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다른 별에서 온 마녀! 변호사 적응기-정소연 변호사 인터뷰

2012-09-28 691

다른 별에서 온 마녀! 변호사 적응기-정소연 변호사 인터뷰


인터뷰_유신혜
변호사

정리_유신혜
변호사, 9기 인턴 이광훈, 9기 인턴 성준후


 

민변만나서 반갑습니다. 보통
중견급 변호사님이나 외부 인사분들 중 유명한 분들을 인터뷰 했었는데, 작가활동을 활발히 하시면서 변호사까지 하시는 다채로운 경력의 소유자다보니 특별히 인터뷰를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민변에서
인터뷰하게 된 로스쿨 출신 변호사 1호이신데, 소감이 어떠한지? (웃음)

 

아 정말요? 처음
알았어요. (웃음)
일단은영광이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민변 전공이 철학과 사회복지학인데, 작가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작가가 된 것은 전공과는 크게 상관이 없었어요. 그냥 당시에 인터넷에 글을 번역해서 좀 올리고 있었는데, 어느 출판사에서
번역해서 한국에 나왔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을 추천하라는 이벤트를 열었어요.

그래서 제가 꼭 내고 싶었던 책이 있어서, 한국에서 그 책을 번역해서 내 보는 것은 어떨까 출판사에 제의하는
과정에서 번역도 제가 하는 걸로 결정이 되었어요. 그때부터 번역을 하면서 번역가로 먼저 시작을 하였구요. 그때까지만 해도 소설을 쓸 생각은 해 보지 않았어요. 그냥 그 다음에
어느 날, 작품 하나를 썼는데 그 작품이 상을 받게 되어서 엉겁결에 그냥 소설가가 되었네요.(웃음)

 

민변 지금까지 몇 권의 책을 출판했는지요?


번역서 9, 단편집 참여 6권 정도인 것 같아요. 그때 출판사에 추천했던 책이‘노래하던 새들도 지금은 사라지고’인데 2005년에
나왔다가 지금은 절판되었고요(웃음) 내용은, 어떠한 환경적 이유로 인간들이 더 이상 출생하지 않아 인구가 급속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한
집안이 자신들의 자손들을 복제하겠다고 나서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예요. 이렇게 얘기하면 굉장히 실험이나
과학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을 것 같은데, 꼭 그렇지 않고 일종의 사랑이야기에요.

 

민변 이 책에 대해 어떻게 알게 되었고, 또 특별하게 관심을 가진 계기는 무엇인지요?

 

그냥 음……아름다운
사랑이야기라 좋아했어요. 원래 과학소설을 좋아해서 여러 가지 작품들을 많이 읽었는데 그 중 하나였어요.

 

민변 단편집에도 참여했다고 말씀하셨는데 본인 작품에 대해서
설명을 좀 부탁드립니다. 특정 주제가 있는지, 있다면 그러한
주제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주제라……데뷔
작품이 ‘우주류’라는 글인데요. 바둑에 우주류라는 기법이 있어요. 보통
바둑은 귀퉁이에서부터 시작에서 중앙으로 뻗어나가는데, 그와는 약간 다르게, 우주류는 판의 중앙을 활용하는
기법 중에 하나예요. 내용은 주인공이 소녀 때부터 우주비행사가 되고 싶었는데 어떤 이유로 좌절했다가
다시 꿈을 찾는 내용이에요. 주제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소수자성이 있는 것을 특별히 선택하지는 않았는데, 지금까지 쭉 써오다보니 그런 작품들을 주로 써온 것 같아요. 처음에는 눈치를 못 채고 그냥 썼는데, 나중에 보니 그런 방향성이 있더라고 주변에서 말씀해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말을 듣고 시간이 지나서 제가 다시 제 작품들을 보니까, 무언가 소수자성이 있는, 다른 삶의 이야기들을
쓰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스스로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이후로는 글 쓸 때 신경을 쓰고는 있어요.

 

민변 주제를 어떻게 선정하는지요?

 

작가마다 다르겠지만 누구는 가상의 설정에서, 누구는 특정 시대부터 정하고……인간의 감정에서 출발해 서술하는 분들도
계실테고요. 저는 관계에서 출발하여서술하는 스타일이에요. 제가
스스로 소수자의 삶을 주제로 한 것을 알지 못했던 이유이기도 해요. ‘우주류’도 장애라는 이슈를 다룬 작품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 작품은 제게는 어머니와 딸의 관계에서 시작한 소설이거든요.

