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의 글] 2010년 민변 총회를 돌아보며

2011-05-12 171




2010년 민변 총회를 돌아보며


-민변과 나를 이어주는 튼튼한 동아줄-


 


글_ 백주선 변호사


 


1. 사전행사


2010년 5월 29일. 도착 예정시간인 1시 30분보다 조금 일찍 충북 충주에 있는 건설경영연수원에 도착했다. 건설경영연수원은 풍광이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었고, 시설도 깔끔했다. 무엇보다 푸른 잔디구장이 마음에 들었다. 임시로 방을 배정받고 그 곳에 가지고 온 짐을 내려놓았다. 김광수 소장의 강연이 있는 오후 4시까지 약 2시간 동안은 자유 시간이었다. 사무처에서는 공 찰 사람, 산책할 사람, 책 볼 사람, 잠 잘 사람 각자 알아서 시간을 보내라고 했다. 난 공 찰 사람이었다. 챙겨온 트레이닝복을 입고 운동화로 갈아 신었다. 아까 눈여겨 본 잔디구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한 명, 두 명 모이더니 한 20명 되는 사람들이 잔디구장 주변에 모였다. 그 중 절반인 10명은 반씩 팀을 나눠 족구를 했고, 나머지 10명은 또 5명씩 팀을 나눠 축구를 했다.


 


축구 얘기는 잠시 해야겠다. 족구를 하던 사람들 10명과 축구를 하던 사람들 10명이 서로 상대가 되어 한 판 승부를 겨루었기 때문이고 무엇보다도 무지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을 때 인사를 나눴던 황희석 변호사는 축구선수라 할 정도로 기량이 출중했다. 드리블, 패스, 슛 모두 좋았다. 나중에 황 변호사가 ‘세계변호사축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터키로 출국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제는 귀국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또 한 분 한택근 변호사를 빼놓으면 섭섭할 것이다. 내일 모레 쉰이라는 분이 스피드, 지구력, 골 결정력을 모두 갖췄다. 젊은 세대로는 이동화 간사가 눈에 띄었다. 덩치에 비해 날렵하고 덩치대로 힘이 넘치는 킥력으로 멋진 골을 보여 주었다. 이 분들 뿐만 아니라 모두 사력을 다해 뛰었고 멋진 플레이가 속출했으면 경기가 끝났을 때 우린 하나였다. 다만 장경욱 변호사가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쾌유를 빌 뿐이다.


 


오후 4시, 특강 강사인 김광수 소장이 왔다.


‘한국 경제의 현황과 전망’이 강연 주제였다. 김 소장은 자신의 경제연구소에서 열심히 뽑아낸 경제지표로 한국경제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열연하였다. 김 소장은 벌써 10여 년을 민간경제연구소를 운영하며 축적한 역량을 바탕으로 부동산 문제, 4대강 사업문제, 정부의 재정정책, 복지정책 등등에 관해 재미난 얘기를 많이 해주었다. 강연 후 몇몇 회원은 김 소장에게 문제의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날카롭게 질문을 하고 이에 대한 김 소장의 답변도 있었다. 예정기간을 넘기면서 질문과 답변이 오갔는데, 경제에 관해 일천한 지식밖에 없는 나로서는 그 내용을 다 옮길 수 없어 아쉽다.


 


2. 본회의


예정대로 저녁 7시경에 건설경영연수원 1층 강당에서 총회를 시작하였다. 총회 의장으로 백승헌 회장이 자리를 하였고, 진행은 한택근 사무총장이 맡았다. 성원보고를 시작으로 총회 성립을 알리고 보고안건부터 논의안건까지 차례로 진행되었다. 민변 역사에서 전무했던 연임으로 두 번째 2년 임기의 막바지에 있던 두 분은 총회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하였다. 그리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진행을 도운 것은 사무처가 각고의 노력 끝에 펴낸 500쪽 가량의 총회 자료집이었다. 특히 총회자료집에는 안건에 따른 세심한 목차와 연결 쪽 안내가 있었는데 사무처 간부들의 정성이 가득 느껴졌다.


 


한편, 이번 총회에 처음 도입하였다는 PPT는 약간의 어긋남이 있었지만 민변의 이모저모를 생생하게 보여 주었다.


 


총회 전반부에는 참석한 대전, 대구, 광주, 부산 등 지역민변 회원의 인사, 각 위원회 별 모범회원 포상, 가입 20년을 맞은 회원에 대한 감사패 전달, 신입회원 인사가 있었다. 민변과 17년을 함께한 정은경 간사가 육아를 이유로 그만두게 되어 그 동안의 소회와 아쉬움을 말할 때에는 총회 참석자들 모두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논의안건 가운데 회칙개정의 건까지 논의한 후, 이번 총회에서 제일 중요한 새 회장단 및 집행부를 선출하는 안건이 시작되었다. 절차에 따라 백승헌 회장이 의장 자리에서 내려오고 민변 회장 선거관리위원장인 정미화 변호사가 나와 경과를 보고하고 선거결과를 발표하였다. 김선수 변호사를 회장으로 이원재, 배삼희 변호사를 각 감사로 하는 한 팀이 단독 출마하였고, 투표는 총회 전에 우편투표가 이뤄졌으며 집계도 이미 총회 전에 끝난 상태였다. 정확한 투표인원와 투표율은 기억나지 않지만 전체 투표자 가운데 반대표는 4표 밖에 되지 않았다. 감사에 대한 반대표는 3표였다. 선거관리위원장은 적법하게 새 회장과 감사가 선출되었음을 선포했다.


