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
CEDAW 참가 후기
여성인권위원회 이한본 변호사
1. 시작하며…
UN의 CEDAW(여성차별철폐협약) 참가를 위해 뉴욕에 갔다가 화요일 밤 12시 경에 집에 도착했습니다. 지금은 금요일 오후인데, 금요일 오후까지 참가 후기를 써 달라는 청탁입니다. 뭐… 날짜만 따지고 보면 수요일, 목요일 시간이 있었으니 급한 청탁은 아니라고 하겠지만, 14일 동안 사무실을 비워서 밀린 서류들과 처리할 일들도 많았고, 3일 동안 새벽 3시에 깨서 낮에는 졸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이렇게 불만으로 후기를 시작합니다. 사람들이 모두 착하게만 굴면 재미없습니다.
2. 출발
2011년 7월 12일 10시 40분 도쿄 나리타 공항 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7월은 비행기 요금이 비싸서 조금이라도 요금을 줄여보고자 직항이 아닌 경유 노선을 선택했습니다. 사실… 시간이 돈인 변호사 입장에서야 돈을 더 써서라도 직항이 낫겠지만, 이번 일정은 변호사들만 가는 것이 아니고, 여성단체 활동가 분들과 함께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비용을 최대한 고려할 수밖에 없었지요. 직항 노선과 경유 노선의 시간 차이는 거의 5시간 정도의 차이를 보입니다.
출국 전, 전자여권과 ESTA(돈 내고 여행승인 받는 것입니다.) 신청을 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물론 미국 비자가 있는 사람은 구 여권으로 가능하고, ESTA 신청도 필요가 없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침략행위를 하는 미국에 들어가는 것은 다른 나라보다 까다롭지요. 나쁜 짓 많이 하면 그만큼 두려운 것도 많은 법. 참, 저는 미국 체류 일정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지만, 사실 CEDAW 참가를 하기 위해서는 길게는 5개월 전부터 준비가 시작되었고, 출국 전 부터 2개월간 NGO 리포트를 작성하였고, 리포트 완성 후 2회의 참가단 회의를 거쳤으며, 이메일을 이용하여 업무를 분담하여 여러 가지 준비를 했습니다. 뭐… 준비를 하는 분들이 CEDAW 참가만을 업무로 하는 분들이 아니기 때문에 많은 수고를 하셨지요.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주도적으로 CEDAW 참가를 기획하였고, 공감에서 NGO 리포트 번역, 감수와 민변 참가단 참가를 기획하였습니다.
나리타 공항에서 약 3시간 정도를 대기하여야 했는데, 저는 미리 준비한 Priority Pass 카드를 가지고 대한항공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었지요. 연수원에서 받는 신한은행 비씨카드를 가지고 있다면 미리 공항 라운지 카드를 받을 수 있답니다. 아, 이런 사소한 정보까지도 전달하는 세심함.
참가단은 민변에서 위은진, 차혜령 변호사님과 제가 한국에서 출발하고, 예일대에서 유학중인 신윤진 변호사가 미국에서 합류하였고, 여성단체연합에서 3분의 단체대표님과 사무처장, 간사님, MFA(아시아 이주여성 포럼)의 한국지부장님 이렇게 10명으로 구성되었는데, 여성재단을 통해 NGO 참가단이 참가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예전에 비해서는 참가단이 대폭 늘어나게 된 것입니다.
3. 도착과 준비
지구가 도는 방향의 거꾸로 비행기를 타고 갔기 때문에 비행 시간은 15시간 정도에 대기시간 3시간이었지만, 뉴욕에 도착한 것은 12일 오후 3시경이었습니다. 비행기 타고 많이 돌아댕기신 분들은 별로 신기하지 않겠지만, 전 쫌 신기했답니다.(계속 비행기를 타고 지구를 거꾸로 돌아다니면 나이를 먹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기도…)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고 다 같이 모여서 저녁을 먹었는데, 뉴욕에서 먹은 첫 식사가 설렁탕, 육개장, 순두부 등 한식이었답니다. 뉴욕 브로드웨이 근방 32번가는 한국거리여서 뭐… 없는 게 없습니다. 식당도 줄 서서 먹을 정도로 잘 되고 있고. 여러 번 지나쳤고, 한국 상점에서 장도 보았는데, 이건 뭐, 외국에 와 있는 건지, 한국 거리에 외국인들이 좀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지요.
