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 Farewell! 민변 9기 인턴 수료식

2013-02-28 240


Farewell! 민변 9기 인턴 수료식 스케치

– 9기 인턴 박진선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다. 그러나 이 당연한 통설을 거자필반 회자정리라는 말로 모든 것을 정리하기엔 우린 아직 너무 여리다. 준비된 이별이 어디있으랴? 모든 것이 아쉬움으로 남을 뿐이다. 답답할 때면 종종 올라가 기지개를 키곤 했던 신정빌딩 옥상에도, 저 책들을 다 읽어버리고 말겠노라며 큰소리치던 소회의실 책꽂이 앞에도, 햇살이 가장 따뜻하게 비치던 창가 앞 컴퓨터 책상앞에도 빛나는 먼지처럼 아쉬움들이 그득하다.

희한하다. 모든 사람 사이의 만남은 ‘애증’이 교차되는 것이 맞을 진대 이 곳에는 ‘증’이 없다. ‘애’만 남아있다. 그래서 더욱 더 울컥하는 기분을 참을 수 없는 거다. 민변은 말한다. “당신들 같이 착하고 과분한 사람들이 이 곳에 찾아와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민변 9기 인턴들은 말한다. “이렇게 과분한 사랑 받고 떠납니다.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가 서로 과분하댄다. 요즘 말로 소위 ‘웃픈’ 상황이 연출되었다. 서두가 길었다. 얼음이 녹아가는 2월의 스물 두 번째 날, 늦은 3시. 웃기고 슬펐던, 우리들의 수료식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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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우리들의 행복했던 시간들>

 9기 인턴 수료식은 1부, 2부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1부는 9기 인턴 평가 간담회가 진행되었다. 해를 가면 갈수록 젊어지시는 총장님의 인사말로 간담회가 시작되었다. 곧이어 이소아 사무차장님의 진행으로 ‘9기 인턴 활동평가’가 짤막하게 진행되었다. 내일이면 ‘창문환기 시킵시다!’하는 그녀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귓가에 울릴 것만 같다.

그리고 우리의 히어로, 우리의 슈퍼스타 전민규 인턴의 활동평가를 시작으로 모두가 돌아가며 짧막한 의견 교환시간을 가졌다. 인턴 생활을 하면서 느낀 ‘더 나은 민변 인턴 생활’을 위해 피드백을 하는 자리였다. 민변! 우리 인턴들의 비판을 받아랏! 거부는 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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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타고난 분석력과 냉철함으로 피드백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장현진 인턴. 해맑게 웃는 모습아래 날카롭게 빛나는 그녀의 눈빛이 매력적이다.>

필자는 눈치없게도 이때부터 코끝이 찡긋거리며 눈물이 나오려 했으나 ‘아직은 때가 아니다.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주위의 간곡한 만류에 눈물을 집어 넣을 수 밖에 없었다.

플로어 의견교환 시간이 끝나고 평가 간담회가 끝났다. 30분의 휴식시간. 슬슬 배가 고파질 시간이다. 저녁까지 어떻게 버티지? 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민변은 다르다. 대회의실 문을 열고 나와보니 우리를 기다리던 것은 피자와 김밥. 동서양의 퓨전. 환상의 궁합이 아닐 수 없다. 후각세포를 자극하는 진한 치즈의 향기에 다들 마음이 들떠버렸다. 이렇게 다시 대회의실에 모여 피자를 나누어 먹을 시간이 올까? 왁자지껄한 오늘을 오늘로 즐겨야겠다.

장주영 회장님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수료식이 시작되었다. 인턴들은 이때까지 민변을 떠나는 것이 실감되지 않았던 것이 분명하다. 하나하나 수료증과 기념컵을 받은 인턴들의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짧게는 250시간에서 길게는 450시간 까지. 어떤 것을 보았고, 어떤 것을 느꼈느냐에 따라 수료증의 무게는 서로 다를 것이다. 인턴 생활을 하지 않은 다른 이가 보기엔 이 딱딱한 텍스트가 별 감흥 없게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안에는 같이 웃었던 기억들이, 같이 분노했던 기억들이, 같이 공유했던 모든 기억들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이어서 디딤돌 상, 주춧돌 상, 노둣돌 상 시상식이 시작되었다. 시상은 장주영 회장님께서 맡아 주셨다. 주춧돌 상과 노둣돌 상은 각각 박진선 인턴과 정혜인 인턴이 수상하게 되었다. 그리고 대망의 디딤돌상. 모두의 예상이 빗겨가지 않았다. 너무 당연한 결과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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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우 이동화 간사. 좌 디딤돌상 수상자인 전민규 인턴. 그의 얼굴에서 부처와 같은 평온함과 동시에 귀여움이 뿜어져 나온다. 큰 키 만큼이나 큰 마음씨를 소유하고 있는 듯 하다.>

 시상이 끝난 후 인턴 활동 영상을 시청하는 자리를 가졌다. 모두가 함께 공유했던 추억들이 잔잔한 음악과 함께 흘렀다. 새삼스럽게 우리가 이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는 것이 실감나기 시작했다. 영상 제작에는 출판홍보팀 이경빈 인턴과 소수자위 권호현 인턴이 수고해 주셨다.

