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권모니터링 그 이후 – 점점 더 악화되어 가고 있는 시리아 사태
글_ 국제연대위원회 7기 인턴 오정민
거리에 방치되어 있는 시신들. 폭격으로 인해 무너져버린 건물들. 끊임없이 이어지는 폭격과 총성…… 시리아 민주화 운동의 거점이 되고 있는 도시들의 모습이다. 도시 곳곳에 투입되어 있는 군인들은 시민들을 체포, 구타하고, 건물 위에 배치된 저격수들은 시민들을 향해 포탄 세례를 퍼붓는다. 한 달 전 아시아인권모니터링을 통해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시리아 정부의 강경진압을 소개한 이후, 시리아 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으며 시리아 곳곳이 참혹한 전쟁터로 변해가고 있다. (참고: 10월 31일자 아시아인권모니터링 – 1982년 하마 대학살의 비극, 2011년에도 재현되는가?)
시리아 인권 상황에 관한 유엔 보고서
유엔 인권이사회에 의해 구성된 독립적인 조사위원회는 지난 11월 28일, 시리아 내의 인권침해 상황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보고서에는 현재 시리아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는 비사법적 형 집행, 살해, 고문, 성폭력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는데, 그러한 내용 중에서도 어린 아이들을 살인, 학대하는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군에 속해있던 한 장병은 자신의 동료가 2살짜리 여자 아이를 ‘아이가 시위대로 크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총으로 쏴서 죽이는 것을 보고 군을 이탈했다고 한다. 또한 남자 아이들은 구금되어 있는 동안 성적 고문을 당할 수도 있는데, 한 남자는 15살짜리 남자 아이가 아버지 앞에서 강간을 당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한 40세 남성도 11살짜리 소년이 3명의 보안군에게 강간당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고 이야기하며, 보안군들이 돌아보며 ‘다음은 네 차례야’라고 할 때는, 살면서 가장 무서운 순간이었다고, 끝내 이야기를 잇지 못하고 인터뷰를 중단했다. 조사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약 5000명의 사람들이 저격수들의 무차별적인 공격 또는 보안군의 고문으로 사망했다고 밝히며, 시리아 당국은 총체적인 인권침해를 즉시 그만두고 독립적이고 공정한 조사단을 꾸려 책임성을 확보할 것을 촉구하였다.
왼쪽: http://www.thisislondon.co.uk/standard/politics/article-23974493-william-hague-calls-on-un-to-condemn-syria-violence.do
오른쪽: http://www.cbc.ca/news/world/story/2011/06/01/syria-protests-torture-children.html
제재에 나서는 국제사회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안 채택
지난 2일 유엔 인권이사회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시리아 사태에 관한 특별 회의에서 ‘시리아 당국의 광범위한 인권과 기본권 침해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찬성 37, 반대(중국, 러시아, 쿠바, 에콰도르) 4, 기권 6으로 통과시켰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이날 통과된 결의안을 통해 시리아 정부가 시리아 현지 조사단의 활동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였고, 조사단 권고의 이행상황 및 시리아 인권상황을 모니터링하기 위한 특별보고관 직책을 신설하기로 결정하였다. 또 조사위원회가 28일 발표한 보고서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게 전달하여 유엔 주요 기구 차원에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였다. 피레이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은 시리아 정부의 유혈진압을 중단시키지 않으면 시리아에서 내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시리아 사태를 국제 형사재판소에 회부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그의 주장은 중국과 러시아의 신중한 태도로 인해 결의안에 포함되지 못하였다.
<http://www.dimpool.com/2011/12/download-the-un-human-rights-report-on-syria/>
아랍연맹의 제재
아랍연맹은 지난 11월 16일 민간인에 대한 폭력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시리아에 대한 회원 자격 정지를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알 아사드 정권의 강경진압이 계속되자 10여 일이 지난 27일에는 시리아와의 무역거래를 중단하고 시리아 고위 관리들의 해외 자산을 동결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재안을 발표하였다. 아랍연맹이 회원국을 제재한 것은 시리아가 처음으로, 제재안에는 알 아사드 정권의 자산 동결, 시리아 중앙은행과의 거래 중단, 시리아 내 투자 중단 등이 포함되어 있다.