숙소 이야기를 먼저 해 드리면, 한국인 젊은 사장이 운영하는 한인 게스트 하우스였는데, 건물 일부를 빌려서 침대를 여러 개 놓고 한국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명당 하루 50달러 정도의 숙박비를 받는 곳이었으며, UN 본부 까지는 걸어서 30여분, 택시비 8천원가량 나오는 거리였습니다.(참가단은 UN 본부 바로 앞의 5성 호텔을 좀 더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하루 10 만원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기에…) 그러다보니 모르는 사람과도 한 방에서 자야하는 일도 있었지요. 처음 4일 동안은 저를 제외한 민변의 변호사님들은 34번가의 다른 건물에서 있다가 4일 후에 합류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동안은 다른 여행객들이 먼저 예약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첫날 잠을 자러 갔다가 욕실 천장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하여 또 다른 방으로 이사를 가기도 하는 일도 있었답니다.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어요… 발도 못 씻고 3시간 자다가 또 이사를 갔을 뿐. 숙소도 사실은 매우 비좁고 창문조차 없는 열악한 곳이었는데, 비용 문제를 우선시하다 보니… 대신, 한국인을 위해 쌀과 김치, 기본 조미료를 제공하고 있어서 아침, 저녁 대부분을 밥을 해 먹을 수 있었던 점은 좋았습니다.
둘째 날인 13일은 탐색을 위하여 다 같이 처음으로 유엔 본부로 향했습니다. 아침 일찍 유엔으로 향하여 본부 앞에 있는 유엔 프라자 건물 중 한 곳에서 유엔 패스를 발급받았고, (출국 전에 이메일 등을 통하여 이미 신청하였던 것입니다.) CEDAW 분위기 탐색을 위하여 본회의실에서 잠비아 정부 세션을 관람하고, 세미나실에서 이탈리아의 lunch briefing을 조용히 관람하였습니다. 이후, 일부는 현지 목사님의 초청으로 맨하탄에서 2시간 거리의 목사님 댁을 방문하였고, 저는 저녁 시간에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맘마미아를 관람했답니다.
셋째 날인 14일은… 준비회의를 거친 후에 미술관과 UN WOMEN 방문을 하였습니다. 발표자와 통역 문제 등 기본적인 사항을 정한 후에, 뉴욕 현대 미술관(MOMA) 관람을 하였는데, 신윤진 변호사가 미술사를 전공하는 친구에게 부탁하여 한국어 해설까지 들으면서 관람할 수 있었습니다. 중간에 점심을 먹으러 밖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계속 관람하였는데 5시에 UN WOMEN을 방문하기 위해 좀 일찍 나왔지만 전체를 관람하지 못했으니, 제대로 보려면 꼬박 하루 이상이 걸릴 것 같습니다. UN WOMEN은 유엔에 있는 여성국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은데, 우리 정부가 OECD 국가로서 개발도상국의 여성 발전기금을 기부하기로 한 점에 대하여 높은 관심을 보이더군요… 쩝, 지금 다른 나라 신경 써 줄 처지는 아닌데… 방문 후, 밤에는 시내의 어느 건물의 옥상에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야경을 보았는데, 왔다 갔다 하면서 여러 번 지나친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끝까지 들어가 보지 못한 게 조금 아쉽기는 하네요.
4. IWRAW 교육과 본격적인 준비
넷째 날, 다섯째 날, 여섯째 날은 IWRAW 교육을 받았습니다. IWRAW는 일종의 국제 시민단체로서 CEDAW 참가단이 효율적으로 CEDAW에 참석하여 로비를 하거나 CEDAW 위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NGO 세션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교육과 코디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3일동안 아침 9시부터 오후 5시 또는 그 이후까지 빡세게 교육을 받거나 NGO의 oral statement, lunch briefing 준비를 해야만 했습니다. IWRAW 교육은 금, 토, 일 3일 동안이었는데, 본격적인 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 NGO의 oral statement, lunch briefing이 월요일이었기 때문에 이 3일 동안은 교육이 끝난 이후에도 매일 밤 늦게까지 또는 새벽까지 준비를 해야했지요.
Oral statement는 CEDAW 세션이 열리는 UN 본회의장에서 NGO 단체들이 발표를 하는 것이고, lunch briefing은 세미나 룸에서 CEDAW 위원들과 점심을 먹으면서 보다 더 자유스럽게 질문과 답변을 하는 등 주제에 대한 토론을 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뭐… 저는 영어로 말할 수 있는 능력도 없고, 주제에 대하여 자세한 내용을 영작할 능력도 없었기 때문에 계속 옆에서 지원을 하거나 함께 준비회의를 하는 역할이었지만, 각자 맡은 부분을 정리하거나 발표를 하여야 하는 분들은 정말 3일 동안 새벽까지 준비를 해야만 했지요. 저는 밥도 하고, 빨래도 모아서 세탁소에 맡기는 등…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하하.