영상 시청이 끝난 후 작년 민변 인턴 송년회 때 진행한 프로그램 중 ‘마니또, 그리고 3개 공약’시간이 다가왔다. 절반은 자신의 마니또를 짐작하는 듯 의미심장한 웃음을 띄웠고, 나머지 절반은 도무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명 한명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야 너였어?” 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람은 바로 이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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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 망연자실해 있는 그녀. 인턴 천수이. 진행상의 오류로 그녀의 마니또이(?)는 존재하지 않았다.>

 마니또 진행의 끝 무렵. 인턴 천수이 양의 차례가 왔다. 그녀는 자신의 마니또를 말한 후 정말 궁금하다는 듯이 우리에게 물었다. “도대체 나 마니또 뽑은 사람 누구야?”… 아무런 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침묵. 또 침묵. 그녀를 뽑은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알고 보니 지난 송년회 때 범한 진행상의 실수였다. 그 대신 000씨를 마니또로 뽑은 사람이 2명이나 있었다. “어머 어떡해…” 라는 소리만 들려오고 있는 가운데, 그녀는 쿨하게 이야기 했다. “난 괜찮아!” 역시 당차고 멋진 그녀. 인턴들의 어머니 천수이. 비록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으나 그녀는 멋졌다. 그런 후 지난 송년회에 참가하지 않은 박진선 인턴과 이경빈 인턴이 그녀 생애의 마니또를 하기로 자진했고 사건은 일단락 되었다.


‘눈물의 수료식’

이어서 마지막 순서가 진행 되었다. 이 순서가 있기 전 인턴들은 모두 ‘5년 후 자신에게 보내는 편지’를 썼다. 이 편지를 각자 돌아가면서 타입캡슐에 넣고, 각자 자신의 소회를 밝히는 것으로 수료식을 마무리 하는 자리였다.

이 시간을 한 단어로 줄여서 부르자면? ‘눈물의 수료식!’

못다한 말, 어쩌면 하지 못했을 말, 감사의 말, 아쉬움의 말.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모든 말들을 마지막에서야 쏟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을 보내 놓고도 아직도 그들에 대해, 서로에 대해 이렇게 모를 수 있었을 까 하는 정도로 다시금 인턴들의 면면을 볼 수 있는 자리였다. 헤어짐의 선에 서 있으니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몇몇 인턴들은 눈물을 쏟았다. 헤어짐 그 자체가 아쉬워서 흘리는 눈물은 아니었을 것이다. 더 잘해주지 못한 것이 아쉬워서, 자신에게 보내 준 그 사랑들이 너무 고마워서 흘리는 것일 테다. 그 눈물들을 보고 또 생각한다. 이렇게 착한 사람들 곁에 있었구나- 하고. 그리고 또다시 울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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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5 눈물의 여왕 인턴 김초희. 이날 “어우 나 주책맞아”라는 명언을 남겼다.>

 

각자의 소회가 끝난 후 분위기가 차분해 질세라 바로 포토타임이 시작되었고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은 후 뒷풀이 장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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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6 뒷풀이 장소 앞에서 마지막으로 찰칵!>


괜시리 짧게 느껴졌던 하루. ‘다시 만날거지?’ 라는 말을 되풀이 하면서도 아쉬움에 계속 뒤돌아 보게 되는 하루. 장 폴 리히터는 말했다. 인간의 감정은 누군가를 만날 때와 헤어질 때 가장 순수하며 가장 빛난다고. 그래서 한용운 선생님께서도 거자필반 회자정리라는 이유로 그녀를 쿨하게 떠나 보낼 수 있었던 것일 테다. 비록 입은 쓰고 두 다리를 떼긴 싫지만 어느 곳에서건 빛나고 있을 민변 9기 인턴들을 생각하며 또다른 만남을 준비해야겠다. 그리고 늘 기억해야겠다. 언제고 이때가 그리우면 우리들의 기억의 틈으로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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