‘독재자’라고 독재를 소재로 한 단편집이 있는데, 그 단편집에 ‘개화’라는 단편을 실었어요. 그 작품도 저는 독재라는
설정에서 출발한 게 아니라 자매관계라는 관계에서 시작했어요. 그래서 주제 선택에 대해서는
지금도 스스로 잘 모르겠어요.

 

민변 인간의 관계를 소재로 쓰기 시작하신 특별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질문이 너무 어렵네요.(웃음) ……정말 잘 모르겠어요. 그냥
제가 그런 글을 쓰는 작가인 것 같아요.

 

민변 이렇게 작가를 하시다가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요?

 

왜 그랬을까요……(웃음), 법학적성시험을 치기 전인 2007년 한 해에 제가 책 세권을
한꺼번에 발표했어요. 굉장히 보람 있었고 작품에 애착도 많이 갔고 스스로도 자랑스러웠어요. 저는 번역을 할 때 책을 신중하게 선택했어요. 어떤 이슈가 한국에서 보다 많은 고민들을 필요로 하는지를 생각하면서 번역을
할 책을 선택했어요. 저는 이것이  일종의 사회활동이라고 생각했어요.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책 안에 들어있는 이슈들을 다시 한 번 고민해보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2008년 즈음에 좀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 책을 번역하고 그것을 독자가 읽고 그 이슈에 대해 생각하는 과정은 굉장히 멀어요. 제가 글을 쓰거나
번역한 이후에, 책은 다양한 과정을 거쳐서 독자에게 전달돼요
. 편집자가 다시
읽고 수정하고
, 인쇄를 하고, 배본을 하고, 독자가 서점에 가서 그 책을 사서 읽은 다음, 그 내용에 대해 고민을 할……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죠. 이런 여러 가지 과정을 거친 후 마지막 지점, 그 독자의 고민이 있는 시점은 이미 내가 한 일이라고 할 수 없는 단계라고 생각했어요. 물론 보람은
있었지만, 이 정도로는 ‘제가’ 무엇인가를 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그래서 그 때쯤 좀
더 삶에 가까운 활동, 더 직접적인 행동을 하고 싶었어요. 사회복지대학원과 로스쿨 중에 고민하다가 로스쿨을 결정하게 되었죠. 공부를 일단 좀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 원래 로스쿨의
취지가 여러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법을 가르쳐 변호사로 양성하는 것이니까, 그런 다양성에 관련된
취지를 진심으로 믿었어요. 그래서 덕분에 1학년 때 공부가
힘들어서 엄청 고생을 했어요.(웃음)

 

민변 – NGO활동을 하신다고 얘기를 들었는데, 언제부터 활동을 하셨나요?

 

로스쿨 1~2학년
, 이주여성 관련된 곳에서 한국어교사를 했어요. 물론 그 이전에도 학부전공이 사회복지학이니 전공실습과 봉사활동을 해 보기는 했지만, 다른 봉사활동과는 조금
다른 의미에서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고 느끼게 된 것은 지역의
이주여성 단체에서 활동하면서부터였던 것 같아요.

 

민변 특별한 관심을 가지는 주제가 이주여성 문제인가요?

 

, 이주여성 뿐 아니라 전반적인 인종차별 문제요. 특히 올해, CERD
갔다오면서 이주여성 뿐만 아니라 이주노동자나 난민 문제에 대해서도 굉장히 관심이 많이 생겼어요.

 

민변 – CERD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 주실 수
있는지요?

 

– UN에 인종차별철폐 협약이 있어요. 우리나라도 이 협약을 비준했기 때문에, UN에서 우리나라가 잘 이행하고
있는지 심의를 해요. 4년에서 5년마다 한 번씩 심의를 받는데, 올해가 한국정부의 이행상황 심의를 받는 해였어요. 그래서 국가에서 제출한 정기 보고서가 있고, 그 다음에 여러 NGO에서도
보고서를 제출해서, 그것을 전문가(expert)라고 불리는 위원회원들이 평가하게 된 거죠. NGO 측에서는 민변, 공감, 인권운동사랑방 등등 12NGO가 있었는데, 각자
담당 분야에 대한 보고서를 쓰고 그것을 취합해서 UN에 제출했지요.

