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_ 국제연대위원회 7기 인턴 오정민

작년 12월, 민간인에 대한 시리아 정부의 무력진압과 인권탄압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시리아 사태에 관한 첫 번째 아시아인권모니터링을 작성한 지 두 달여 만에 또 다시 시리아 사태에 관한 아시아인권모니터링을 작성하였다. (참고: 10월 31일자 아시아인권모니터링 – 1982년 하마 대학살의 비극, 2011년에도 재현되는가? / 12월 15일자 아시아인권모니터링 – 점점 더 악화되어 가고 있는 시리아 사태). 하지만 두 번째 아시아인권모니터링을 작성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시리아 유혈사태는 해결되지 않고, 오히려 더욱 격화되어 이제는 시리아 정부군의 민간인에 대한무력진압이 반인륜적인 대량 학살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

그 누구도 가리지 않는, 문자 그대로의 “무차별” 포격, 폭행

시리아 정부군의 잔인한 폭력 행위의 대상에는 돌이 채 지나지 않은 어린 아기라도 제외되지 않는다. 말하지도 걷지도 못하는 아기들은 가족들과 함께 총살당하는 경우가 많으며, 최근 유튜브에는 어린 아기가 고문 또는 총살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여러 개 게재되었다 (참고: http://www.youtube.com/watch?v=E8o_mO9LYxA). 시리아 사태를 취재하기 위해 시리아에서 머물고 있는 기자들도 정부군의 포격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부상당하는 경우가 많다. 영국 선데이 타임스의 베테랑 종군 여기자인 마리 콜빈 기자와 사진 기자인 레미 오실리크 기자가 지난 22일 정부군의 포격으로 인해 사망하였으며,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의 여기자 에디트 부비에는 정부군의 포격으로 중상을 입어 본국에 도움을 요청을 하는 동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하였다. 특히 에디트 부비에는 프레스 센터에 있다가 피해를 입은 것인데, 당시 포격으로 인해 프레스 센터에 있던 많은 외신 기자들이 죽거나 다쳐, 시리아 정부가 외신기자들을 표적으로 삼아 포격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에디트 부비에가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 http://www.youtube.com/watch?v=lY2fdtfxBwM)


시리아 사태에 대한 국제 사회의 대응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시리아 정부의 무자비한 탄압과 폭력 행사가 이어지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 2월 5일,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퇴진과 민간인에 대한 인권 탄압 중지를 촉구하는 시리아 제재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다. 하지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해 결국 부결되고 말았다. 러시아와 중국은 지난해 10월에도 알 아사드 정권을 압박하는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등 알 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에 반대하는 입장을 줄곧 견지해왔는데, 러시아와 중국이 이러한 입장을 보이는 데는 정치 경제적인 관계가 얽혀있다.

 <출처 : http://www.presstv.ir/detail/224786.html>

러시아는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냉전시대부터 시리아와 긴밀한 유대 관계를 맺어왔다. 러시아는 1970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하페즈 알 아사드 전 시리아 대통령(바샤르 알 아사드 현 시리아 대통령의 아버지)을 전폭적으로 지원하였으며, 1971년에는 시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항구 도시 타르투스를 임차하여 지금까지도 해외 해군기지로 운용하고 있다. 또한 시리아는 러시아제 무기의 주요 구매국으로, 러시아가 현재까지 시리아와 체결한 무기 공급 계약 규모만 약 50억 달러에 달하고, 추가적인 무기 거래 계약 체결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따라서 만약 서방 국가들의 개입으로 인해 알 아사드 대통령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러시아는 거대 무기 수출 시장 가운데 하나를 잃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 외에도 러시아는 시리아의 민주화가 체첸, 압하지야 등 러시아 내에서 오랫동안 분리 독립 운동을 벌여온 지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이 알 아사드 정권에 우호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이유도 이와 같은데, 중국은 시리아의 민주화 항쟁이 성공할 경우 중국 내에서 독립 운동을 추구하는 민족에 힘을 실어주어 중국을 위협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시리아를 중동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삼아, 아랍의 봄 이후 중동에서 확대되고 있는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의 영향력을 저지하겠다는 목표도 러시아와 공유하고 있다.

