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산행을 다녀와서
글_박지웅 변호사
이번 민변 생태산행은 백두대간 코스 중 하나인 대관령-선자령-나즈목-보현사 코스의 산행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회원들께서는 선자령이 해발 1,157m로 높기는 하여도, 대관령 휴게소와의 표고차가 317m밖에 되지 않고 긴 능선을 통해 산행하게 되므로 일반인도 쉽게 오를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이번 산행에 몸을 실으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뒤에서 보시겠지만 이는 천만의 말씀!입니다.
당일 아침, 비가 부슬부슬 내려 혹 산행을 가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내심의 기대 가운데서도 민변 33인 회원가족 여러분은 전세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이날 생태산행에는 김선수, 송병춘, 송상교, 이영기, 이원호, 이정택, 전영식, 정연순, 천낙붕 회원의 가족 분들도 동참하셨습니다. 송상교변호사님의 5살 된 꼬마아이 역시 용감하게 아빠 등에 몸을 실었음은 물론입니다. 2009년 지리산 둘레길 기행 때 왔던 꼬마 아이들도 재차 이번 산행에 참여하였는데, 제법 머리가 굵은 모습을 보니 세월의 무상함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또한, 이날, 송병춘 변호사님의 직장동료이신 서울시 교육청 감사관 신민정 변호사님도 이날 산행의 대열에 동참하셨습니다.
오전 8시에 출발한 차는 11시 반에 대관령 중턱 휴게소에 도착했습니다. 1시간 반 정도 걸었을까요? 산이 힘든지도 모르고 산 중턱에 도착할 무렵 풍력발전기 여러 기가 굉음을 내며 우리를 맞이하여 주었습니다. 현재, 이 풍력발전기는 강원풍력발전단지의 소유로서 발전기 1기의 용량이 2mw(메가와트)정도 되고, 전체 발전용량이 98mw라 합니다. 이는 대략 소양강댐(200mw)의 절반정도에 해당하며, 연간 가동률은 28%정도 해당하며, 연간 생산량은 24만 4,400mwh에 해당하여 강릉시 절반에 해당하는 5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하니, 대략 풍력발전기 한 기당 1,000가구의 1년 치 전력이 생산된다고 하겠습니다. 근척에서 볼 때는 보잘 것 없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대단한 수준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쨌든, 대관령 산간의 시원한 오솔 바람이 속세에서 찌든 때들을 말끔히 씻어주는 것 같았습니다.
11시 반부터 1시간 반쯤 걸을 무렵 선자령에 도착하여 우리는 가져온 주먹밥을 먹으며 막걸리 한 사발로 허기를 채웠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등산에 막걸리는 빠질 수 없는 필수품인 것 같습니다. 시원하게 불어오는 바람 속에 두어 사발 마시고 알딸딸한 기분 속에 하산할 때의 그 즐거움은 형언(形言)하기 어렵습니다. 많은 회원 분들께서 별도로 가져오신 귤, 초콜렛 등을 나누며 하산하기 시작했는데, 이때부터가 우리들의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었습니다. 선자령에서 보현사로 내려오는 길은 계곡길로 물이 불어나지 않았을 평소에는 계곡물소리를 들으며, 휘파람을 불으며 하산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산행을 하기 전 이미 많은 비가 내렸던 터이라, 계곡 물이 상당히 불어나 내려오는 길은 꼭 생존을 위한 사투와도 같았습니다. 길이 한 방향으로 계속되는 것이 아니라, 계곡을 가운데로 하여 좌우로 지그재그 연속하여 길이 짜임새를 갖추어 나 있기에 수차례 물길을 건너다녀야 했는데, 이것이 고역(苦役)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많은 회원들 그리고 가족들, 특히 어린이들은 모두 등산화와 하의를 대략 10여 차례 젖혀가며 무사히 보현사에 도착했습니다. 계곡을 넘나드는 과정에서 처음에 등산화를 적시지 않았던 사람들도 결국에는 등산화를 물에 넣지 않고는 넘나들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물을 건널 수 없는 아이들을 등에 업고 건너는 아버지-송상교 변호사-의 모습은 부성애 그 자체였습니다. 송상교 변호사님 말처럼 ‘여태껏 해왔던 산행 중에서 가장 힘든 산행’이었을까요? 보현사에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모두 추어탕 집으로 직행했습니다. 힘들었지만 보람 있는 산행 속에 ‘백두대간 하나로’를 외치며 막걸리 한 사발을 마시며 산행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번 산행에 참여한 회원 모두 이번 코스를 마련하느라 수고하신 회장님께 손해배상을 청구해야겠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