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소식] 연천 파주 민통선 답사 후기

2011-11-15 165

[민변의 소식]



연천 파주 민통선 답사 후기



글_이오영 변호사


사진_이오영 변호사




지난 11월 5일 토요일 민변 통일위원회와 미군문제연구위원회는 연천지역의 DMZ와 민통선을 답사하였다. 우리들은 카풀로 각자 출발하여 오전 10시 대광리역에 모였다. 대광리역은 용산에서 출발하는 경원선 열차의 종착인 신탄리역의 직전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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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답사의 안내와 해설은 이시우 사진작가가 맡아 주셨다. 이 작가는 몇 년 전 민변의 철원지역 민통선 답사 때에도 함께하였으며, 개인적으로는 강화도와 파주에서 몇 차례 우연히 반갑게 만난 적이 있다. 그는 국가보안법으로 어처구니없이 기소되었으나 치열한 법정투쟁으로 얼마 전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그가 쓴 《민통선 평화기행》은 분단과 평화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이 시대의 필독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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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먼저 열쇠전망대와 태풍전망대로 갔다. 전망대의 이름은 부대이름을 땄다고 하는데, 티본고지니 베티고지니 하는 것과 함께 그 이름이 영 엉망이다. 모두 개명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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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사단 지역에 있는 열쇠전망대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방문하였다는 표지판이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곳은 28사단지역에 있는 태풍전망대이다. 군사분계선과 불과 800미터 떨어져 있는 태풍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가히 감탄을 자아낸다. 비장하면서도 능청스러운 임진강을 따라 찰랑거리는 산들은 보고 또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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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멀리 보이는, 몇 해 전 방류가 문제되었던 임진강댐과 가까이 보이는 낯선 파란색 유엔사 기는 우리의 뒷덜미를 잡으며 긴장하게 한다. DMZ와 북녘으로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마음에만 담아 둘 뿐 눈앞의 전경을 직접 보여주지 못하지만 아무튼 태풍전망대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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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답사는 비운의 경순왕릉 근처에 있는 고구려성인 호로고루성으로 이어졌다. 임진강 북안에 험한 지형을 활용하여 세워진 호로고루성은 그 자체로 요새이다. 지난달 찾았던 단양의 온달산성이 떠오르면서 대륙에서 한반도 깊숙이 미친 고구려의 활동범위가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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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여기이다. 우리의 시선이 머물고 있는 이곳은 바로 124부대 (일명 김신조부대)가 그 직전 설치된 철조망을 끊고 침투한 곳이다. 또 한강의 왕래가 자유롭던 시기 바닷물과 강물이 만나 물류로 번성하던 (이곳에 일제 화신백화점도 있었다) 고랑포가 바로 근처에 있다.

호로고루성에서 하염없이 임진강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 사이 해가 지고 어둠이 찾아 왔다. 우리는 미군부대의 흔적이 남아 있는 장파리로 이동하여 장단콩 두부로 저녁식사를 하였다. 당연히 막걸리가 함께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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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하였던 답사 지역 중 적군묘에 가보지 못한 것이 다소 아쉬웠다. 적군묘는 분단시대에 희생된 인민군과 중공군의 주검을 모은 묘소로 김영삼 정부 때 조성되었다 한다.(이 이름도 개명이 필요하다) 우리가 적군묘에 가지 못한 것은 시간이 부족하였기 때문인데, 이것은 일부 차량이 내비게이션을 맹신하여 천낙붕 위원장과 이시우작가등 지도부의 탑승차량을 따라오지 않고 다른 길로 새버린 것과는 크게 관련이 없다. 그러나 지도부에 대한 신뢰는 항상 중요하다.


민변의 답사가 끝난 다음 주 토요일인 11월 12일 , 나는 다시 파주지역의 민통선으로 갔다. 내가 관여하는 남북경협포럼 회원들과 함께 아침 일찍 전세버스로 합정역을 출발하여 파주지역의 임진각, 도라산역과 도라전망대, 통일촌, 허준묘소, 해마루촌, 덕진산성, 경순왕릉과 고랑포를 두루 들렀다.


남북관계에 정통한 교수들과 개성공단 입주업체 사장등 전문가들이 버스안에서 유익하고 재미있는 해설을 이어갔다. 우리는 버스를 “달리는 학교”라 불렀다.


파주의 답사 지역 중 ‘강추’는 역시 덕진산성이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은 고구려성인 덕진산성은 작년 해마루촌 주민과 함께 들른 이후 항상 마음에 남아 있었다. 그러나 덕진산성으로 들어가는 길은 표지판도 없어 찾기 어렵고, 길도 좁아 차가 들어가지 못한다며, 포럼회원인 파주시청 직원이 일정에서 제외하자고 권유할 정도였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다시 찾은 덕진산성과 이곳에서 바라보는 임진강은 우리의 노고에 값하였다. 덕진산성에서 바로 내려다보이는 임진강 유일의 섬인 초평도는 그 활용과 관련하여 관심을 가질 만하다. 덕진산성은 도시락과 막걸리 몇 통을 가지고 와서 오래 머무르고 싶은 곳이다. 좋은 사람이 옆에 함께 한다면 더할 나위 없으리라.


민통선에서 돌아오는 길은 항상 무겁다. 비무장지대, 민통선, 지뢰, 정전협정, 소파협정, 군사시설보호법, 미군, 유엔사, 땅굴 등 낯선 용어들이 실체인 벽으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그 낯선 실체가 우리의 현실과 연결되어 있고 이를 직면하여 이겨내지 못한다면 고단한 우리 삶은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민통선의 비장하면서도 능청스런 임진강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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