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인터뷰] 민변과 함께 꿈을 키워가는 변호사 – 서선영 변호사님 인터뷰

2011-05-17 246




[민변의 인터뷰]

민변과 함께 꿈을 키워가는 변호사 – 서선영 변호사님 인터뷰


인터뷰_출판홍보팀 이동화 간사
사진_출판홍보팀 6기 인턴 유재선
정리_출판홍보팀 6기 인턴 권미홍


 


2008년 3월 10일. 은갈치색 정장을 차려입은 새내기 변호사가 민변 사무처에 첫 출근을 했다. 그렇게 변호사로서의 첫 출발을 시작한 그녀는 그로부터 약 3년 2개월의 시간이 흐른 지금, 민변의 민생경제위원회, 소수자인권위원회, 회원팀장, 교육팀원, 사무차장이라는 다섯 가지 역할을 소화해내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민변 사무처에서의 활동을 마치고 다시 새로운 출발을 꿈꾸는 민변 사무처 상근변호사, 서선영 변호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민변: 민변 최초의 공채 상근변호사라고 들었습니다. 변호사로서의 시작을 민변에서 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오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서: 연수원을 마친 후에 직장에 대해 고민하면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일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싶었어요.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단체를 생각하게 됐고, 그러던 중에 송현순 변호사님께서 민변에서 상근변호사를 뽑는데 생각이 없느냐고 물어보셨어요. 이번이 아니라도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들었었는데, 그 질문의 취지는 제가 이 일에 대해 굉장히 사명감이 있을 거라는 기대인 것 같아요. 하지만 그렇지는 않아요, 사실…^^; 시민운동에 대한 헌신보다는 제가 좀 더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보니까 자연스럽게 오게 되었어요. 주변에서는 다른 변호사들이랑 좀 다른 방식으로 시작하는 것에 대해 걱정되지 않느냐고 많이 물어보셨는데, 저는 결과적으로 여기서 시작을 했다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고요.


 


민변: 처음 민변에 들어올 때 민변에 대한 이미지, 혹은 민변에 대한 생각은 어땠나요?


 서: 사실 민변을 많이 알고 들어온 건 아니었어요. 민변의 방향성이 제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경향이 있을까봐 거기에 대한 우려도 있었고, 너무 전문가들만 모여 있는 조직이라 부담도 됐죠. 또, 전문가들이 주축이기 때문에 다른 시민단체들과 소통이 잘 될까 하는 의문도 좀 있었어요. 그렇지만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분명 있을 거고, 한계 또한 존재할 거라는 점을 감안하고 왔어요.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최대한 고쳐보고 배워야 할 것은 열심히 배워보자 라는 생각이었어요.


 


민변: 민변에서의 처음 시작은 어땠나요?


서: 들어와서 처음엔 참 심란했죠. 첫 출근이 3월 10일이었는데, 나름 첫 사회생활이라고 정장을 차려 입고 왔어요. 그런데 정말 대청소를 제대로 했어요. 구두 신고 창고에서 짐 나르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웃음) 그때 당시 지금과 사무실 구조가 달라서 저 혼자 방을 썼었는데, 처음에는 정말 뭘 해야 할지 몰라서 문 닫고 혼자 생각한 적이 많아요. 앞으로 어떻게 적응해 나갈까, 어떻게 지내야 하나…


그리고 각 위원회마다 회의를 다 들어 가보려고 했는데 처음에 설명을 잘 안 해주셔서 뻘쭘하게 앉아 있다가 온 적도 있어요. 그런 경험 때문에 지금도 신입 변호사들이 처음 들어왔을 때 설명을 잘 해줘야 된다 생각하고 그러려고 노력해요. 회의에 처음 들어가는 변호사는 적응도 잘 안되고 위축되는 부분이 있거든요.


 


민변: 민변 변호사로서 첫 임무는 무엇이었어요?


서: 그때 처음 제게 맡겨진 작업이 민변의 10년간의 연표(11년부터 20년까지)를 작성하는 것이었어요. 변호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도 잘 몰랐던 때였는데, 연표 작성이란 것도 처음이었죠. 주로 지난 자료를 뒤지면서 한 달을 보냈는데, 그때 민변이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 공부를 한 측면도 있긴 해요. 그렇게 2개월 정도 20주년 행사를 준비하면서 지냈는데 5월에 촛불집회가 일어났죠. 그때부터는 생각한 일을 하는 것보다는 생기는 일을 정신없이 했어요.


