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 와락 센터, 그리고 쌍용차 송전탑 고공 농성장 방문
12월 13일 목요일, 민변에서는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송전탑 고공농성 현장과 심리치유공간 와락을 찾았습니다. 일주일 동안 민변에서 법률상담을 함께 한 43기 사법연수원 노동법학회 연수생들과 함께한 지지방문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아시겠지만, 와락은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와 가족을 위한 심리치유센터입니다. 재취업이 어렵고, 가정불화, 우울감,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극심한 스트레스 등의 원인으로 사망자가 잇따르자, 정혜신 정신과 박사가 집단상담을 시작하였고, 그것을 계기로 만들어진 치유센터입니다. 와락에 들어가자 해고노동자 가족 분들이 둘러앉아 뜨개질을 하고 계시다가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다. 먼저 영상을 보고, 권지영 대표님의 말씀을 듣고 질문을 하는 순서로 간담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쌍용자동차 문제 대정부 질의를 위해 심상정 국회의원이 제작하고, 태준식 감독이 촬영한 동영상(과 ‘쌍용자동차 고의부도와 회계조작의 진실’이라는 영상을 보았는데, 말도 안되는 현실에 화가 났다가, 눈물이 났다가, 미안했다가, 나도 뭔가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가…. 모두들 조용히 몰입해서 영상을 감상했습니다. 영상이 끝나고 대표님의 말씀이 이어졌습니다. 대표님께서는 쾌활하고 분명한 목소리로 쌍용차 문제에 대해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정혜신 박사님이 사람들을 모아보라고 해서 모았는데, 처음엔 다 꺼려 했어요. 연락된 몇몇 가족이 모여서 둘러앉아서 집단 상담을 받는데, 그 덩치가 큰 장정들이 너무 힘들었다고… 정말 엉엉 울더라구요. 그런 모습 처음 봤어요.”
“처음에 해고 당하고 나서 저도 애아빠도 저도 집 밖에를 안 나갔어요. 평택이라는 동네가 작아서 서로 얼굴을 다 아니까. 다 비슷한 아파트에 사는데 같은 엘레베이터로 누구는 작업복을 입고 출근하고 누구는 그러지 못하니까…”
“처음에 박사님께서 아이들이 또래 보다 철들었다고 하시더라구요. 처음엔 그게 칭찬인 줄 알았는데 안좋은 거라고 하더라고요. 엄마 아빠가 항상 너무 불안해 보이니까. 엄마 아빠한테 말도 못하고.”
“우리 쌍차 노동자들이 얼마나 바보같냐면요, 공장을 단전, 단수 시켜버렸는데, 발전기 돌아가는 것 가지고 전등을 안켜서 깜깜한대서 기계에 온몸 다 부딪혀 가면서도 도료가 굳지 않게 기계를 돌렸어요. 도료가 한번 굳으면 다시 쓸 수 있게 하는데까지 엄청 오래 걸린대요. 그거 안 굳게 하려고… 다시 자기들이 바로 일할줄 알고….”
“의자놀이 수익금 기부를 받았는데, 필요한 집마다 쌀 이십키로씩을 돌리기로 하고, 해고노동자 연락처로 다 문자를 다 했어요. 그 어떤 때보다 제일 많이 답이 왔는데(웃음)… 쌀 이십키로씩 받고나서…. 그게 뭐라고 참…. 몇번이나 고맙다고 연락하시는 분들 보면서 참 마음이 안좋았어요.”
말씀하시다가 힘들었던 기억에 한번씩 울먹울먹 눈물을 보이기도 하셨는데, 그럴때마다 여기저기서 눈물을 감추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곧 와락에서 다시 좋은 방향으로 철이 없게 뛰어 노는 아이들, 뜨개질을 해서 고공농성하는 노동자와 다른 농성촌에 목도리를 보내는 엄마들의 이야기 등 희망찬 이야기들을 들으며 다시 웃음이 퍼졌고, 연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도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번 방문을 약속하면서 와락을 나와 고공농성장으로 향했습니다.
12월 13일, 24일차로 접어든 평택 쌍용차 공장 앞 송전탑의 고공농성. 송전탑 아래 도로변에 둘러앉아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 김정운 조합원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추운 날씨에 신문지와 나무로 불을 피우고 계셨는데, 눈처럼 내리는 신문지 재를 맞으면서 진지하게 말씀을 듣고 질문도 했습니다. 그리고 마이크로 송전탑 위와 연결해 한상균 전 지부장, 문기주 정비지회장, 복기성 비정규직 수석부지회장과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해고노동자 복직”과 “쌍용차 국정조사”를 목적으로 올라가 계신다는 힘찬 말과 함께, 송전탑 위의 소소한 생활 이야기, SNS 적응기도 말씀해주셨습니다. 이제 송전탑 위의 생활도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며 오랜 시간도 거뜬히 버틸 수 있다는 말씀을 들으면서 조금은 마음이 놓이는 동시에, 하루빨리 기쁜 마음으로 내려오실 수 있어야 할텐데 하는 착잡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우리도 ‘지금 와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힘차게 ‘투쟁’을 외치며 조금이나마 송전탑 위까지 에너지를 전해드리려 노력했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헤어지는 그 순간에도 투쟁하는 해고노동자와 조합원분들은, 퇴근 시간 자동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기억하고 함께 하자’, ‘오늘 하루도 수고하셨다’ 며 차가 달리는 도로를 향해 외치고 있었습니다.
와락에서 본 영상 중 가장 마음에 남는 말. 그리고 송전탑 위를 향해 드렸던 말. “뒤늦게 알아서 미안하다. 이제와서 미안하다. ” 쌍용차 문제 뒤에는 복잡하고 거대한 정치의 문제, 법리의 문제, 회계 부정의 문제가 있습니다. 정부가, 사법부가, 쌍용자동차 회사가 이 문제를 바로잡기를 바라고 있는다면 그 해결까지도 막막하고 복잡할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이번 방문을 통해, 더 어려울수도 있지만 또 가장 간단한 해결책을 깨달은 것 같습니다. 해고노동자와 그 가족들에게 가장 힘이 되었다고 했던 말, 민변의 방문을 통해 전해들었던 메시지입니다.
“그냥 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으면 그러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요. 미안해요. 함께 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