한국에서는 공식적으로 여성단체연합과 민변, MFA(이주노동자 아시아 포럼) 한국지부, KOCUN(사단법인 한국 유엔인권 정책 센터) 이렇게 3 개의 그룹이 참석을 하였는데, MFA 한국지부는 주제가 여연에 포함되어 사실상 여성단체연합과 함께 행동하며 발표 등도 함께 하기로 했고 생활도 같이 했습니다.
교육을 통해 위원들의 성향도 파악하고, 발표의 방향도 명확히 알게 되어 계속 회의를 하면서 발표를 준비하였는데, 신윤진 변호사가 통역도 하고, 영작도 하느라고 무지하게 고생을 했습니다. 저는 사실… 신윤진 변호사가 없었다면 어떻게 참여가 가능했을까 의문스러울 정도였습니다. 물론 제가 영어 능력이 딸리기는 하지만, 따로 통역이 없는 상황에서 영어 듣기와 말하기가 자유로운 사람은 신윤진 변호사와 여연의 조영숙 센터장님 밖에 없었는데, 쉬운 주제가 아닌 이상 영어로 주제를 이해하고 영작을 하거나 발표하기는 매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중간에 제가 실질적인 회의 참석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고, 국제회의 참석은 소수일지라도 영어능력이 되는 사람만 참석하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도 하였습니다. 억울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국제회의인데 한국어 쓰라고 할 수도 없고, 통역을 따로 데리고 오기보다는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이 사전에 한국에서 준비를 잘 하고 회의를 하여 대표하는 것이 낫겠다는… 참고적으로 저는 집중해서 들으면 대략 80% 가량은 알아듣습니다. 영작도 어느 정도는 하지만, 생활영어 이상은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은 되지 않습니다.
5. NGO 세션
일곱 번째 날인 18일 월요일은 점심시간에 한국 NGO의 lunch briefing이 있고, 오후에는 NGO 세션(한국, 싱가폴, 네팔)이 있었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먼저 NGO 세션에서 oral statement를 마친 이후에 자신들의 나라의 정부 세션 이전에 lunch briefing을 진행하는데, 한국의 정부 세션이 화요일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부득이 lunch briefing과 NGO 세션을 같은 날에 진행할 수밖에 없었지요.
참가단은 lunch briefing과 oral statement를 위해서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oral statement는 시간이 매우 짧아 이슈를 모두 설명하기 어려워 최대한 요약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lunch briefing에서는 oral statement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도 발표를 한 후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것이 주된 것이었는데, 신윤진 변호사가 워낙 주제에 대한 내용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발표와 통역을 함께 하면서 질문과 답변을 요약하거나 정리까지 하여 통역을 할 수 있어서 매우 훌륭하게 이루어졌습니다. 물론 이전에 IWRAW 교육을 받는 기간에 밤을 새다시피 하며 준비하였기 때문이기도 하고, 많은 분들이 Shadow report를 훌륭하게 작성해 놓았기 때문이기도 하지요. oral statement는 여연의 조영숙 센터장님과 위은진 변호사님이 나누어서 했는데, 위은진 변호사님도 많은 연습을 한 끝에 무사히 시간 안에 준비된 내용을 모두 발표할 수 있었고, 이어지는 위원들의 질문에 대해서도 미리 질문을 예상하고 답변을 준비해 놓았기 때문에 따로 통역을 하지 않고도 즉각적인 답변을 모두 할 수 있었습니다.