 

민변 인종차별문제 전반에 대해서 관심이 있다고 하셨는데, 조금 국한된 주제로 질문하겠습니다. 사실 이주여성, 이주노동자, 난민 등과 관련 된 이런 문제들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도
많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단 필요하기 때문에 오는 사람들이잖아요. 이주노동자의 경우 그들과 우리나라로에게 필요가 있어요. 이주노동에 대한 수요가 있고, 공급이 오고요. 난민
같은 경우에는 상호적으로 필요한 것은 아닐 수도 있어요. 난민은 모국을 피해 안전한 곳으로 올 필요성이
있지만, 우리나라 차원에서는 그 난민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받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런 것을 보면 이런
문제를 상호 필요성으로 평가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어떤 이유이든지간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이런 사람들에 대해 ‘있어야 한다, 없어야한다’
이런 논쟁보다는, 이미 우리가 함께 있는데 어떻게 함께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고민을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민변 난민 문제가 참 어려운 게 인도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되는 게 맞는데 또 한편으로는 난민들의 경우 목숨을 걸고 오긴 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이들을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는지, 계속 받아줄 수는 없을 듯 한데 누구는 받고 누구는 안 받을 수도 없는 일이고, 과연 난민인지 아닌지도 가려내기 쉽지 않은 거 같습니다. 또 외국인이
다수 들어오면서 기존의 공동체가 깨질 수도 있는데…… 인도적 차원에서 난민들과 같이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이런저런 문제에 부딪치다보면 답이 안 나올 때가 많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단 난민 같은 경우에는, 세계적으로는 그 수가 많지만 우리나라만을 보면 많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오히려
우리나라의 경제적인 상황을 생각하면 우리나라로 들어오고 인정받는 난민의 수는 오히려 뜻밖에도 매우 적다고 생각을 해요. 공동체를
파괴할 만큼의 절대수는 되지 않는다고 봐요.

 

민변 난민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생계를 유지해야 할 텐데, 그렇다면 직업을 제공해야 할지, 제공해야 한다면 어떤 직업을 제공해야
할지 등의 문제에서, 갈수록 세계적으로 직업은 점점 줄어들고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이 계속되는데 어떻게
보면 자국민을 돌보지 못하면서 난민들을 받아들인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우리나라에 난민인정 신청을 한 분들이 4000명 정도라고 알고 있는데, 일단 그 정도의 숫자로 직업과 관련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해요. 난민에 관한 문제가 많지만, 기본적으로는 그 수 자체가 문제를 야기할 만큼 많아서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난민의 경우, 애당초 우리 사회에서 정확히 무엇이 문제가 되고, 어느 나라에서 얼마나 입국을
하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잖아요.
난민과 관련한 절차가 아예 미비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난민법도 이번에 제정이 되어서 내년에 발효가 될 예정이죠. 합당한 절차 안에서 이들이 인권침해 없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봐요. 그리고 난민을 어떻게 대할 것이냐의 문제는, 논쟁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이해와 합의의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민변어느 정책이건 어느 사안이건 간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데,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만 하고
막상 대안은 떠오르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또 제 경우에는 지금은 옳다고 생각을 하지만 어느
순간엔가 과연 그것이 옳았을까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러다보니 활동하는 데 있어서 선뜻 나서서 뭔가 하기 참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변호사가 되고 나서도 계속 활동가와 함께 하신다고 하셨는데, 변호사를 시작하는 현 단계에서 앞으로 어떤 변호사가
되고 싶으신지 묻고 싶은데요?

 

할 수 있는 것만 하는 변호사가 되고 싶어요.(웃음) ……그러니까
유 변호사님께서 앞서 말씀해주신 부분과도 닿아있는 것 같아요. 사람마다 인권감수성의 차이가 상당히 큰데, 그 때문에 좌절하기 쉬운 부분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기에
너무 중요한 문제가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지면 참 마음이 불편하고 힘들 수 밖에 없죠. 그런 어떤 감정적인 한계를 느꼈을 때, 그것을 넘어가려고 무리하지 말고, 한편으로는 그것이 끝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바로 그만두지도 말고, ‘아 그냥 이게 현실이구나, 아직
우리사회에 이 정도까지 수준의 합의는 되지 않았구나, 아니 이 부분에서는 나의 생각이 많이 부족하구나.’ 이렇게 생각하면서, 너무 무리하게 이상을 위해 싸우겠다는 식으로
접근하지 말고, 그냥 지금 이런 현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딱 거기까지만 하자, 조금만 조금만 더 노력하자, 이런
생각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호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민변 지금 개업을 준비하고 계신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진행 중인지?

 

일단 혼자 개업을 할까 생각중이예요. 하지만 혼자 개업을 하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많으리라고도 생각해요. 그래서 가능하면 현장 단체들과 연계해서 활동하는 방법들을 찾아보고 있고요. 지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정도인 것 같아요.

