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인터뷰] 그을린 용산, 진실을 향한 두 개의 문 – 영화 ‘두 개의 문’ 김일란, 홍지유 감독 인터뷰

2012-07-26 293


  ‘그을린 용산, 진실을 향한 두 개의 문’
영화 ‘ 두 개의 문’ 김일란, 홍지유 감독 인터뷰




인터뷰_유신혜 변호사
사진_ 8기 인턴 최유라
정리_유신혜 변호사, 8기 인턴 김가람, 8기 인턴 최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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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김일란, 홍지유의 ‘두개의 문’ 이전 작품을 보면 여성주의적인 삶을 지향하고 있으며 새로운 성적 문화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엿보입니다. 그러나 ‘두개의 문’은 그 이전과는 조금은 다른 점이 있다고 보이는데요. 왜 이 영화를 제작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는지, 혹은 어떤 계기라도 있으셨는지?


 


연분홍치마와 올해로 9년째 여성 성소수자 관련 다큐멘터리 제작을 해오고 있습니다. 그것의 연장선으로 연분홍치마가 대중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일환으로 ‘두개의 문’을 제작하였습니다. 지금까지의 모든 다큐멘터리가 인권의 한 부분에서 이야기를 하였고 직접 인권의 현장에서 결합하면서 인권활동가들과 같은 시선과 주제를 갖고 제작을 하였습니다. ‘그들의 의지를 현장에서 느껴보자‘라는 의도로 제작해왔거든요.


 


두 개의 문도 같은 방식이었지만 지금까지의 영화들과 비슷하게 어떤 편견에 대한 도전이 있었습니다. 용산참사는 사람들이 많이 알고는 있지만 용산참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왜곡되어있거나 혹은 용산철거민에 대한 환경, 시선이 편견의 껍질 속에 있다는 것이 닮아 있는 것 같아요.


 


 


Q2. ‘두개의 문’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을 수면 위로 드러내는 것으로 영화를 감독하는데 어려운 결정을 하셨을 거라고 예상됩니다. 또한 관련 자료가 많지 않아서 제작하시는데 쉽지 않은 점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저희가 직접 인터뷰한 자료, 공판자료, 현장에서 취재를 했던 칼라 TV가 제공해 주신 영상자료 등이 모두 있었기 때문에 자료가 부족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어요. 오히려 제작 당시에는 관련 자료들이 충분히 많았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영화가 개봉되고 각종 매체와 인터뷰를 할 때마다 계속해서 비슷한 질문을 받아요. 처음 상영을 하고 난 직후, 어떤 기자분이 없는 자료 화면으로 영화를 부실하게 만든 것 같다는 평을 하셨더라구요. 하지만 생각하시는 것처럼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힘든 적은 없어요. 왜냐하면 ‘없다’라고 하는 부분 그 자체가 이미 중요한 메시지이기 때문입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별로 자료가 없다는 그 사실만으로는 제작과정에서 제약되는 부분도 없었어요. 오히려 자료가 없다는 점이 저희가 보여주고 싶은 용산참사에 대한 현실입니다. 자료 공개는 경찰들이 당연히 못해주는 것이니까요. 어떤 분이 공개된 삼천 쪽 분량을 왜 공개 안했냐고 질문을 하셨어요. 그 삼천 쪽이 재판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냐는 사실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부러 영화에 반영하지 않았던 것이거든요. 어떤 분들은 ‘경찰들과 왜 더 적극적으로 인터뷰를 하지 않았냐?’라고 물어보시는데, 물론 아쉬울 수도 있지만 저는 굳이 애를 써서 무엇을 더 밝히려고 하기 보다는 오히려 그 자체로 보여주는 것이 ‘누군가에 의해 정말 무언가 감추어져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함에 있어 더 사실적이라고 생각해요.


 


 


Q3. 위에서 증거자료가 충분히 많았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그 증거들 중에서 어디에 특히 중점을 두고 채택하셨나요?


 


그 현장을 설명할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증거이지요. 그런데 사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증거라고 하는 것이 각양각색입니다. 저희가 가장 주목했던 증거는 감정이었어요. ‘감정을 증거로 하자!’


 


법정에서 배심원을 뽑을 때 모든 증거가 누군가가 범인이라고 말해줘도 배심원들이 감정으로 ‘그 사람은 범인이 아닐 수 있다’라고 느낄 수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는 것입니다. 누전기록, 영상화면 자체를 제시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 상황에 증언하는 그들의 감정이나 그 상황을 바라보는 변호사들, 현장을 촬영하던 기자들의 감정, 무전을 통해 명령하는 사람의 방식과 목소리의 톤이라는 게 있잖아요. 저는 이런 감정과 미묘한 분위기를 포함한 모든 것들이 증거라고 생각해요.


 


 


Q4. 만약 경찰을 직접 인터뷰 하는 것은 어땠을까요? 그렇다면 더 용산참사의 왜곡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을까요?