‘나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인터뷰
이러한 국제 사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시리아 정부의 반인권적인 시위 진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화 시위 발생 이후 처음으로 미국 방송에 모습을 드러낸 알 아사드 대통령은, 지난 5일 ABC 방송의 앵커 바바라 월터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미치광이가 아닌 이상 그 누구도 이 세상에 있는 어떠한 정부도 자국민들을 죽이지 않는다’며 유혈진압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였다. 알 아사드 대통령은 더 나아가 군대는 정부에 소속되어 있고, 대통령은 나라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군대가 아니라고 이야기하였다.
<http://www.haveeru.com.mv/world/39124>
<알 아사드 대통령과 바바라 월터스의 인터뷰 내용 中>
바바라 월터스: 시위대에 대한 진압이 너무 무자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알 아사드 대통령: 그 부분에 대해서는 증거 없이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 루머 또는 언론 보도를 보고 여쭤보시는 것 같은데 대통령인 저에게 그것들은 증거로써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바바라 월터스: 시위대에 대한 진압 명령을 내리셨나요?
알 아사드 대통령: 아니요. 우리는 법과 헌법을 이행하기 위해 명령을 내립니다. 그것이 대통령이 내리는 명령이지요
바바라 월터스: 그럼 누가 시위대를 진압하라는 명령을 내린건가요?
알 아사드 대통령: 그들은 명령이 필요 없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일입니다.
바바라 월터스: 사람들은 집에서 집으로 도망을 다녀야 했고 아이들은 체포되었어요. 제가 사진들을 봤는데요
알 아사드 대통령: 언제 보셨나요? 바바라, 솔직히 말하면, 당신은 시리아에서 살고 있지 않아요. 그런데 어떻게 그런 것들을 알죠? 시리아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지 않아요. 미국에서 듣는 것들로만 상황을 파악해서는 안돼요.
바바라 월터스: 그런데 저는 기자가 시리아에서 찍어 온 사진들을 보았어요.
알 아사드 대통령: 네, 그런데 그것이 진짜라고 어떻게 입증하죠? 이런 이유 때문에 저희가 중동에 대한 왜곡, 뒤틀린 시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겁니다. 시리아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일들이 언론에서 다루어지고 있지 않아요. 저는 잘못된 추측, 주장에 대해서는 답변할 수 없습니다. 저는 오로지 현실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어요.
이러한 알 아사드 대통령의 태도로 미루어 볼 때 시리아의 민주화는 요원해 보이기만 하다. 중동 민주화의 바람이 이집트, 리비아의 민주화로 이어졌지만 시리아에서는 오늘도 독재자 알 아사드 정부에 의한 유혈진압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민간인 희생은 늘어만 가고 있다.
참고자료
♠ 12월 2일 시리아 인권 상황과 관련하여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18차 세션에 관련된 정보
http://www2.ohchr.org/english/bodies/hrcouncil/specialsession/18/index.htm
♠ 유엔 인권이사회에 의해 구성된 독립적인 조사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
<Report of the independent international commission of inquiry on the Syrian Arab Rebpublic>
http://www2.ohchr.org/english/bodies/hrcouncil/specialsession/17/docs/A-HRC-S-17-2-Add1.pdf
http://www.un.org/apps/news/story.asp?NewsID=40512&Cr=Syria&Cr1=
♠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안
http://www.un.org/News/Press/docs/2011/gashc4033.doc.htm
♠ 아랍연맹의 제재
http://www.hrw.org/news/2011/11/19/arab-league-ensure-effective-syria-monitoring-mission
♠ 알 아사드 대통령 abc news 인터뷰
http://abcnews.go.com/WNT/video/president-assad-violence-syria-151088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