NGO 세션은 세 나라를 한꺼번에 하여 한 시간 정도 진행되었기 때문에 시간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엄청난 준비를 한 것에 비하면 다소 맥이 빠질 수도 있지요. 그런데, NGO 세션이 끝난 후에 한 시간에 걸쳐 국가인권위원회의 발표와 질문 시간이 있었습니다. 원래는 세 나라의 국가인권위원회 발표인데, 다른 나라들은 없는지 안 왔는지 한국의 국가인권위원회가 거의 한 시간을 다 썼지요. 한 시간이나 진행된 국가인권위원회의 발표와 질문은 정말로 실망스러움 그 자체였습니다. 인권위 상임위원인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님이 나왔는데, 아무리 국가인권위원회의 현실이 엉망이라고 하기는 하지만, 질문의 취지도 잘 이해 못하고 계속 엉뚱한 답변을 하거나 정부 측을 옹호하고, 인권위원회가 잘 하고 있다는 식으로의 매우 형식적이고 관료스러운 발표와 답변을 늘어놓고 갔습니다. 정말 시간이 아까울 정도였습니다. 우리는 시간을 쪼개고 쪼개기 위해서 엄청난 준비를 하였는데, 거의 준비도 안된 상황에서 나와서 통역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원칙적으로는 NGO 세션이 끝남으로 해서 참가단의 공식적인 역할은 끝이 나는 것이지만, 다음 날인 19일 화요일에 정부 세션이 있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제대로 답하지 못한 부분이나 국가인권위원회의 현실을 위원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이 날 밤에도 교대로 잠을 자 가면서 위원들에게 전달할 질문지나 설명지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저도 이날은 국가인권위원회의 현실에 대하여 영작을 하느라고 차혜령 변호사님과 새벽 4시까지 버텼지요. 아침에 신윤진 변호사가 일어나서 다시 검토하고…
6. 정부 세션과 주요 내용
다음 날은 원래 아침 일찍 나가서 준비한 질문지나 설명지를 해당 위원들에게 미리 배포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회의장 앞에서 이런 것들을 배포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회의 중에 전달해 줄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간 중간에 이슈에 대하여 관심이 있는 위원에게 개별적으로 전달을 하여 주었고, 위원들은 참가단이 원하는 대부분의 질문을 한국 정부에게 하였는데, 이것은 결과적으로 우리 참가단의 역할이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정부세션은 오전에 한국 정부의 긴 발표로 시작되어 오후까지 모두 한국 정부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이어졌습니다. 한국 정부의 태도는… 예상은 했지만 정말로 실망 그 자체였습니다. 무엇보다도 기본적으로 양성 평등 또는 인권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 자체가 없었고, 준비도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청문회에서 답변하는 내용처럼 준비된 원고에 따라 답변하는 수준밖에 되지 않았는데, 각 부처의 실무자들을 데려와서 관련된 답변을 시키는 수준이었고, 여성가족부는 양성 평등과 여성 인권에 대하여 총괄하는 부서의 모습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음을 잘 보여 주는 모습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여성 인권과 관련된 질문에 대하여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이 있기 때문에 그 정책 방향에 따라야 한다”는 취지의 장관의 답변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여성부”는 존재가치가 없는 것입니다. “문화가족부”로서 담당분야에 대한 답변밖에 하지 못하거나 그 만큼의 존재의의만 있는 것입니다.
참가단이 Shadow report 또는 lunch briefing, oral statement에서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정권이 바뀌면서 정부와 엔지오 사이의 협력체계가 무너졌다는 점, 여성 비정규직 증가와 유연근로제의 문제, 가정폭력과 즉시체포 문제, 이주여성의 불안정한 권리 등의 문제와 낙태 비범죄화, 강간죄의 친고죄화, 국제 인신매매 등의 문제였는데, 위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이 쏟아졌고, 정부는 제대로 답변한 것이 없었습니다. 이를테면 유연근로제의 도입과 여성 비정규직 비율이 높은 점에 대한 답변으로 한국이 노동시간이 워낙 길어서 일 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유연근로제 도입이 필수적으로 좋은 제도라고 답한다든지 부부강간을 처벌하는가에 대한 답변에서 부부강간을 처벌한 판례가 있다라고 답을 하여 마치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부부강간을 처벌하는 것처럼 답하는 등이었습니다. 또 정말 재미있었던 것은 엔지오와의 협력 파괴에 대하여 “어떤 엔지오와 협력을 한다는 것이냐?”는 질문에 대하여 여성가족부 장관이 “우리는 엔지오와 협력하여 정부보고서를 썼고, 이 자리에 참가한 KOCUN에게 정부보고서와 관련하여 협력을 하고 비용을 일부 지급했다”는 답을 한 것입니다. KOCUN은 전 한국 CEDAW 위원님이 주도하여 만든 단체인데, 질문에 대한 궁색한 답을 위해 KOCUN을 팔아먹는 바람에 KOCUN이 매우 곤란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지요… CEDAW 참가 지원 신청서에 “우리는 보고서 작성과 CEDAW 참가와 관련하여 정부로부터 그 어떠한 지원도 받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하는 난이 있었고, 정부 보고서 이외에 NGO의 Shadow report를 제출하도록 하는 이유가 명백한 것인데, 숨겨도 미안할 내용을 본회의장에서 당당하게 밝혀 버렸으니 말이죠… 이후 전 한국 CEDAW 위원님이 우리 참가단에 해명 메일을 보내오셨는데… 오히려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을 받았는지까지 써 주시면서 괜히 우리 참가단에게 섭섭함이나 표시하시고…