 


물론 경찰이 직접 인터뷰를 해서 감정을 드러내는 것도 어느 정도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저희가 원했던 파급력은 다른 쪽의 파장이라고 볼 수 있어요. 한 경찰 특공대원이 작성한 진술서를 보여줌으로써 그 글에 담겨있는, 드러내지 못하는 진실을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직접 인터뷰를 하는 것보다 왜 그 사람이 그렇게 했을까? 무엇이 그를 통제했는가? 이러한 물음 등을 던지게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파장을 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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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5.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용산 참사를 다룬다면 농성자들의 입장에서 영화가 다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실제적으로는 경찰 특공대들의 입장까지도 영화에서 다루어지고 그들 또한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저를 포함한 많은 대중들이 두 입장을 객관적으로 나타내신 것 같다는 평을 하던데요.


 


객관적이라는 말 자체가 함정이 참 많은 것 같아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객관적이라는 표현은 눈금자처럼 균등한 간격으로 어떤 입장과 입장이 놓여있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모두가 ‘객관적이다’라고 생각할 때 그 모습을 상상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그 균형을 맞추어 나가는 과정에서의 편향성이야 말로 객관적이라고 생각을 해요. 균형을 맞추기 위해 어느 한 쪽에 힘을 싫어 편향성을 갖춤으로서 객관적으로 되는 것 같아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약자를 보면 보호해야겠다는 마음은 있지만 자신의 가치관 세계관들이 다 작동을 해서 판단을 하게 되는데 그 판단의 근거에 있어 갖고 있는 오류들이 있다고 봐요. 그래서 그 반대급부로 이야기를 하는 편향성이 있어야 이 영화가 객관적이라고 볼 수 있는 겁니다. 다시 말해 우리가 갖고 있는 판단의 근거들이 갖고 있는 오류와의 반대적 입장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균형을 맞추는 것이지요.


 


Q6. ‘두 개의 문’이라는 영화 제목에 대해 묻고 싶습니다. 단순히 망루로 향하는 두 개의 문이라는 뜻 말고, 또 다른 의미가 있나요?


 


다큐제작을 하면서 그날의 진압작전에서 ‘무엇이 문제이었는지’를 알리는데 필요한 상징적 의미중의 하나가 ‘두 개의 문’이라고 보았어요. 그러한 상징적 의미들의 고리가 하나씩 맞물려 연결되면서 다큐멘터리가 구성되어있습니다. 처음 이 사건의 발단에 있어 그 고리들은 작은 사실일수도 있지만 끝에서 보았을 때는 ‘의도된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라는 것입니다. 아무도 그 상황에서 대해서 진압 작전 전에 자세하게 몰랐고 진압 과정 속에서도 몰랐는데 왜 끝까지 진압에만 온 힘을 기울였던 것일까?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면 어느 순간에는 구조로 돌아섰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지요. 이러한 사고과정 속에 두 개의 문이 있었던 것입니다.


 


Q7. 용산참사를 영화로 상영하는데 있어서는 다양한 연출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왜 ‘두개의 문’은 용산참사가 발생한 ‘그 날’의 진행 상황에만 포커스를 맞춰 촬영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이 사건에 대한 1심판결을 보고 ‘다큐를 만들어야겠다!’ 라고 생각했어요.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재판에서 제대로 사실이 규명되지 않았으니 이 재판을 다시 재연해보자. 다시 한 번 이 사건이 발생했던 날로 되돌아가보자’는 거였어요. ‘사람들이 만약 그 날의 사건으로 다시 돌아가서 거기에 있었던 사람들과 같이 경험한다면 판사와 같은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이 영화의 전개순서는 1심 판결에서 김형태 변호사가 특공대에게 했던 질문의 순서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쟁점이라고 하는 부분이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사안들이고, 그 날의 사실관계와 관련쟁점들을 관객들이 접했을 때, 과연 법적판결과 우리의 판단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지 보고 싶었던 거죠. 더불어 용산참사 진상규명과 철거민들의 명예회복에도 주안점을 두었어요. ‘그들은 범죄자가 아니고 테러리스트가 아니다.’ 이 모든 것을 위해서 그날로 집중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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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8. 영화를 다 제작 후에 보니까 원하는 방향으로 전달하지 못했던 장면이나 혹은 더 나타낼 수 있었는데 못했던 장면이 있으신가요?