유엔 차원에서의 시리아 사태 해결 의지

러시아와 중국의 이러한 입장으로 인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자, 유엔은 지난 16일에 열렸던 총회에서 아랍연맹이 제출한 시리아 사태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찬성 137, 반대 12, 기권 17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채택하였다. 채택된 결의안의 내용은 “알 아사드 정권의 자국민에 대한 무차별 공격과 인권 탄압을 규탄하며, 정파와 이념 구분 없는 정치적 대화를 통해 민주적이고 다원적인 정권으로 이양 할 것을 촉구”하는 것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되었던 결의안과 유사한 내용을 가지고 있다. 이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거부권을 행사했던 러시아와 중국은 이번에도 반대 의견을 냈으나 (반대한 국가: 시리아,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벨라루스, 에콰도르, 니카라과 짐바브웨), 유엔 총회의 의결 절차에는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이 없어 결의안은 채택되었다. 유엔 총회의 결의안은 법적인 구속력은 없지만 국제적으로 주요한 이슈에 대해 국제 사회의 의견을 반영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으며, 대다수 국가가 시리아를 규탄하는 결의안에 찬성하였다는 점은 알 아사드 정권에 큰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 23일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을 시리아 문제 해결을 위한 유엔–아랍연맹 공동 특사로 임명하였다. “공동특사로 임명된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은 “모든 폭력과 인권침해를 종식하고 시리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이다”라고 다짐하고, 특사 보좌진은 아랍권을 중심으로 인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 : http://www.guardian.co.uk/world/2011/may/26/resolution-syrian-crackdown-submitted-un>

국제 사회의 압력에도 계속되는 시리아의 유혈사태

 하지만 시리아 정부는 유엔 총회의 결의안 채택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결의안이 채택된 직후 시리아 남북부에 위치한 여러 마을에 최근 들어 가장 심한 포격을 퍼부었다. 반정부 시위대의 거점인 홈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현지 활동가는 “홈스 지역에 1분에 4번꼴로 로켓 포탄이 떨어지고 있다며, 최근 2주 가운데 가장 격렬한 포격”이라고 표현했다. 시리아 정부군은 알레포라는 도시에도 처음으로 포격을 가했는데, 알레포는 최근 들어 알 아사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자주 벌어졌던 곳이다. 이러한 시리아 정부군의 대대적인 공습으로 인해 16일 하루에만 민간인 40명 이상이 사망하였으며, 공습은 며칠 동안 계속되어 약 300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하였다.

<출처 : http://euro-med.dk/?p=26028>

현재 시리아 주민들의 일상은 인간의 기본적인 인권마저도 무시되는 끔찍한 이야기들로 채워지고 있다. 언론에서 사람들을 수치화하여 약 80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2만 여명이 체포, 구금, 실종되었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간결하게 표현하려고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받지 못한 채 스러져가는 사연과 이야기는 한없이 많은 글로도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하루 빨리 유혈사태가 종식되어 하루하루를 죽음의 공포에 떨며 살아가고, 안타까운 죽음에 눈물 흘려야 하는 시리아 국민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이 없어지길 바란다.

♠ 참고 자료

http://www.hrw.org/news/2012/02/22/marie-colvin-killed-syria-and-story-she-paid-her-life-tell

http://www.hrw.org/news/2012/02/09/syria-stop-shelling-residential-areas

http://www.amnesty.org/zh-hant/node/29929

http://www.un.org/apps/news/story.asp?NewsID=41200&Cr=syria&Cr1=

http://www.un.org/apps/news/story.asp?NewsID=41200&Cr=syria&Cr1=

http://www.newstown.co.kr/?m=newstown&bid=bf&cat=bfe&uid=114992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2021801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