 

 

민변 변호사를 시작하시면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사건이 안 들어온다던가? 저는 제 무능과 실수로 인해 당사자에게
피해가 갈까봐서 그게 제일 걱정이었어요.

 

저도 비슷한 고민을 해요.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나는 당사자가 아니잖아요. 하지만 법의 영역으로
들어오면, 변호사인 내가 최대한 의뢰인을 보호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잘 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가장 좋은
방법을 찾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고민을 많이 해 봐요. 사회복지학 전공과도 관계되는 부분인데, 어떻게 해도 법으로 이 의뢰인을 보호할 수 없고 이 사람의 욕구, 니드(need)를 충족해 줄 수 없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어쩔 수가 없네요’ 이런 말로 그치지 않았으면 해요. 제가 활동하는 변호사라고 하면서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다고 느끼는 순간이 혹시 온다면, 의뢰인을 충분히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이것이 가장 큰 고민이예요.

 

민변정말 법이 바뀌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생각될
때가 있어요. 아마도 그래서 많은 민변 변호사님들이 입법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혹시 민변 변호사님들 중에서 멘토로 삼고 싶으신 분이 있으신지, 있다면
그 이유를 묻고 싶은데요.

 

아, 너무 많아요.(웃음) 딱 한분만 뽑으라면 역시 이소아
변호사님! 6개월 동안 이소아 변호사님 밑에서 지도를 받았는데 좋은 멘토이셨어요. 저는 ‘멘토’가 대체 뭔지 잘 몰랐는데, 이소아 변호사님을 만나고 ‘아, 멘토와
멘티가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 뿐만이 아니라
이 직업을 가지고 살아갈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가야하는가, 어떤 것들을 보아야 하는가, 어떤 때에 노력하고 멈추어야 하는가, 어떤 판단을 하고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어떤 길들을 보여주는가 등의 문제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어요.

 

민변_ 가정의 한 일원으로서,
작가로서, 제도를 바꿀 수 있는
변호사로서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데 현재의 삶이 행복한지?
앞으로 어떻게 행복하게 살고
싶은지요?

 

_  행복해요. 대한민국에서 태어나서 살면서 공부가 적성에 맞다고 느끼는 게 굉장히 어려운데, 다행히 저는 공부가 적성에 맞고
공부를 잘 했어요.(웃음) 제가 공부를 잘 하다보니, 제가
완전 음치인데도 음악시간에 그렇게 잘하지 않았어도 성의만 보이면, 노력도 안 하면 곤란하겠지만 노력만 하면 잘 하지 못해도 좋은 점수를 받았어요. 그런데 그런 경험
하면서 굉장히 부당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기회가 주어졌고, 운이 좋았어요.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잖아요. 무엇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지를 알아볼 기회가 없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냥, 이것은 공정하지 않아요. 세상은 공정하지 않아요. 하지만
공정하지 않은 세상에 내가 죄책감을 느끼는 것은 소용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제가 변호사로서 하고 싶은 일은, 이 사회를 더 공정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거예요. 운이 좋거나
내가 하려는 어떤 것이 마침 트렌드에 맞아 성공하는 게 아니더라도
,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찾을 기회를 갖고, 그 중 하나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길 원해요
. 실패를
용인하지 않고
, 한 번 실패하면 재기하기가 어렵고, 개인의
노력여부로 치부하는 사회가 아닌
…… 내가 지금 원하는 일을 원하는 자리에서 할 수 있을 기회를
얻었다면, 최소한 다른 사람들도 가능한 그런 일들을, 삶에서 가능한 이른 시기에 그런 기회를 만날 수 있게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민변_추천해주고 싶은 책이 있다면?

 

_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라. 제 책을 보세요. 번역본이랑 단편선 다 보세요. (웃음)프로 작가는 상품을 세상에 내놓은 거예요. 사람이 노동을 해서 번 귀한 돈, 그 사람의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들여서 보라고 글을 써서 내 놓았잖아요. 그러면서 남의 책 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아요. 작가의 독자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작품에 대한 예의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저는 전직을 한 것이 아니라, 작가에 더해 변호사라는 하나의 직업을 더 가졌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민변감명 깊은 구절은?

 

_ 책에서 읽은 감명깊은 구절은,  ‘여러 종류의 진실이 있는
거야. 그리고 우리의 진실이 그들의 진실보다 성숙하다는 건 단지 우리의 믿음일 뿐이란다.실비아 루이즈 앵달, <다른
별에서 온 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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