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소식]
민변 상근자 인터뷰 세 번째
어중선 간사님, 민변을 두고 어디로 가시나요?
글_ 출판홍보팀 7기 인턴 류나라
사진_ 출판홍보팀 정영미 간사
민변 상근자 인터뷰, 그 세 번째 순서는 어중선 간사님입니다.
사무실의 맥가이버로 통하는 어중선 간사님.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다보면 이 곳 저 곳에서 어중선 간사님을 애타게 찾는 소리를 항상 들을 수 있습니다. 컴퓨터, 프린터, 인터넷 관련 문의를 도맡고 계신 어중선 간사님이 민변을 떠나신다고 하셔서 출판홍보팀이 만나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민변에 작년 5월 10일부터 올해 10월 31일까지 상근을 했던 어중선 간사입니다. 환경위 원회를 담당했고, 사무처에서는 회원팀 일을 맡았다가 최근에 출판홍보팀으로 옮겨서 일을 했습니다. 회원팀 일을 하면서 변호사님들을 많이 알게 됐죠.
개인적인 소개를 하자면, 환경에 대한 신념을 강하게 가지고 살고 있어요. 환경단체에서 3년간 일을 해서 환경문제들을 많이 접했고, 종이컵 쓰지 않기 등을 삶의 일부분으로 생활화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이런 부분들 때문에 민변에서 일하면서 ‘비행기 타지 않는 사람’으로 알려지기도 했는데. (웃음) 제주도를 가는데 저만 배를 타고 가겠다고 했거든요. 결국 배 사정 때문에 비행기를 탈 수 밖에 없긴 했지만요.(웃음) 신념을 최대한 지키면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Q. 민변에서 일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민변에서 일하기 참 잘 했다.’라고 생각되는 일이 있나요?
총장님이 맛있는 거 사 줄 때요. 맛있는 걸 못 먹고 자라서(웃음) 농담이구요. 처음 민변에 들어올 때는 민변이란 단체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해서 오히려 궁금했고, 특히 민변 환경위에서 많은 활동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막상 환경위 일을 하다 보니까 환경위 구성원들이 많이 지쳐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입회원도 충원이 잘 안 되고요.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의 법률센터에서 환경관련 소송, 상담 등을 주로 하면서 민변 환경위 활동과 겹치는 한계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환경위 위원들 간에 친목을 다지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정기 산행을 시작했죠. 그러면서 평소에 나오지 않던 위원들도 모임에 나오게 됐고, 산행을 통해서 환경단체들과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자리가 되었던 것 같아요. 정기적인 산행 모임을 진행하면서 친목을 다지고 자연스럽게 연락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것이 가장 기억에 남고 뿌듯했어요.
Q. 간사님 계실 때, 저도 산행 한 번 따라가 볼 걸 아쉬워요. 그런데 민변에서 일하시면서 힘들었던 순간도 있으셨나요? 가장 힘들 때는 언제였어요?
아무래도 몸이 안 좋아서 힘들었어요. 한동안 잠을 못 잤거든요. 불면증으로 굉장히 고생을 많이 했어요. 잠을 못 자니까 일생생활이 힘들고, 특히 낮에는 사무실에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 때가 많았어요. 저도 물론 힘들었지만 민변에게, 특히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미안했어요.
Q. 아무래도 사무실에서 일하시다보니 같은 상근자들끼리 매우 끈끈할 것 같아요. 민변에서 만난 사람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인연이 있나요? 혹시 우리 출판홍보팀일까요?(웃음)
같이 일했던 상근자들이 아무래도 가장 많이 기억날 것 같아요. 제가 근무하는 동안 상근자가 7,8명이 바뀌었어요. 스쳐갔던 상근자들에게 미안한 감정도 있고 좋은 기억도 있어요. 제가 관계 맺음을 잘 못하는데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저를 잘 이끌어 줬던 것 같아요. 특히 이동화 간사님과 장연희 간사님. 이 두 분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어요.
상근자들 다음으로는 민변 사업을 하면서 만난 환경위 위원분들에게 감사해요. 아주 오랜만에 활동에 나오신 정남순 변호사님, 여영학 변호사님, 윤복남 변호사님은 모두 반가운 얼굴을 보여주셨다는 것만으로도 저에게는 너무 고마운 분들이세요.
그리고 제가 귀찮게 연락을 드려도 잘 받아 주셨던 지부의 간사 변호사님들에게도 감사드려요. 제가 본부에 있다 보니까 여러 가지 요구사항도 많이 드리고, 출판홍보팀이라서 글 독촉도 했는데 잘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스페셜 땡스투는 정연순 총장님이예요. 저의 부실한 모습에 말로는 구박하셨지만 항상 따뜻하게 챙겨주시고, 많이 배려를 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말하고 싶어요.
Q. 이렇게 좋은 사람들이 많은데 왜 그만두시나요?
몸이 안 좋은 게 가장 커요. 원래 시골생활을 꿈꿨어요. 도시를 떠나서 살고 싶었거든요. 원래 계획은 마흔에 내려가는 것이었는데, 몸이 안 좋다보니 일찍 가게 되었어요. 또 시골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고 계신 분들이 일손을 많이 필요로 하더라구요. 그래서 나를 원하는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궁극적으로는 ‘자연으로 가야겠다’라는 생각이었구요.
Q. 시골에 내려가셔서는 어떤 일을 하실 건가요? 계획 들려주세요.
제가 내려가기로 한 곳은 공동체는 없지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곳이에요. 또 시골로 유학 온 아토피가 있는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도 있구요. 그 일을 도우면서 농사를 지을 것 같아요. 흙집과 여러 친환경적인 사색의 공간도 만들고 싶고, 사람들이 편하게 오갈 수 있는 사랑방, 사람들이 마음껏 퍼갈 수 있는 논밭을 만들고 싶어요. ‘자연은 인간에게 모든 것을 퍼주는 곳이다’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자연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알리면서 사는 게 제 계획이에요.
Q. 이렇게 보내드리기 너무 아쉽지만, 마지막으로 민변 식구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민변에 도움을 요청하는 손길이 많아지는데 많은 도움을 못 줬어요. 이미 많은 고민을 하고 계시지만, 변호사들만의 집단이 아니라 수많은 시민들과 함께 하는 민변으로 거듭났으면 좋겠어요. 저는 떠나지만 앞으로도 미약한 힘이나마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제가 내려가는 곳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곳이긴 하지만, 민변식구들에게는 특별히 반가운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자주 마음 편히 내려오세요. 또 여러 가지 농산물들이 나오면, 열심히 활동하시라고 사무실로 올려 보내겠습니다. 또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벽으로 느껴졌던 저의 표현방식들에 대해서 성찰과 반성도 해야겠어요. 사람들이 자연을 만날 수 있게 도와주는 활동을 하면서 저도 열린 사람이 되기 위해 열심히 살께요.
시골에서 한가로운 생활을 즐기며 자연과 더불어 사실 어중선 간사님이 부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어중선 간사님 없는 민변 사무실을 생각하니 서운한 마음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어중선 간사님이 보내주실 농산물을 생각하며 서운한 마음을 꾹 눌러야겠습니다.
다음 호에는 어중선 간사님의 후임으로 오신 환경위원회와 출판홍보팀을 담당하실 정영미 신입간사님을 만나보겠습니다! 민변에 많은 분들이 오고 가시네요. 오랫동안 민변 사무실에 발길에 뜸하셨던 회원 분들은 날씨 좋은 가을에 나들이 삼아 민변 사무실에 놀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