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 2012년도 인권보고대회 스케치
MB정부 5년이 이제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그와 동시에 대선의 열기로 대한민국은 뜨겁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 땅에는 그 뜨거움도 닿지 못하는, 최소한의 인간답게 살 권리 조차 보장 받지 못하는 회색 그림자들이 도처에 널려있습니다. 민변은 MB정부 지난 5년 간 대한민국의 인권 실태를 보고하고, 반성하고, 더 나아가 발전적인 대책들을 도모할 수 있는 자리를 가져보고자 하였습니다. 12월 11일, 늦은 아침 9시. 북적북적 반가운 눈인사들과 가벼운 악수들 사이 속에서 역설적으로 진지함이 감돌았던 것은 모두의 기분 탓 만은 아닐 겁니다.
김도형 사무총장님의 개회선언과 장주영 회장님의 개회사, 인권재단 ‘사람’의 박래군 상임이사님의 축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인권보고대회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오전 1부, 2부에서는 시각적인 자료들과, 각 분야의 인권상황 대담을 통해 전반적인 인권 상황에 대한 보고의 시간을 가지고, 오후 3부, 4부에서는 용역폭력 이슈와 과거사 이슈를 집중 조명하는 시간을 갖는 것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제 1부. 위은진 변호사님의 진행으로 각 12가지의 분야에 따라 2012년도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인권 상황을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 분야에도 여러 사례가 있는 이유로 어마어마하게 많은 인권 침해 사례들이 보고 되었습니다. 정말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보고가 겨우 마무리 되어가는 것을 보며 장내에 계셨던 많은 분들이 웃음 아닌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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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간인 불법사찰의 전모
2. 사법 분야
3. 언론 인권 분야
4. 노동분야
5. 환경 분야
6. 교육 청소년 분야
7. 민생경제 분야
8. 소수자 인권 분야
9. 외교-통상 분야
10. 국제 인권 분야
11. 한반도 평화-통일 분야
12. 여성인권 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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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부는 ‘민간인 불법사찰’, ‘4대강’, ‘경제민주화’ 이 3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인권상황 대담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회는 김칠준 부회장님이 맡아주셨고, 각 분야별로 김남주 변호사님, 김성진 변호사님, 최강욱 변호사님이 발제를 맡아 주셨습니다.
짧막한 점심식사 시간을 가진 후, 이어지는 3부에서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2012년도의 디딤돌 판결, 걸림돌 판결을 살펴보았습니다. 각 분야에서 최고의 디딤돌 판결, 아차상, 최악의 걸림돌 판결 등을 보았는데, 부디 내년 인권보고대회에서는 디딤돌 판결이 걸림돌 판결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지는 상상을 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진행에는 이유정 변호사님이 맡아주셨습니다.
다음으로 4부의 집중 조명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SJM 관련 용역폭력의 실태에 대한 동영상을 우선 시청했습니다. 점심 시간 이후의 2시. 모두가 조금은 나른해 질 무렵의 청중들의 경각심을 불러 일으킬 수 밖에 없는 처참한 그 당시의 상황이 보여지자 장내에는 다시 긴장감이 느껴졌습니다. 동영상 시청 이후 용역폭력 실태에 관한 증언, 용역폭력에 의한 노동권 침해 실태, 용역폭력의 구조적 문제, 그리고 이것들을 규제할 법 제도적, 사회적 대안까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최은실 노무사님의 사회를 바탕으로 박치현 변호사님, 윤지영 변호사님, 박진 활동가님의 진행이 이어졌습니다. 법치주의 국가 대한민국. 헌법으로도 규정된 노동 3권이 너무나도 쉽게 유린되고 짓밟혀 지는 지금의 이 상황. SJM 뿐만 아니라 유성기업, 발레오전장 등 도처에서 이러한 일이 자행되었습니다. 비록 SJM 노동자들을 유린한 CONTACTUS에 대한 경비업체 허가가 취소되었다고 할 지라도, 잠시 이러한 용역폭력들이 자취를 감춘 것 같이 보일지라도 아직도 우리 사회의 곳곳엔 노조파괴를 목적으로 한 노무법인, 법무법인이 버젓이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압니다. 그것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실행되지 않는 한 2013년에도 이러한 용역폭력은 다시금 재발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어지는 집중 조명 시간에서는 ‘끝나지 않은 과거사’라는 주제로 각 시대와 관련한 인권 침해 사례들에 대해 살펴보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전체 사회에 김진국 변호사님이 수고해 주셨고, ‘일제시대의 인권침해’에 장완익 변호사님, ‘한국전쟁 이후의 인권침해’에 이상희 변호사님, ‘유신 및 군사독재시기의 인권침해’에 조영선 변호사님이 발제를 맡아주셨습니다. 토론은 김동춘 교수님께서 수고해 주셨습니다.
비록 과거에 있었던 일이라고 할 지라도 ‘끝나지 않은’ 이란 수식어가 보여주듯, 지금도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언제 끝날 지 모르는 ‘ing’ 형의 문제. ‘ing’가 ‘-ed’가 되기 위해선 과거에 대한 확실한 반성과 확실한 역사관의 확립, 그리고 당사자들에 대한 보상 문제 등 많은 숙제들이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란 없다.’라는 유명한 말이 있지요. 차기 정부에선 보다 적극적인 마인드로 후퇴된 과거사 문제에 대한 확실한 정리를 요구하는 바입니다.
오늘의 마지막 순서. 역대 법무부 장관을 지내셨던 강금실 변호사님의 강연입니다. ‘헌법을 생각한다. 여성-생명-권력을 중심으로’라는 주제 아래 연사님의 인기 덕택인지 더 많은 청중 분들이 자리를 함께해 주셨습니다. 평소에 여성문제에 관심이 많으시기로 소문난 강금실 변호사님의 강연은 조금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문제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자리가 아니였나 생각됩니다. 시간 관계상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습니다만 영화나 책 속의 ‘열린 결말’ 처럼 보다 깊은 사색을 가능하게 끔 한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코 끝이 시린 것조차 겨울 냄새가 나는 것이라 감상적인 착각을 하게 되는 하루하루 이지요. 머플러를 뒤집어쓰고, 넘어지지 않을까 조심조심 걷게 되는 이 겨울의 한복판에서 2013년을 맞이하는 민변인들의 마음 또한 조심스럽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5년이라는 겨울을 지새웠습니다. 앞으로도 봄이 올 수 있을까? 라는 물음조차 조심스럽습니다. 하지만 어떤 계절이 다시 닥쳐온다고 하더라도 민변의 가슴은 뜨거울 것입니다. 점점 더 두꺼워지는 ‘한인권보고서’. 내년에는, 내후년에는 좀더 얇아졌으면 하는 자그마한 바램으로 ‘2012년도 인권보고대회’ 스케치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