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 2차 희망버스 참가 후기

2011-07-14 131


그곳에 사람이 있다


-2차 희망버스 참가 후기


 


글_ 민변 6기 여성인권위원회 인턴 정혜원


 


한진중공업 고공 크레인 위에서 185일이 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은 혼자지만, 결코 혼자가 아니다. 김진숙 위원은 트위터를 통해 시시각각 파업 상황을 알리고 사람들의 지지와 연대를 모아냈다. 언론도, 청문회를 약속했던 국회도 모두 외면한 한진중공업의 파업은 그러나 고립되지 않았고 각계각층의 사람들은 지지와 관심과 분노로 일어섰다. 한진중공업 사태를 외신에 알려 CNN과 알 자지라 방송과 같은 유수 언론의 보도를 이끌어냈다. 세계적인 석학 노엄 촘스키는 “김진숙, 당신을 지지한다” 는 메시지를 통해 파업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6월 11일 1차 희망버스에 이어 7월 9일 2차 희망버스 185대가 전국에서 약 1만 명을 태우고 부산으로 향했다.


 


우리 모두는 크레인에서 태어난 인간

7월 9일 오후 1시에 출발한 2차 희망버스에 민변 노동위 권영국, 조영선 변호사님, 전명훈 간사님과 인턴 4명이 함께 했다. 부산으로 내려가는 긴 시간 동안 함께 희망버스에 탄 사람들끼리 자기소개를 했다. 그 누가 불온한 외부세력이라 했는가. 여기 희망버스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가며 김진숙 위원의 안전을 걱정하고 한진중공업만의 문제가 아닌 자신의 문제임을 느낀 ‘선량한’ 시민들이었다. 자신을 한 출판사 비정규직이라고 소개한 참가자는 “부끄럽지만 희망을 주기보다는 희망을 찾으러 왔다” 고 했다.


저녁 8시, 마침내 부산역 광장에 도착하여 민변 부산지부 변호사님들을 만나 집회와 행진에 참여했다. 부산역 광장에서는 7시부터 시작된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홍대에서 젊음을 노래하던 인디밴드도 이날만큼은 노동자의 삶을 지키기 위한 연대투쟁을 위해 노래를 불렀다. 이어 희망버스를 기획한 송경동, 김선우, 심보선 시인이 무대에 올라 1박 2일의 투쟁에 불을 지피는 시 <크레인에서 태어난 인간>를 낭독했다. ‘우리 모두는 김진숙이고, 유성기업 노동자고, 쌍용차 해고자고 크레인에서 태어난 인간이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단결하라! 단결하라!’를 들으며 온 몸에 전율이 돋고 지금 이 부산 땅에 내가 서있음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느낌을 가진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으리라.


 


밤 9시경,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영도조선소를 향해 행진을 시작했다. 서울지부와 부산지부 일행은 둘로 나누어 출발했다. 부산역에서 도로로 나가는 데서부터 경찰은 길을 막았지만 금방 뚫려 거리행진이 시작되었고 ‘정리해고 철회하자! 김진숙과 연대하자!’는 구호는 빗소리보다 더욱 크게 부산 시내에 울려 퍼졌다. 영도다리를 건너 한진중공업 조선소 앞에 도착한 것은 약 10시 반이었다. 이후 아침 해가 뜰 때까지 그 자리에서 농성은 계속되었다. 새벽 3시, 4시 여러 차례에 걸쳐 경찰은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쏘아댔다. 경찰과 맞대고 있는 최전방에서는 최루액을 씻어내기 위해 물을 공급해줄 것을 끊임없이 요청했다. 최루액이 익숙하지 않은, 아니 익숙하다할지라도 견딜 수 없는 따가움은 대오를 한참이나 뒤로 밀리게 했다. 연행되는 사람들이 속출했고 민변 변호사님들은 연락을 받는 대로 속속 변호사 접견을 위해 파견되었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전화연결을 통해 감사를 표했고 결코 지지 않고 승리할 것임을 힘주어 말했다. 새벽 늦은 시간에도 오가며 집회를 지켜보던 영도 주민들은 집회 참여자들을 격려했고, 서로 토론을 나누기도 했다. 나를 포함한 인턴들은 최루액 물대포에 뒤로 빠져 있다가 다시 대오로 돌아와 아침이 올 때까지 연좌농성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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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매일노동뉴스(좌), 국제뉴스(우)



 


크레인 위에 노동자가 있고, 여기에 우리가 있다


 


2011년 오늘, 기술과 경제는 발전을 거듭하고 우리는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정말 과연 그럴까? 아무리 경제가 발전하고 최루탄의 매캐한 연기를 마셔가며 투쟁하던 시기는 지났다지만 7월 10일 새벽의 투쟁을 목격하고 경험한 나는 아직도 우리가 이전의 시계에 머물러 있음을 느낀다. 자본은 평생을 열심히 일해 온 노동자를 전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한다. 노동자의 삶은 절벽의 끝에 매달려 발버둥 친다. 국가는 공권력을 동원해 최루액을 쏘아대며 자본을 비호하고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다. 서로에게 기대는 것 외에는 어디에도 기댈 곳 없는 노동자들은 그마저도 쉽지 않다. 이렇게 대한민국 사회는 아직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그러나 변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더 이상 크레인에서 목을 매고 죽어 돌아오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들의 삶을 지켜내는 것이 곧 노동자로서 나의 삶을 지켜내는 것임을 알고 있는 사람들. 사람이 죽어간다고, 사람 사는 세상에 사람을 살리기 위해 손에 손을 맞잡고 차가운 비를 맞으며 세상에서 가장 아픈 곳을 어루만지기 위해 자리를 지킨 사람들이 있다. 1988년 엄혹한 시대의 촛불이 되기 위해 탄생한 민변도 2011년 7월 10일 그 자리에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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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 7. 9.(토)∼10.(일), 1박 2일간 진행된 제2차 희망버스는 경찰의 최류액과 물포를 동원한 강제진압으로 진보신당 심상정 전 대표, 전국농민회총연맹 이광석 의장을 비롯한 총 50명이 연행(강서경찰서 5명, 해운대경찰서 13명, 사하경찰서 12명, 사상경찰서 9명, 금정경찰서 11명)이 되었으며, 이 중 2명이 훈방(뇌병변장애인 1명, 청소년 1명)되었으며 48명이 불구속입건으로 석방되었습니다.
민변에서는 민변부산지부와 희망버스법률지원단 소속 변호사님들을 중심으로 연행자에 대한 접견을 실시, 인권침해감시변호사단 활동 등 법률지원 활동을 전개하고 왔습니다. -주) 민변 노동위원회 전명훈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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