 


어제 영화를 보다가 문득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있었어요. 철거민들이 사용하는 화염병에 대한 부분이었어요. 화염병에 대한 국가의 대처가 고작 합판인가? 철거민들의 마지막 수단이라고 볼 수 있는 화염병은 그 역사가 20년이 넘게 지속되어왔는데 국가 혹은 경찰은 아무런 대처방안이 없이 조심하라는 말만 반복해 왔구나. ‘전국철거민연합(이하 전철연)’의 과격성에 대해 생각하기 이전에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국가가 그런 행동에 대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되었어요. 그래서 그 장면에 의미를 조금 더 나아가서 차라리 더 세게 전철연의 폭력성을 더 드러내면서 왜 그것이 그렇게밖에 될 수 없었는지, 그 점을 보여주는 것이 동시에 국가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아쉬운 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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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9. 일반인들은 농성자들이 화염병을 던지는 장면을 봤을 때, ‘저렇게 과격하고 폭력적인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경찰들은 감당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어요. 즉, 특공대가 투입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받아들이는 거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리는 철거민을 생각할 때, ‘차별받는 사람’ 혹은 ‘폭력적인 사람’ 이렇게만 생각했지 그에 대한 경험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생각해요. 이 점은 국가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 우리 모두가 무관심했던 거죠. 혹시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용역업체에 들이는 돈이 철거민들의 보상금액을 넘어가기도 한다는 사실 아시나요? 국가나 건설업체 입장에서는 보상 선례를 남기지 않기 위해 보상금액보다 더 큰 금액을 투자해서라도 시위를 진압하려 해요. 그렇기 때문에 지난 20년 동안 국가의 대응방식이 수정되지 않고 항상 일관적으로 지속되어 왔던 거죠. 이 때문에 전철연에 대한 사람들의 악의는 점점 가중되고, 빈곤은 더 커지고, 더 폭력적으로 보이는 측면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것이 너무 안타까워요. 이러한 속사정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에요. 영화감독으로서 용기를 좀 더 내서 국가가 만든 낙인의 차별, 무관심을 더 알리기 위해 신경 썼어야 할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Q10. 독립영화가 대형영화관에서 일반 다른 영화와 마찬가지로 상영되는 것이 아주 이례적인 일인데요. ‘두 개의 문’ 이전에 워낭소리가 지금처럼 일반 상영관에서 상영된 적이 있었지만, 워낭소리는 사회적으로 나타난 문제 혹은 정치적 갈등을 다룬 영화가 아니었습니다. 조금은 다른 성격의 ‘두 개의 문’이라는 영화가 어떻게 대형영화관(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에 서 상연이 가능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CGV 같은 대형영화관에는 ‘무비꼴라쥬’라는 제도가 있어요. 작품가치가 있는 독립영화, 예술영화들을 모아서 상영을 해주는 거죠. 그러나 저희가 놀랐던 것은 우리의 ‘두 개의 문’이 이런 독립영화 전용관에서 상영되는 것이 아니라 일반 상영관에서, 그것도 다른 할리우드 영화와 동시에 상영되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이 모든 것은 배급사의 힘이 아니라 관객의 힘이라고 볼 수 있지요. 배급사의 노력에 힘을 실어준 것은 같이 밀어준 관객이지요. 더 많은 대중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IPTV의 영화 컨텐츠에 ‘두 개의 문’을 추가하는 방법도 모색 중입니다.


 


 


Q11. 인터넷포털의 영화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이 영화의 평점은 4점 초반 정도이다. 좋은 영화라고 입소문 난 영화들 중 이런 경우는 여태껏 한 번도 없었다. 5만을 넘은 독립영화인데 왜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맥스무비에서 제공한 평점을 봤는데, 실제 관객 평점의 1위는 ‘두 개의 문’이었어요. 하지만 인터넷 포털에서는 이 영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대거 몰려서 낮은 평점 주기 때문에 평점이 낮아진 것이 아닐까 싶네요. 무조건 색깔논쟁부터 시작하고 보는 사람들을 보면 참 안타깝지요. 어떤 분이 이 영화는 이념영화가 아니라 개념영화라는 말을 하던데요. (하하하)


 


 


Q12.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이 영화를 보지 않고 계신 혹은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있다면 한 말씀 해 주시죠.


 


용산참사에 대해 무심했던 국민들이 이 영화를 통해 다시 용산참사를 경험하고, 그 경험을 기반으로 한 강력한 해결의 의지를 모으고자 합니다. 그 해결이라는 것이 꼭 대단한 것은 아니고, 단지 ‘우리가 그 참사를 기억하고 있다, 기억해야 한다.’라는 것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입니다. 물론 지금 당장 드라마틱하게 영화 한 편으로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고, 또 그것이 해결의 전부라고도 생각하지 않아요. 이것을 통해 유가족들도 다시 기운을 내고, 사람들의 관심 속에서 같이 상처를 치유하고, 그 동안 용산 참사에 무관심했던 대중들도 자신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기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또한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다양한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이 영화를 보는데, 오히려 법조인들이 이 영화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느껴집니다. 많은 법조인들이 ‘두 개의 문’을 보고 본인들의 입장에서 잘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두 개의 문’을 단체 관람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변호사분들이 함께 영화를 보았다‘라는 그 사실만으로도 사회에 엄청난 영향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변호사분들의 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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