 


서선영 변호사는 촛불집회 당시를 회상하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당시의 상황과 함께 여러 인권 침해 사례들, 그리고 다른 회원 변호사들과 자원봉사자들의 노고까지. 그런 그녀를 보면서 이제 막 첫걸음을 시작한 새내기 변호사에게 현장에 직접 나가 목격한 인권침해의 장면들이 어떻게 다가왔을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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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집회 당시 서선영 변호사를 비롯한 민변의 변호사와 상근자들은 집회 현장의 인권침해문제를 감시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민변: 본인에게 촛불 집회는 어떤 의미였나요?


서: 개인적으로는 가끔 힘이 들거나 그럴 때 저를 계속 견디게 하는… 그런 어떤 기억이었던 것 같아요. 민변에서 일을 하다보면 가끔 매너리즘에 빠질 때가 있어요. 그럴 때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그러면 안 되겠지 하는 계기가 돼요. 법을 단순히 검토하는 것만이 아니라 인권의 문제로 생각도 하게 되고. 변호사로서 이게 법적으로 된다 안된다 라는 것만 생각하게 될 때, 촛불집회 때를 생각하면서 그러면 안 되겠다고 생각을 고치곤 하죠.


 


민변: 서 변호사님의 특징이 ‘권위적이지 않다, 누구에게나 편안하게 대한다.’라는 것이에요. 그런 점에서 민변 사무처 내의 변호사와 비변호사의 사이를 잇는 역할을 했다고 보는데요.


서: 변호사라는 직업이 아직까지 기득권층으로 자리하고 있는데, 상근변호사는 변호사와 활동가가 합쳐진 것이에요. 어디에다가 포커스를 맞추느냐는 그때그때 다르다고 봐요. 변호사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도 사실 있었어요. 앞으로도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살 것 같고요. 권위가 없다, 편하게 대한다, 라는 건 개인적인 성향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어요. 개인적으로 권위적인 것을 싫어해요. 그냥 제 성향대로 자연스럽게 지냈는데, 오히려 너무 편하고 자유롭게 대해서 스스로 팀장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하지는 않았나, 그게 문제되지는 않았나 하고 걱정한 적도 많이 있었어요.


 


민변: 상근 변호사 제도가 생기면서 민변이 기존보다 훨씬 더 넓은 영역에서 활동하게 되었다고 봅니다. 상근 변호사가 들어오면서 조직 자체의 일이 거의 두 배가 될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상근변호사가 있기 전과 후로 시기를 나눌 때가 있어요. 그렇다면 민변에서의 상근변호사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서: 솔직히 아직까지도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립이 잘 안 되어 있어요. 결국은 제가 거의 처음이기 때문에 저의 책임이 크긴 하지만… 저는 상근 변호사 때문에 민변의 활동이 넓어졌다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시대적인 변화라고 생각해요. 민변에 요구되는 일들이 많았고 그 시기에 마침 상근 변호사가 들어왔고 그때 촛불집회도 일어나고.. 그렇게 엮인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연결이죠. 상근변호사가 와서 민변이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하고 평가해 주시면 고맙긴 한데 그렇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솔직히.


 


민변: 일하면서 힘들었던 점이나 애로사항은?


서: 이건 상근 간사들도 마찬가지인데, 여기는 회원 조직이고 이것을 지원하는 사무처이기 때문에 실무적인 일이 많아요. 그렇지만 단체에 있다 보면 자신의 전문성에 대한 욕구 내지는 하나에 집중하고 싶은 욕구가 있을 수밖에 없어요. 그것이 민변의 여러 가지 여건 상, 안 채워지고 있어요. 민변에 대한 사회적 욕구가 많아지는 반면 상근자들의 수는 그대로이니까요. 여러 가지 업무를 동시에 소화하다 보니까 일은 많이 한 거 같은데 뭘 했는지 모를 때가 있어요. 오히려 촛불집회 때는 바빠도 하나에 집중했거든요.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상근자들도 한 사람에게 맡겨진 업무가 너무 여러 가지이다 보니까 사안에 대한 내용적인 개입보다는 실무에 머무를 때가 있어요. 그래서 가끔 뭘 하고 있는지에 대한 회의가 있을 때가 있어서 그 점이 아쉽죠. 이건 개인의 의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기보다 조직적인 차원에서 풀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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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20주년 기념행사의 대미를 장식했던 민변 선언 낭독을 하고 있는 서선영 변호사님.


