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활동]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어, 평화를 지키는가?
[민변의 활동]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어, 평화를 지키는가?
글_윤석민 간사
지난 10월 28일부터 30일까지 제주도 강정마을에 다녀왔습니다. 28일에는 민변이 매주 파견했던 당직 변호사 제도를 그리고 29일과 30일에는 2차 평화비행기 행사를 위해서였습니다.
28일 당직은 매일 강정마을 사거리에서 진행되는 촛불집회를 마치고 시작되었습니다. 일상적인 공권력의 위법한 집행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변방의 형해화된 법치주의의 단면을 통렬히 체감하는 자리였습니다. 밭 메러 가는 농민의 트럭이 이유없이 제지당하는 교통방해에서부터, 마을 대표자에 대한 일상적인 미행 그리고 집회 중 경찰의 폭언과 폭력에 시달리는 주민의 일상적인 삶은 이미 파괴된지 오래였습니다. 이들에 대한 수천에서 수억에 달하는 벌금 및 징역형과 출석요구와 무차별 소환장 발부는 그야말로 하루 하루를 강정에서 산다는 것이 투쟁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당직을 통한 법률상담에서 특히 문제가 된 것은 건설예정지인 구럼비 바위 주변에 설치된 다양한 형태의 예술품에 대한 보존가능성이었습니다. 해군이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청구권을 행사할 것에 대비하여, 이 예술품을 만든 작가들은 소유권을 이미 야5당의 공동소유로 이전하였고, 이를 통해 우리 민변이 대응할 방법을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는데에 의견을 모았습니다. 아울러, 이제까지 해군과 자치경찰이 저지른 불법행위들에 대한 대응방안 역시 중장기적으로 고민되어야 할 것임을 논의하였습니다.
2차 평화비행기는 제주공항에서 평화탑승객과 민변을 대표하여 김인숙 변호사님이 공동선언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쏟아지는 빗줄기를 뚫고 제주시청 앞에서 여러 단체 대표자들의 발언과 문화의 행사를 가졌습니다. 이윽고 폭우 속에 시작된 제주시내 행진에는 천여명이 함께하며 우리의 의지가 얼마나 견고하고 강건한 것인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윽고 평화버스를 타고 시내에서 권영국 변호사님이 민변을 대표하여, 자유무역협정과 해군기지에서 드러나는 미국의 한국 식민지화 정책 비판을 골자로 하여 우렁찬 발언을 해주셨습니다. 강정마을을 매일 지키는 신짜꽃밴드부터 제주도 평화도보순례단까지 다양한 문화행사 및 발언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뜻 깊고 아름답기까지 한 평화로운 평화비행기 행사는 촛불을 들고 강정마을까지 행진하는 사람들을 경찰이 제지하면서부터 얼룩지게 되었습니다. 평화롭게 해변길을 따라 강정마을로 돌아가는 우리들에 대한 위법한 공권력 집행에 대하여 장경욱, 권영국, 김인숙, 박주민 변호사 등이 강하게 항의하였고 관등성명과 책임자 출석을 요구했지만, 경찰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변호사들을 밀치고 심지어 불법체포감금에 준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하였습니다. 민변의 계속된 항의와 요구로 결국 경찰의 제지는 종료되었고, 우리는 영화제와 뒷풀이를 비롯한 일정을 자정이 넘어서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구 소비에트 연방의 기념비적인 문학이자, 자전적 소설이기도 한 엘렌 포스터의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는가는 짜르 치하 제정 러시아에서 태어난 한 말단 군인의 삶이 전쟁과 혁명을 겪으며 어떻게 강철처럼 재탄생하는가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처럼 제주 강정마을 주민의 삶 역시 강철과 같이 단련되어 있기에 평화를 지킬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2차 평화비행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