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5년 동안 대한민국은 ‘시민을 고소하는 나라’가 되어버렸다.
민변 인턴 인터뷰어(출판홍보팀 9기 이광훈, 이경빈, 박진선 인턴)이들은 최근 출간된 『시민을 고소하는 나라』(스토리플래너) 의 저자 구영식 기자(오마이뉴스)를 만났다. 젊음의 거리 홍대. 저녁나절 북적거리는 젊은이들 속에서 진행된 인터뷰는 유쾌했다.
민변 인턴(이하 ‘민변’) : 항상 인터뷰어로 지내왔을 텐데, 입장이 바뀌어 인터뷰이로 있는 느낌은.
구영식 기자 (이하 ‘구’) : 기자들은 항상 인터뷰어가 된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인터뷰이가 되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낯설고 긴장된다.
민변 : 한 달 전에 『시민을 고소하는 나라』가 나왔다. 어떤 내용이 담겼나.
구 : 이명박 정부 5년 동안에 있었던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사건을 다룬 책이다. MB 정부 출범 이후 표현의 자유 사건을 변론했던 변호사들을 인터뷰했다. 책을 직접 보면 알겠지만, 지난 5년 동안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서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사건이 어떻게 시작돼서 어떻게 해결되었는지, 그 사건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민변 : 책을 쓰면서 특별히 신경 썼던 부분이 있나.
구 : 단행본을 전제로 한 인터뷰였기 때문에, 질문들을 최대한 섬세하게 짜려고 노력했다.
민변 : 본격적인 책 내용으로 들어가 보자.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예를 들어 조선일보 지면에 실렸던 동성애 반대 광고처럼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드러내는 기사나 표현들도 표현의 자유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구 : 물론이다. 그런 의견이나 표현도 표현의 자유로서 인정되어야 한다. 혐오의 표시나 사실관계에 오류가 있다고 해서 표현의 자유가 부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런 내용들에 대해서는 반대 광고를 통해서, 공론의 장을 통해서 얼마든지 수정의 과정을 거칠 수 있는 것 아닌가.
민변 : 만약 보수단체가 진보언론, 예를 들면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에 대해 불매운동이나 안티운동을 한다고 한다면 어떻게 생각하나.
구 : 당연히 할 수 있다. 진보진영에서도 조중동 불매운동이 있었고, 칼럼도 쓰지 말자는 움직임이 있었다. 보수진영에서도 당연히 그러한 불매운동이나 비판이 가능하다.
민변 : 책을 보면서 느꼈던 건데, ‘장자연 리스트’ 사건에 대해서 담당변호사였던 이재정 변호사 자신도 자기도 모르게 조선일보 방사장의 실명을 거론하는 것이 아니라 ‘유력 일간지’라는 표현을 써가며 자기 검열을 하고 있었더라는 구절이 있다. 이 변호사가 ‘자기 검열’의 벽을 넘어서야 된다고 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자기 검열을 하고 있던 셈’이라는 반성이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자기 검열’이 굉장히 무섭게 다가오는데 언론인으로서 그에 대한 생각을 묻고 싶다. 기자로서 ‘자기 검열’의 경험을 한 적이 있나.
구 : 이명박 정부에서는 없었다. 오히려 민주정부인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민주정부를 비판한다는 것에 대해 일종의 ‘같은 편’이라는 인식이 작동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비판의 강약이 조절되는 경우가 아주 가끔 있었다.
민변 : 개인적 경험을 떠나 동료 기자들은 자기 검열의 문제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것 같나.
구 : 언제나 느낄 수 있다고 본다. 법적인 문제 제기나 소송에 대한 두려움 같은 것들 때문에 기사를 익명으로 한다던가, 기사 톤을 ‘다운’시킨다던가 하는 것들이다. 상당수의 기자들이 그런 식의 자기검열은 꽤 경험했을 것으로 본다. 이명박 정부는 상대를 가리지 않고 명예훼손 소송을 남발했다. 그런 상황에서 일종의 두려움 같은 분위기가 항상 기자들 뒷덜미를 잡았을 법하지 않은가.
민변 : 개인적으로 현 정권에서는 오히려 자기 검열이 없었다고 했는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구 : 유독 내가 겁이 없어서 자기검열이 없었다는 말은 아니다. 나도 내 기사에 등장하는 사람들로부터 고소, 고발을 당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은 존재한다. 하지만 의식적으로 자기검열을 하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민변 : 예전에도 책을 낸 적이 있지 않나.
구 : 작년에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책보세)이라는 책을 냈다. 검사나 ‘스폰서’의 실명이 그대로 들어가 있는 책이다. 그때 책을 내면서는 ‘실명 거론된 검사들이 고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럼 차라리 해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그런 고소로 인해 저자들이 책에서 문제 삼고자 했던 검찰의 문제가 이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5~60명 정도 실명이 거론됐는데도 불구하고 어느 검사도 고소를 하지 않았다. 대검에서 대응하지 말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아마도 검찰에서 책 내용으로 이슈가 되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민변 : 이번 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언론의 역할’이다.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인데, 현 정부 들어 새삼스레 그런 말이 나오는 현재 언론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장자연 리스트 사건이 터졌을 때, 몇몇 매체를 제외하고는 어느 매체도 리스트에 거론된 인물들에 대해 실명거론을 하지 않았다. 이 정도라면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이 부족하다는 반증이 아닌가.
구 : 언론이 실명을 거론해지 못했던 것은 ‘귀찮아 지기 싫다’, ‘이슈 만들면 됐지’라는 분위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공적인 사건, 공적인 인물에 대해서는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기자들에게 좀 더 용기가 필요했던 사건이었지 않나 싶다.
