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권모니터링]
끝나지 않은 비사법적 살인
– 방글라데시 특수기동경찰대 RAB에 의한 인권침해
글_국제연대위원회 인턴 오정민
지난 6월 3일, 방글라데시 나르싱디 지구 근처의 슬럼가에서 한 여인의 머리에 총격이 가해졌다. 그녀의 이름은 라히마 카툰(Rahima Khatun)으로, 방글라데시의 특수기동경찰대 RAB(Rapid Action Battalion)이 남편을 체포하는 것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은 것이었다. 3월 23 잘라카시에서는 16살 학생인 리몬 호세인(Limon Hossain)이 밭에서 소를 데려오다가 RAB이 쏜 총에 맞아 결국 다리를 절단해야만 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RAB의 작전 중에 민간인이 총상을 입는 경우 없이는 한 주가 지나가지 않을 정도로 이러한 일이 매우 비일비재하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 대해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있으며, 정부도 별다른 대응책 없이 상황을 묵과하고만 있다. 이에 국제 엠네스티, 아시아인권위원회와 같은 인권단체들은 보고서, 성명 등을 통해 RAB에 의한 비사법적인 폭력을 비난해 왔다.
악명 높은 엘리트 부대 RAB
RAB는 2004년 치안유지 및 범죄 대응을 목적으로 경찰, 육해공군의 정예들을 선발해서 창설된 엘리트 부대이지만, 현재는 민간인을 무차별적으로 체포, 사살하는 인권유린의 대명사로 비난 받고 있다. 국제 엠네스티는 지난 8월 발표한 보고서, “보이지 않는 범죄: 방글라데시의 비사법적인 형집행(RAB에 의한 살인이 ‘교전 중 사살(deaths in crossfire)’ 이라는 이름아래 사법적인 절차 없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교전 중 사살 작전‘으로 인해 최소한 700명이 사망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RAB은 납치, 고문, 살인 등을 서슴지 않는 악명 높은 부대로, RAB 부대원들은 사람들을 임의로 체포해서 ‘교전 중 사살’으로 위장해 죽여버리겠다고 협박을 한 후, 자백, 뇌물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사살해버린다. RAB에 의해서 억류되었던 수십 명의 사람들은 국제 엠네스티와의 인터뷰에서, RAB이 매질, 구타, 천장에 매달기, 잠 안 재우기, 전기 충격 등의 방법으로 고문을 가하며, 자백하지 않을 경우 십자포화 공격(crossfire)을 통해 죽일 것이라고 협박을 했다고 이야기했다.
“저를 바퀴가 달린 의자에 앉힌 후, 손과 발을 묶었어요. 의자를 돌려서 어지럽게 한 후 십 분 정도 마구 때렸어요……다음 날은 천장에 매달린 채 심문을 받았고, 그들이 말하는 것에 동의를 하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죠. 얼마 후에는 제 성기에 전선을 연결해서 전기 충격을 가했는데 정말 이제는 죽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 <2009년 10월 사복경찰에 의해 체포되어RAB 사무실에서 고문을 당한 라비울 이슬람(Rabiul Islam)이 국제 엠네스티와 가진 인터뷰에서>
처벌 받지 않는 RAB
1. RAB의 구조적인 문제
아시아인권위원회는 2006년 발간한 “방글라데시: 법 없는 법 집행과 사법제도의 풍자” 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RAB의 구조에서 비롯되는 책임면제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RAB은 방글라데시 경찰 소속이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경찰청장의 지휘 아래 있으나 법은 명령권을 경찰청장이 아닌 내무부장관에게 부여하고 있다. 따라서 RAB의 명령계통은 복잡하게 중복되어 있고, 이로 인해 RAB는 어떤 특별한 책임으로부터도 자유롭고 구속 받지 않는다. 또 다른 문제는 RAB부대원들이 영구적으로 임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RAB부대원들은 임기 후 그들의 원부대인 무장대, 국경보안대, 경찰 그리고 마을방위대로 승진해서 돌아가기도 하는데 다른 영역의 보안부대들은 RAB으로부터 불법적인 살인, 고문 등이 허용된다는 것을 배우고 그대로 이행하여 방글라데시의 인권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
(사진출처: http://hello.news352.lu/images/edito_age
2. 정부에 의한 묵인
방글라데시의 현 총리 세이크 하시나(Sheikh Hasina)는 2009년 총선에서 비사법적 살인 금지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며 방글라데시의 인권 상황을 개선시킬 것을 약속하였다. 하시나는 집권에 성공하였고 집권 초기 비사법적 살인에 대한 제로 관용 정책 (zero tolerance policy)을 채택하여, 방글라데시의 인권상황에 희망을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RAB에 의한 폭력은 계속되었고, 이러한 상황을 무시한 채 나온 ‘비사법적 살인은 종식되었다’는 내무부 장관의 말은 부풀었던 희망을 처참히 무너뜨렸다. RAB에 의한 비사법적 살인은 용의자의 체포 이후 인적이 드문 장소에서 이루어지기도 하는데, 몇몇 사건의 경우에는 체포하는 것을 본 증인이 있음에도, 정부는 체포 이후에 죽은 사람들에 대해 교전, 총격전에 의해서 사망하였다는 입장을 유지해오고 있다. 따라서 현재까지 비사법적 살인으로 처벌받은 부대원들은 한 명도 없다. 가끔씩 법정으로 가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실질적인 처벌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기도 매우 힘들다. 2010년 12월 다카 공동법원이 피해자의 가족들과 인권단체가 제기한 소송 판결에서 “그런 살인행위가 종식되어야 한다”고 판결했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2010년 3월 22일에는 방글라데시 다카에 있는 드릭 사진 도서관에서 RAB의 비사법적인 살인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기 위한 ‘십자포화(Crossfire)’ 전시회가 예정되어 있었으나 경찰에 의해 강제 폐쇄되었다가 일주일 만에 공식적으로 재개되기도 하였다. (참조: http://amnesty.tistory. com/406)
RAB에 의한 인권침해를 구제하기 위한 국제 인권단체들의 활동
국제 엠네스티와 아시아인권위원회, 휴먼라이츠워치는 RAB에 관한 보고서에서 RAB에 의해 자행된 비사법적 살인, 고문, 구금 등이 독립적이고 공정한 기구를 통해 철저하게 조사되어야 하며, 조사된 결과를 바탕으로 혐의를 지닌 사람은 지위에 관계없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방글라데시 정부에 권고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인권 침해를 받은 피해자들이 국제적 기준에 따라 정당하게 구제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국제 사회는 방글라데시에서 인권 침해와 비사법적 형집행에 이용될 수 있는 무기들의 공급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고자료
국제 엠네스티 보고서 “보이지 않는 범죄: 방글라데시의 비사법적인 형집행”http://www.amnesty.org/en/library/asset/ASA13/005/2011/en/c18ad74b-75fe-4b15-b043-5982eebdb27d/asa130052011en.pdf
아시아인권위원회 보고서 “방글라데시: 법 없는 법 집행과 사법제도의 풍자”http://www.hrkorea.org/bd/view.php?id=1007&no=638
휴먼라이츠워치 보고서 “ 십자포화: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는 RAB에 인권침해”http://www.hrw.org/news/2011/05/10/bangladesh-broken-promises-government-halt-rab-killings
RAB 관련 기사
http://www.humanrights.asia/news/ahrc-news/AHRC-STM-227-2009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asiapacific/45519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