그녀가 민변에 온 후로 새로운 변화들이 많이 생겨났다. 인턴제도가 도입되고, 사법연수원을 직접 방문하여 ‘민변과의 만남’을 추진하기도 했다. 또한, 회원팀 내에서도 입탈회 절차 등의 규정 신설, 소수자위원회 설립… 등등. 민변을 떠나는 이 시점에서, 이러한 변화에 대해 돌아보며 그녀 스스로는 어떠한 평가를 내릴지 묻고 싶었다.


 


민변: 본인이 기획했던 여러 제도들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서: 다행히도 잘 된 것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인턴제도는 촛불 집회 이후로 민변에 관심 갖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생각을 하게 됐어요. 민변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분들을 단순히 자원봉사의 형식으로 함께 하는 것 보다는, 인턴이라는 체계를 갖춰 교육과 실무를 함께 하면 좋지 않을까 했어요. 그리고 사법연수원 직접 방문은 일방적 강의가 아니라, 각 분야의 민변 회원 변호사들이 가서 실질적이고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해서 반응이 좋았던 것 같아요. 새로운 시도라는 것은 항상 실패의 가능성이 있고, 걱정되는 부분도 많지만 재미있기도 한 것 같아요. 에너지도 생기고..


 


민변: 이외에도 소수자인권위원회를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서: 소수자 인권위원회는 원래 관심이 많은 분야였어요. 그런데 민변에 오니까 그게 없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내가 있는 동안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주변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관심 있는 분들도 많았고요. 인권의 사각지대인 소수자의 문제가 잘 안 다루어진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도 중점적으로 활동할 위원회에요.


 



민변: 민변에서의 행복했던 기억을 세 가지만 댄다면?


서: 사실 재밌었던 때는 인턴들이랑 놀 때? (웃음) 사실 인턴들은 가장 고민이 많을 시기에 민변에 들어오기 때문에 그 고민들을 들어보면 어떻게 될까 하는 고민을 같이 하게 될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자리를 많이 가지려 했고 그런 이야기들을 나눌 때가 재밌었던 것 같아요. 희열을 느낀 순간은 야간집회 헌법 불합치 판결이 나왔을 때(제가 별로 관여한 건 없지만). 그리고 <한국의 공익인권 소송> 책이 나왔을 때!


 


민변: 그렇다면 아쉬운 점은?


서: 민변에서 못하고 가는 일이 많은 것. 제가 노력을 해서 더 많이 했었어야 하는데… 그리고 항상 닥치는 일을 하느라고 체계적으로 일을 하지 못한 점이 아쉬워요.


 


민변: 그런데…… 왜 그만 두시는 거에요?! ㅠㅠ


서: 제가 부족하다는 한계를 느꼈어요. 그런데 부지런하질 못해서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쉬면서 집중적으로 책을 많이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민변에 대한 불만이 있다거나, 다른 계획이 구체적으로 잡힌 건 아니에요. 단순히 쉬고 싶어요. 충분히 쉬는 기간이 있어야 스스로에게도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지금이 그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민변에 올 때도 그렇게 생각했었고. 사실 매너리즘에 빠진 것도 있고, 제가 관료화 되어 가는 것 같아서 불안함을 느끼기도 했어요. 어떻게 열정적으로 일할까보다 또 이 일이네 하는 생각이 들어서. 쉬면서 공부도 하고, 새롭게 이것저것 접하고 싶기도 하고.


 


서선영 변호사의 털털하고 자유로운 성격답게 이 날의 인터뷰는 밥과 술(?)이 있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쉬는 동안 책 만 권 읽기와 운전면허 따기가 목표라는 그녀^^ 헤어짐은 아쉽지만, 재충전의 시간 뒤에는 과연 어떠한 모습을 보여줄지 새로운 한 걸음이 기대 된다. Hug를 좋아한다는 따뜻한 변호사. 민변에서의 시간과 기억도 따뜻한 추억으로 안고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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