7. 이후 일정과 관광
정부 세션이 끝났지만, 급히 보도자료를 만들기 위해서 또 차혜령 변호사님과 이구경숙 여연 사무처장님은 다음날까지 애를 쓰셨고, 추가로 최종 정리 자료를 위원들에게 주자는 말도 나왔지만, 이미 너무 고생이 많아서 최종 정리 자료를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이렇게 아홉 번째 날 오전도 회의를 하고, 보도자료를 만들고 나서야 모두들 짧은 뉴욕 관광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다 함께 돌아다닌 것은 아니지만, 두 팀으로 나누어 브로드웨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과 빌리 엘리엇을 보고, 센트럴 파크를 거닐기도 하고, 소호 지역에서 구경이나 쇼핑을 하고, 첼시에 있는 첼시마트에서 랍스터도 먹고, 페리호를 타고 스테이튼 아일랜드에도 갔다 왔고, 배안에서 뉴욕 야경과 자유의 여신상을 보기도 하고, 브루클린 브릿지를 건너가서 브루클린에서 맨하탄의 야경도 보고…
저는 근방에 외삼촌과 이모가 살고 있어서 방문하느라고 2박 3일을 일행과 떨어져 있었는데, 다른 분들은 나이아가라 폭포를 가신 분도 있고, 뉴욕을 좀 더 구경하신 분도 있었습니다. 이후 25일 월요일에 뉴욕 JFK 공항에서 다시 일행을 만나 또 다시 18시간 걸리는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 26일 화요일 밤 10시가 되어야 인천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일정 내내 30도를 넘어 최고 40도까지 올라가는 기록적인 더위 때문에 더 고생스러웠습니다.(갔다 오니 사람들이 좋았겠다라고 말하는데 뮤지컬 본 것 외에는 별로 좋은 것도 없었습니다.) 숙소 사정상 잘 때도 에어컨을 틀어놓고 자야해서 더 피곤하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미국을 원래부터 별로 안 좋아해서인지 크게 신기하거나 멋지다고 느낀 곳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도심 한가운데 넓은 공원이 있는 센트럴 파크는 조금 신기했지만 일산 호수공원보다 크게 나을 것도 없다고 생각했고, 뉴욕 야경이 멋지다지만, 서울 야경보다 특히 다를 것도 없었고, 시내나 유명 거리는 사람이 매우 많고 복잡한 점에서 뭐 그다지 신기할 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맥 빠지나요? 어쨌든 개인적으로는 순수 관광 목적으로 뉴욕을 찾을 일은 영원히 없을 것 같습니다. 미국 동부 지방에 갔다가 그냥 하루 정도 둘러보는 것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관광객이나 거주민, 유학생들이 뉴욕에 너무너무 많은 것을 보면… 우리나라가 미국에게 지나치게 의존되어 있는 나라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답니다.
8. 마치며…….
국제회의에 참가할 수 있었던 점, 여성운동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 단체 대표님들과 활동가들, 뛰어난 세 분 변호사님과 함께 2주 가까운 일정을 할 수 있었던 점에서 개인적으로는 큰 영광이었고, 소중한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제가 Shadow report 작성에 일부만 관여하였고, 14일이나 일자리를 비워야 한다는 부담 속에서 전체적인 내용을 영어로 충분히 숙지하지 못하였고, 영어능력 부족으로 정작 회의 자리에서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었던 점, 뉴욕 관광은 저에겐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운 점입니다. 또, 모두 바빴기 때문이기도 하고, 개인 사정들도 있었기 때문이지만 이전 CEDAW 참가단으로부터 참가백서 이외에는 물려받은 것이 없다는 점도 아쉽습니다.
좀 더 국내에서의 준비가 완벽하거나, 리포트 작성 주체가 참가단이 될 수만 있다면 더 짧은 일정으로 효율적인 회의참가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제가 4년 후의 CEDAW 참가를 위해서 필요 없는 영어 공부를 더할 수는 없을 것 같고, 좀 더 영어 능력이 되시는 분이 CEDAW 참가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다음 CEDAW 참가단에게는 비싸게 얻은 경험을 충분히 전달하여 조금이나마 효율적으로 일정이 진행될 수 있도록 꼭 돕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뉴욕이요? 별거 없던데요. 한국이 좋습니다. 뉴욕 관광은 외화낭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