사실 총회 전에 이미 언론에서는 새 회장이 누구인지 발표를 한 상황이었다. 김선수 새 회장은 내심 걱정했는데 이제 언론 발표대로 당선이 돼서 한시름 놓았다고 짐짓 너스레를 보였다. 그리고 미리 준비한 당선 수락의 인사말을 차분히 읽어 나갔다. 현 정부의 역사후퇴 행위에 맞서 단호히 싸울 것이며 한편 회원들이 행복한 민변을 만들겠다는 각오가 들어 있었다. 민변의 새 회장으로 더 좋은 세상을 일구기 위해 애쓰겠다는 진심을 볼 수 있었다.


 


 


이후 정연순 변호사가 사무총장으로 선임되고 김칠준, 민경한, 이찬진, 최은순 변호사가 부회장으로, 황희석, 이재정, 이광철 변호사가 비상근 사무차장으로 선임되었다. 이 분들의 인사가 있었고, 줄지어 상근 차무차장, 각 위원회 위원장들이 소개말과 함께 포부를 얘기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23차년도 사업계획과 예산안에 대한 각 승인안건은 정연순 새 사무총장의 진행으로 논의가 되었다. 준비를 많이 하셨는지 방대한 사업계획과 예산안에 대해 깔끔하게 설명하면서 회원들의 승인을 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새 사업계획안과 예산안은 만장일치를 의미하는 박수로 통과되었다.


 


회원들의 몇 가지 제안요청이 있었고 각 제안에 대해 새 집행부가 논의 후 처리하는 것으로 하고 저녁 10시 쯤 총회는 막을 내렸다. 그리고 행사에서 빠질 수 없는 기념사진 찍기. 적극적으로 총회에 참여했던 회원들은 활짝 웃으며 기념 촬영을 하였다.


 


3. 회원 단결의 밤


건설경영연수원 한 켠에 있는 야외 공연장에 탁자와 의자가 놓이고 바비큐 고기가 익어 갔다. 사무처에서 준비한 수박, 사과, 바나나 등 과일과 오징어, 땅콩 등 안주가 가득했다. 소주, 맥주, 막걸리, 음료수도 차가운 아이스박스에 잘 담겨 있었다. 회원 단결의 밤은 참석한 회원들끼리 술과 음료를 나눠 마시면서 친해지는 시간인 것이다.


 


회원 단결의 밤을 위해 류신환 변호사가 등장했다. 서초동에서 출발 전에 인사를 나눴는데 송상교 변호사로부터 민변이 자랑하는 명진행자라는 얘기를 들었다. 다정다감한 스타일의 진행 솜씨가 인상적이었고 사람들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었다.


 


류 변호사의 사회로 그간 고생한 백승헌 회장, 한택근 사무총장에 대한 헌사가 이어졌고, 사무처에서 마련한 감사선물도 전달되었다. 4년 동안 참 힘든 일이 많았으리라. 백 회장, 한 사무총장이 그 동안의 소회를 말하는 시간이 있었고, 다른 회원들이 그 동안 묻지 못했던 (예컨대 회장과 사무총장이 다툰 적은 없었는지 하는) 질문도 이어졌다. 이 질문시간은 류 변호사의 야심찬 기획이었고 참석자들의 호응도 대단했다. 그리고 박연철 변호사 등 선배 회원들의 후배 회원에 대한 따뜻한 격려의 말도 이어졌다.


 


김선수 새 회장과 정연순 새 사무총장이 여러 테이블을 돌며 인사를 하고 술잔을 함께 기울였다. 그리고 술이 돌자 여기저기서 이야기꽃이 피었고, 종국에는 노래가 터져 나왔다. 다들 흥이 나는지 내내 그 자리를 만끽하는 듯 했다. 원래 술자리를 잘 자르지 못하고 끝까지 남아 있는 편인 나는 이 날도 끝까지 남아 여러 선배 회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즐겁게 얘기도 하고 노래도 부르다 보니 일하며 쌓인 스트레스도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송상교 변호사와 이런저런 얘기를 한참하게 되었고 아침이 가까워서야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오전 10시 20분 쯤 미리 숙소를 떠난 회원들과 숙소에 남아 하고픈 일(선배회원들의 전통으로 보이는)을 하는 회원들을 빼고 모두 버스에 올랐다. 버스로 이동한 후 충주 중앙탑을 보고 와인 박물관에 들러 술의 역사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술의 역사는 좀 알게 되었지만 아 전날 아니 새벽까지 먹은 술로 인해 몸이 몹시 괴로웠다.


 


낮 12시 쯤 와인 박물관 그 근처 손두부집에서 그 날 마지막 행사인 점심식사를 맛있게 먹었다. 점심을 먹고 서울로 향하는 버스에서 내 자다보니 어느덧 교대역 앞이었다.


 


4. 마치며


민변총회에 참석해 보니 민변의 규모를 알 것 같았고, 전국 각지에서 민변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선배 변호사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민변활동의 깊이와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민변에 가입했음에도 쉽게 지워지지 않던 민변에 대한 어색함이 사라졌다. 비로소 민변의 가족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나에게 2010년 23차년도 민변총회는 좋은 추억이자, 나와 민변을 이어주는 튼튼한 동아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