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100人 청구인단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 후기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100人 청구인단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 후기
글_9기 인턴 장현진
지난 10월 9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투표시간 연장 100인 청구인단 헌법소원 청구’ 민변 기자회견에 다녀왔다.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직 학생인 나에게는 투표일은 공민권을 행사하는 날인 동시에 쉬는 날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렇기에 투표일에는 모처럼의 여유를 즐기며 느지막이 일어나 모자를 눌러쓰고
6시가 되기 전에 근처 투표소에 다녀와 밤에는 개표방송을 지켜보는 식이었다.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던 날, 투표를 하기 위해 투표소 위치와 투표 종료시각을 알아보면서 투표가 6시에 종료된다는 사실에 의아했던 기억이 난다. 분명 투표일에도 출근하는
사람들이 있을 텐데, 6시면 퇴근하고 투표하기에는 너무 촉박한 시간이 아닐까? 라는 의문이었다. 현재 공직선거법 제155조 제1항에서는 선거권 행사시간을 일률적으로 저녁 6시로 한정하고 있다. 민변에서는 이 공직선거법 조항이 국민의 주권이자
기본권의 하나인 선거권을 제한한다고 판단하였고 이에 국민 100인과 함께 공직선거법 제155조 제1항의 위헌성을 확인하는 헌법 소원 및 효력정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하였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투표 개시 오전 6시, 종료 오후 8시‘라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될 뻔 했으나 무산된 이후로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높은
관심만큼 방송사부터 신문사까지 많은 언론 매체들이 기자회견에 참여하였다.
먼저, 헌법소원 대리인 박주민 변호사님께서 헌법소원 취지에 대해 발언하셨다. 우리나라의
투표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해왔으며, 이러한 낮은 투표율은 대의민주주의의 현실에서 정치권력의 정당성 부여에도
심각한 문제를 가져온다. 2010년 국회입법조사처, 중앙선관위의
조사, 한국정치학회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선거에 참여하지 못한 이유로 참여가 불가능한 현실적인 상황, 개인적인 일 또는 출근 등을 든 이들이 많았다. 즉, 오늘날의 투표율 하락은 선거권자 개인의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 제약 그리고 지나치게 제한된 선거권
행사시간에 큰 영향을 받는 것이다.
이어 헌법소원
청구인 당사자 발언이 있었다. 발언자로 참여하신 서상철 씨는 건설노동자이다. 보통 새벽 5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공사가 바쁠 때는 밤 9시까지 일하신다. 휴일은 한 달에 고작 3번이며 쉬는 날에는 피로 때문에 하루 종일
자야만 한다고 하셨다. 또 다른 발언자 홍성우 씨는 호텔에서 서비스업에 종사하신다. 서비스업에는 주말과 공휴일이 따로 없고 교대 일정에 따라 출근 시간도, 퇴근
시간도 매우 유동적이다. 쉬는 날이 우연히 겹친다면 모를까, 선거일에는
물론 쉴 수 없고 새벽 근무가 있는 날이라면 투표가 아예 불가능하다. 홍성우 씨께서는 다른 서비스업
종사자들 중에서도 자신과 비슷한 입장에 처한 분들이 많을 것임을 강조하셨다.
서상철 씨와
홍성우 씨 뿐만이 아니다. 헌법 소원 관련 서류 준비를 도우며 선거권을 행사하고 싶어도 국민의 당연한
권리를 누릴 수 없는 사회 곳곳의 목소리를 들었다. 휴일에도 쉴 수 없는 아르바이트생, 비정규직, 가게를 비울 수 없는 자영업자, 휴일이 유동적인 직종에 종사하는 노동자, 파견직 노동자, 거주지와 회사가 멀어 도저히 투표 시간에 맞출 수 없는 사람들, 어린이집이
쉬는 날이라 아이 때문에 투표소에 가기 어려운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었다. 민변에서는 인터넷 공개모집과
민주노총, 청년유니온과의 협력을 통해 투표를 하고 싶어도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는 이들의 목소리를 사회
곳곳으로부터 모았고 이번 헌법소원에는 그 100명의, 100개의
이야기가 담겼다.
공직선거법
제 155조 제1항은 선거권 행사시간을 저녁 6시로 한정하여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인정했던
바와 같이 선거권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도 깊은 연관이 있기에 이 법률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 역시 침해한다. 또한, 이는 특히 근무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비정규직, 대체할 사람 없이
장시간 노동을 해야 하는 자영업자 등에게 특히 더 제약으로 다가오기에 평등권을 제한한다. 그리고 선거를
통해 국민의 주권을 행사할 기회를 박탈당함으로써 행복추구권 역시 침해당한다.
물론 사회
일각에서는 투표시간 연장의 비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그러나 투표시간을 2시간 정도 연장하는 데에는 100억 원(중앙선관위 주장/국회 예산처 주장으로는 31억)의 비용만이 소요되며 이는 최근 도입된 재외국민 투표 소요
비용인 530억, 원양업 종사 선원을 위한 선상투표의 비용 20억 원에 비하면 그다지 많지 않은 비용이다. 헌법상 기본권인 국민의
참정권 보장이 비용 절감이나 행정 편의보다 훨씬 중요한 공익이라는 점에는 모두들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해왔지만 공직선거법의 법률조항은 1971년 이래 41년
동안 바뀌지 않았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의사를 정치에 반영할 수 있는 대표자를 뽑을 수 있도록,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는 낡은 공직선거법은 이제는 정말로 바뀌어야 한다.
헌법소원 청구
서류를 제출하고 헌법재판소를 나오며, “낮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을 보살피는 대통령을 뽑고 싶다는 마음에서
하루 일당까지 버리면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라는 서상철 씨의 발언이 귓가에 맴돌았다. 헌법재판소가 이 목소리에, 사회 곳곳에서 전해 온 100인 청구인단의 목소리에, 아니 국민의 목소리와 이 시대의 목소리에
진정으로 귀 기울이기를 기대한다.
(이 글은 「투표시간 연장 100인 청구인단 헌법소원 청구 민변 기자회견」 자료를 참고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