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 희망버스 토론회 후기

2012-03-14 176




희망버스 토론회 참석 후기




글_노동위원회 8기 인턴 김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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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일 전명훈 간사님, 김민영 인턴, 윤상화 인턴과 함께 토론회 준비를 위해 먼저 국회에 들어갔습니다. 국회의사당 안에는 처음 가서 그런지 견학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도착해서 토론회 준비를 하고, 사람들을 기다렸습니다. 2시 30분! 기대하던 토론회, 드디어 시작했습니다.


‘다시, 희망을 연다’


희망버스 토론회의 제목입니다. 작년 한해를 뜨겁게 달구었던 희망버스는 한진 중공업 투쟁의 승리뿐만 아니라 많은 사회적 의미를 가져왔습니다. 그런 논의들을 토론회에 담고 있었습니다. 1부에서는 신자유주의 시대에서의 정리해고, 비정규직 문제. 2부에서는 지배 권력의 폭력과 시민 저항. 3부에서는 종합토론으로 1, 2부의 쟁점과 희망버스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다루었습니다. 3부의 종합토론이 가장 중요했지만 저는 1부의 주제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대안 유연안정성 모델 – 발제에 대한 문제제기


조돈문 교수님께서 발제하셨던 스칸디나비아식의 유연안전성 모델에 대해서는 전에 학과 사람들이나 동아리 사람들과 종종 얘기했던 주제였습니다. 저는 기존에 유연안전성 모델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제가 끝나고 나서 조돈문 교수님께 유연안정성 모델 자체의 모순과 문제점에 대해서 질문을 드렸습니다. 첫째, 유연안전성이라는 단어 자체의 모순입니다. 마치 노무현 정권에서 자신들의 정권을 ‘좌파 신자유주의’라고 규정지었던 것처럼 형용모순적인 단어라고 생각했습니다. (좌파와 신자유주의가 절대로 함께 할 수 없듯이.)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사회의 안정성은 결코 함께할 수 없는 개념인데 이를 합친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둘째, 유연안정성을 추구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노동시장의 유연화’ 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저에게는 받아들여졌습니다. 한국 사회의 큰 문제점인 불안정한 노동을 철폐하지 않는다면 사회의 안정성 역시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노동시장의 유연화 자체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교수님께 제 생각을 전했습니다.


셋째, 유연안정성 모델을 추구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업종 별로 유연화 되는 업종과 경직화(안정화) 되는 업종으로 나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게 되면 지금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특수고용직 노동자 문제(예를 들어 재능교육 학습지 노동자들의 투쟁)들은 주요 쟁점에서 벗어나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들었습니다.


이렇게 세 부분으로 질문을 드렸더니 조돈문 교수님께서는 단어 자체를 우리가 바꾼다고 해서 기득권 세력들이 그것을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라는 답변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이름은 유연안정성이지만 사실은 ‘안전성’을 중심으로 한다고 말씀하셨고, 구체적으로는 직무, 소득, 고용 안정성 강화라고 덧붙였습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복지 사회’는 사회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사회입니다. 하지만 이 사회가 사회민주주의의 문제점과 한계점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습니다. 착한 자본주의, 착한 기업이라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신자유주의 사회의 모순을 사회민주주의가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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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에 와닿았던 정리해고 ․ 비정규직 법안 개정방안


권영국 노동위원장님께서 발제하신 부분 역시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저번 주 수요일 노동위원회 회의 때도 느꼈지만 ‘아 정말 이런 개정안으로만 바뀐다면 정말 좋은 세상으로 변할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던 개정안들이었습니다. 현행법은 정리해고가 쉽게 가능하게끔 되어있어서(오히려 징계해고보다도 더 쉬울 정도로) 문제가 많았습니다. 특히 마음에 와닿는 개정부분은 ‘사용자는 제1항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한 규모 이상의 인원을 해고하려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부분이었습니다. 자본의 무분별한 정리해고를 국가의 힘으로 강제할 수 있는 조항(물론 정부 역시 자본의 영향 하에 있지만)은 새로워 보였습니다.


파견법 제한 역시도 엄격한 조건들을 만들어서 기업의 편법, 불법 파견형태를 규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개정안은 그런 것들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습니다.(그걸 보니 진짜 짜릿했습니다. 물론 민변에서 제출하는 개정안이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저 번주 수요모임에서 말씀하셨지만 말입니다.) 동일가치노동 동일노동 원칙의 명시 부분 특히 ‘동일임금이란 통상적, 기본적 임금과 사용자가 고용을 이유로 근로자에게 현금 또는 현물로 직, 간접적으로 지불하는 모든 부가적인 급여를 말한다.’ 이 항목은 작성한 분들의 세심한 조사가 보인 항목이었습니다.


학교 옆에 재능교육 본사가 있어서, 금요일 재능교육 학습지 노동자 분들의 집회에 종종 가는데요, 매번 나오는 구호는 ‘학습지 노동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라’ 는 거였습니다. 이는 정부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지만, 권영국 위원장님의 발제에서 구체적으로 개정안들을 읽어보니, 어떻게 하면 문제해결이 가능할지 보이는 듯 했습니다. 학습지 노동자들과 같은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동자성 인정과 사용자 범위의 확대. 이렇게 된다면 특수고용직 노동자 문제 해결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였습니다.


 


희망버스의 사회적 의미, 그리고 법조인의 역할


희망버스는 이렇게 제가 위에 나열한 문제들을 누군가의 주도 없이 ‘자발적으로’ 공론화시킬 수 있었던 광장이기도 했습니다. 희망버스는 정리해고 문제와 노동문제를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해볼 수 있게 해주었고, 자발적으로 연대해갈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진보신당 안효상 공동대표님은 희망버스를 어서 잊어버리고 새로운 것들을 기획해나가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생각이 좀 달랐습니다(물론 과거의 추억팔이에서 벗어나자는 의도셨겠지만). 과거와 역사 속에서 교훈을 찾아내어 지금 시대에 새롭게 적용해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네트워크’에서 기획하는 ‘사회헌장제정운동’ 같은 사업, 박주민 변호사님께서 말씀하셨던 새로운 소비자 운동(고전적인 소비자 운동이 아닌) 과 같은 상상력을 동원한 기획과 희망버스에서 보여준 자발적인 민중의 힘, 거기에 민변과 같은 전문가 집단의 구체적인 노력들이 합해진다면 더 나은 세상은 정말 가능할 것입니다. 법조인들은 희망버스 같은 운동 속에서 발견된 문제 해결책들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채워줘야 할 것입니다. 제가 생각해온 법조인의 역할은 ‘현실과 이상을 이어주는 사다리’ 입니다. 세상을 더 아름답게 할 수 있는 일에 민변이 더욱 앞장서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도 그 길에 동참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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