민변 : 이재정 변호사와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언론사끼리 ‘침묵의 카르텔’, ‘동업자 카르텔’이라는 말이 나오는데, 정말 이런 것들이 존재하나.
구 : 존재한다.
민변 : 진보언론에서도.
구 : 그렇다. 예를 들어 같은 취재원을 취재하는 출입기자들끼리 같이 밥 먹고, 같이 기사 쓰고, 같이 지내다보면 일종의 동료의식이 생긴다. 실명 거론해도 될 것을 익명으로 쓴다던지, 톤다운 시킨다던지 하는 것들이 비슷하게 발생하게 된다.
민변 : 보수 언론과 진보 언론 사이에 어떤 차이가 존재한다고 느끼나. 데스크나, 위계구조 같은 것에 차이를 느끼는지.
구 :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인터넷 언론사 빼고는 출입처 제도가 있기 때문에 비슷할 것이다. 구조상으로 봤을 땐 비슷해 보이지만 좀 더 들어가 보면 기사에 대한 선택이라든지, 어떤 기사를 키운다든지 하는 이슈에 대한 접근 방식이 조금씩은 다른 것 같다.
민변 : 오마이뉴스는 인터넷 언론이다. 다른 일간지와 차별화 되는 점을 꼽자면 어떤 것들이 있다고 보나.
구 : 20세기 기자들의 표준은 뉴스를 생산하는 직업적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오마이뉴스는 이런 20세기의 표준을 21세기의 표준으로 바꿨다고 보면 된다. ‘스스로 뉴스를 생산할 수 있다’라는 패러다임의 전환 말이다. 시민 저널리즘이라고나 할까. 오마이뉴스 이후에 일반인들이 기자로 등장하는 사례들이 많아졌다.
민변 : 예전에 기획기사로 보수와 대화하는 작업을 하셨는데. 진보 진영에 대해 노골적으로 혐오를 드러내면서 보수우파를 자처하는 사람들과도 ‘대화’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구 : 기자는 ‘잡식’이라 새로운 흐름이라고 보면 취재할 수 있다. 노골적 보수 우파의 문제는 어떻게 보면 진보가 성찰해야할 부분이라고 볼 수도 있다. 진보가 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일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해 보아야 한다. 보수 우파 중에는 사회 경제적 위치가 열악한, 예를 들면 비정규직이거나 실업자들 같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 사람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다 보니까 진보를 불신하게 되는 것 아닐까. 두 번이나 민주정부가 집권했는데, 자신의 삶이 나아지지 않으니 진보가 무능하다고 보는 것 같다. 물론 이런 논리에는 보수 언론의 동조가 있었지만, 진보 쪽에서도 한번쯤은 고민해 보아야 할 부분이다.
민변 : 인터뷰 준비를 하면서 수상 내역을 보니 육사 출신 현역 대위의 MB 모욕죄 기소 사건을 취재한 건이었다. 그 사건의 취재에 착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구 : 『시민을 고소하는 나라』 단행본 인터뷰를 하면서 얻은 정보가 취재 착수의 계기가 됐다. 첫 재판에 참석하기도 하면서 기사를 썼고, 엄청난 이슈가 됐다.
민변 : 좋은 언론인의 표본이라고나 할까, 기자로서 갖추어야 할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구 : 처음부터 기자가 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군대 갔을 때 제대로 책을 읽을 수가 없었고 문자의 결핍을 느꼈다. 그러다보니 문자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되고, 기자를 생각하게 되었다. 기자하면서 제일 좋은 것은 내가 기자가 아니었다면 만날 수 없는 여러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자는 사람과 세상사에 관심이 많아야 한다. 호기심이라고 할 수도 있고, 휴머니즘이라고 할 수도 있다. 사람에 관심을 갖는 것, 그게 제일 중요할 것 같다.
민변 :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오마이뉴스의 ‘사실검증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구 : 오마이뉴스는 대선 관련 공약검증팀을 운영하고 있다. 내가 맡고 있는 것은 ‘사실검증팀’인데 ‘오마이팩트’라고 브랜드화했다. ‘팩트 체킹’(Fact Checking)이라고 하는 것인데, 우리가 ‘팩트 체커’(Fact Checker)가 되는 것이다. 외국에는 팩트 체킹만 전문적으로 하는 단체도 있다. 예를 들어 어느 후보가 “OECD 평균 노인 빈곤률”이 15%라고 했는데 실제로 찾아보니 13.5%라면, 검증기사를 내보낸다. 독자 입장에서는 ‘15%나 13.5%나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확히 따지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후보 토론을 할 때 ‘팩트 체커’들이 동시에 실시간 사실검증을 하며 곧바로 기사를 올리기도 한다. 우리도 선관위 공식 토론회 때 실시간 팩트 체킹을 해볼까 검토 중이다.
민변 : 인터뷰를 마치면서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구 : 세상사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이라면 보수매체, 진보매체라는 선입관이나 편견을 갖지 말고 이쪽, 저 쪽 매체를 비교해가면서 무엇이 맞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진영에 따라 편식할 것이 아니라, 알맹이를 보는 것이 중요하다. 한 쪽만 보면 외눈박이가 되고, 대화를 하지 않으려 하게 된다. 나도 그런 경우가 있었다. 균등하게 보면 균형감을 가지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배려할 수 있는 관용 능력을 가질 수 있다. 사람간의 관계를 맺는데 있어서도 대화가 중요하지 않나. 관계를 맺고,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언론 보기가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