 토론과정에서 미처 말이 되지 못했던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논의 중, ‘민주노총’ 하면 빨간 띠 두르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이 떠오르는 등 거칠고 다가가기 힘든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다른 운동 방법을 통해 이미지를 개선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모두가 동의하는 이야기이고 저도 물론 동의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있다면 그 부정적인 이미지는 민주노총 혹은 노조의 탓”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민주노총 내부의 쇄신”만”으로 이미지가 개선될 것이라 기대하는 것 또한 무의미합니다.
논의의 출발점은 민주노총이 아니라 노동조합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노조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습니다. 거칠고, 통제 불가능한, 위험하고 다가가기 힘든 이미지. ‘노동자의 의견’이 아니라 ‘고용주에 반항하는 의견’으로 받아들여지는 것(관점이 기득권층 즉 사용자에 고정되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은 물론 기득권층의 오래된 노력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미디어의 혁혁한 공이 뒷받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질서 속에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은 채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편견은 손쉽게 이용되는 정치적 선동이자 억압의 기제가 됩니다. ‘강성노조’, ‘귀족노조’ 등 문구화된 프레임을 그 예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존의 질서, 즉 헤게모니를 생각하지 않고 단순히 노조의 운동 방식을 바꾸면 노조의 이미지 또한 바뀔 거라 기대하는 것은 지극히 안일한 발상입니다. 노조의 이미지를 만드는 주체는 노조가 아니니까요. 아쉽게도 그럴 만한 권력이 한국 사회의 노조에게는 없습니다. 다만 노조의 이미지가 완전히 바뀌는 것은 기대하지 않으나 민주노총 내부의 자정적 노력 차원에서 다양한 운동 방법을 생각하면 좋겠다는 의견 정도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노조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가가기 힘들다고 생각하기 이전에, 노조라는 하나의 단위가 한국에서 어떤 역사를 거쳐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었는지 반드시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노조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은 자연스럽거나 당연한 일이 아니라, 인과가 분명히 있는 역사적인 일이기 때문입니다. 역사적이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갈 역사를 통해 미래의 노조가 갖는 이미지는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변화를 위해서라도, 지금 우리가 “노조” 와 “부정적인 이미지” 의 사이를 파고드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노력입니다.
노조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시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노조가 지닌 권력도 적은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노동조합과 노동자가 지닌 권력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적기 때문에 노조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지란 사물이 본디 자연적으로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형성된 것이고, 누가.왜.어떻게 그러한 관념을 형성해왔는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관념을 형성하는 주체는 기득권층이기 마련이고, 한국 사회에서 누구에게 권력이 돌아가있는지를 생각해본다면 노조에게 노조의 이미지를 바꾸라는 말은 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쉬운 비판이지만,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지는 못합니다. 노조가 권력을 갖지 못하는 것은 노조의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이라는 말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노조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권력을 갖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노조가 가진 권력이 없기 때문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형성된 것이라 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