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백산 산행 후기
글_류민희 회원
안녕하세요. 저는 갓 변호사가 된 민변 신입회원 류민희입니다. 사법연수원에 있을 때는 인권법학회 자체 세미나를 기획하며 민변 사무처의 도움을 많이 받기도 하였고, 민변의 사법연수원 간담회 진행을 도우며 민변 뉴스레터에 후기도 쓴 바 있습니다(http://minbyun.org/blog/506). 이렇게 한발 한발씩 민변과 친숙해져 어느덧 회원까지 되었네요.
2012년은 저 개인에게 여러 모로 뜻 깊은 해입니다.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활동하는 첫 해이자, 좋은 동료 다섯 분을 만나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http://hopeandlaw.org)이라는 비영리변호사단체를 시작하는 첫 해입니다.
이렇게 의미 있는 한 해를 신년 산행으로 시작하고 싶었기 때문에 희망법 동료 두 명과 며칠 전부터 산행 이야기를 하며 잔뜩 기대와 긴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긴장한 탓인지(?) 아침 출발시간에 30분 지각을 하였고, “먼저 가시면 차로 따라가겠다”는 의견을 드렸으나 감사하게도 기다려주신다는 전갈을 받고 많은 분께 폐를 끼치며 출발을 하였습니다. 이런 행사에서 30분 지연이 얼마나 진행하는 분들을 피 말리게 하는지 잘 알기 때문에 저는 얼굴도 못 들고 소백산을 올라가기 시작하였습니다.
잠이 깨고 몸에 땀이 차면서 서서히 정신이 들었습니다. 그제야 주변 풍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겨울 산행은 처음이었는데 하얗게 눈 덮인 산은 다른 계절의 산보다 더욱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딱딱한 땅보다 푹신한 눈밭을 오르는 것이 재미도 있었어요. 산맥의 이름을 가진 소백산인데, 예상보다는 산세가 험준하지 않고 완만한 편이었습니다. ‘올해도 회장님과 고윤덕 변호사님을 열심히 따라다니면 산 10개 정도는 다닐 수 있겠지…‘
단체 산행은 목표를 ‘전원 정상 도전’보다는 안전을 최우선에 두어야 하고, 너무나 다양한 체력과 등산 취향을 가진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산행이 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산을 정말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이런 단체 산행에서 산을 마음껏 즐길 수는 없을 것입니다. 범인(凡人)인 저희는 가다 쉬다,를 반복하며 엉금엉금 올라갔는데, 시산제를 위해 정상에서 저희를 기다리면서 초조해하실 초인(超人) 김선수 회장님의 모습이 절로 떠올랐습니다.
저희가 정상에 올랐을 무렵, 공식 시산제는 이미 끝나가고 있었습니다. 저희는 새로 시작하는 희망법과 민변 신입회원들을 위한 약식 시산제를 드렸습니다. 뒤이어 올라오신 정연순 사무총장님도 올 한해 안팎으로 많은 일이 있을 민변과 한국사회의 평안을 위해 기원하셨습니다. 식순도 의식도 무시한 엉터리 시산제였지만 마음만은 간절했습니다. 올 한해 우리가 멋진 일들을 해낼 수 있기를.
각각 흩어져서 올라오기는 했어도 대부분의 참가자들이 소백산 정상을 밟을 수 있었습니다. 산행 초반에 체력이 허락하지 않던 분들은 현명하게도 정상 도전을 포기하시며 느린 산행을 즐기셨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 분들이 이 날의 승자(勝者)이신 것 같습니다. 또, 사무처에서 맛있는 발열 도시락을 준비해오셨는데요. 신년 산행 중 다른 기억은 다 잊혀도, 추운 벌판에서 바람 맞아가며 도시락 먹던 추억은 남을 것 같습니다. 땀이 식어 춥고 손도 시렸지만 따뜻한 도시락이 어찌나 맛있던지.
“생각 보다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네요.”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며 소백산을 내려갔습니다. 산행 후 맛있는 산채나물이 있는 저녁식사도 했지요. 희망법은 아직 간판도 걸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많은 업무량에 치어 있던 요즘이었는데, 가장 알찬 주말을 보낸 것 같아서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실수 많고 부지런하지 못한 저이지만 이날처럼 겨울산도 함께 올라가고 바람도 함께 맞는 동료가 있다면 올 한해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길에 민변 회원 여러분도 함께 해주실 것을 믿습니다.
많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 2012년입니다. 민변에게도 새로운 도전과 전환의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일 뒤에서 숨 몰아쉬고 있을 사람들까지 챙겨가는 멋진 분들이 많은 민변이기에 2012년을 잘 헤쳐갈 수 있을 것입니다. 민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