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위원회 전체모임 후기
백신옥 시보(사법연수원 41기)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부여와 공주로 노동위원회 전체모임을 간다는 말에 며칠 전부터 설레었다. 아침 8시에 민변 사무실에 모여 출발하기로 했다. 권영국 변호사님, 전명훈 간사님, 류민희 시보님이 각각 차를 준비해 오셔서 나누어 타고 출발했다. 꽃놀이를 가는 사람들이 많은지 도로가 막혀서 예정보다 훨씬 늦게 부여에 도착했다. 그래서 첫 목적지인 궁남지엔 가지 못하고 점심식사 장소인 소부리보리밥집에 바로 모였다. 음식이 정갈하고 맛있었다. 청평에서 회사 엠티를 마치시고 오신 정병욱 변호사님, 강상현 변호사님과 딸 혜림양, 강영구 변호사님이 거기서 합류하셨다.
밥을 먹고 부소산성으로 갔다. 백마강 남쪽 부소산을 감싸고 쌓은 산성으로, 웅진(공주)에서 사비(부여)로 수도를 옮기던 시기인 백제 성왕 16년(538)에 왕궁을 수호하기 위하여 쌓은 것이다. 부소산은 야트막했고, 곳곳에 세워진 정자에서 부여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었다. 작고 예쁜 도시였다. 군창지 앞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잠시 쉬고, 낙화암에 다다르니 정면에 4대강 공사현장이 보였다. 낙화암 아래를 흐르는 백마강은 금강 중 부여군 규암면 호암리 천정대에서 시작되어 낙화암과 세도면 반조원리에 이르는 약 16㎞의 구간을 말한다. 4대강 공사현장이 걱정스럽고 불쾌했다.
부소산성에서 내려와 백제문화단지에 가보았더니 6시에 관람이 끝나버려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백제문화단지는 사비궁 복원한 것, 백제생활문화마을 등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볼거리가 많아 3~4시간 정도 넉넉히 잡고 와야 할 듯 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정림사지 5층 석탑을 보러 갔다. 웅장한 석탑인데 탑 지붕들의 네 각이 부드럽게 들려져 있어 신비로웠다. 고도제한으로 나지막한 부여의 기와집들을 보시며, 권영국 변호사님께서 기와지붕이 맞배지붕, 우진각지붕, 팔작지붕 세 가지 종류가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기념사진을 찍고, 공주로 이동하여 새이학가든이란 식당에서 서상범, 김선영, 강신관, 전영식, 고윤덕 변호사님, 임태영 민변대전지부 간사님 등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나서 숙소인 공주한옥마을로 갔다. 공주한옥마을은 일반 숙박시설인데, 한옥 몇 채를 지어 조그마한 마을처럼 꾸며놓았고, 식당, 매점, 화장실, 연회실 등이 다양하게 갖추어져 있어 매우 편리했고, 방도 따뜻해서 자고 일어나면 몸이 개운했다. 우리가 방을 비우니 금방 또 손님이 들어왔다.
한옥마을 백제관이라는 방에서 밤 9시부터 세미나를 시작했다. 인제대학교 법학과 박은정 교수님께서 비정규직 차별시정례를 통해 노동위원회가 어떤 법 해석론을 택하고 있는지 강연하시며, 노동위원회의 차별시정 판단 기준, 장기간 근로계약이 반복하여 갱신된 근로자들은 기간제 근로자가 아니므로 차별시정신청을 기각한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이 타당하며 사용자 역시 이들에 대해서 근로계약을 종료시킬 수 없다는 것, 주된 업무의 내용과 작업조건 등에 있어서 본질적 차이가 없다면 비교대상근로자로 선정될 수 있다는 것, 복수의 비교대상근로자 존재시 선정방식으로 가장 유리한 근로조건이 해당 근로자에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것,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가입대상에서 제외된 노동조합에서 단체협약을 체결하여 이에 따라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불리한 처우를 받게 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 등을 말씀하셨다.
강연과 함께 차별시정제도의 이용률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노동위원회의 차별시정명령 자체가 잘못되었거나 시정명령에 대한 이행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민사소송을 통해 차별시정이 가능한가, 단체협약을 통해 근로조건 개선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등등 열띤 토론이 이루어졌고, 이러한 토론은 강연 후 뒤풀이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잘 알아듣지 못하는 내용도 많았지만, 변호사님들이 열정적으로 일하고 계시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시는 변호사님들의 그러한 모습은 너무너무 존경스러웠다.
밤 12시가 훨씬 넘어서 뒤풀이가 끝나자 일부는 취침을 했지만 많은 분들이 새벽까지 이야기를 나누셨다.
다음 날 아침, 8시쯤 모두 일어나 아침을 먹고 무령왕릉과 공주국립박물관을 보러 갔다. 날씨도 화창하고 왕릉과 박물관 주변에 봄꽃들이 피어서 정말 예뻤다. 대부분의 왕릉들이 도굴 되었으므로, 6호분의 배수로 공사를 하다가 우연히 발굴된 무령왕릉은 백제 예술의 보고였다. 당시 중국, 일본과의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졌고 왕권이 강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변호사님들은 먼저 가시고 전명훈 간사님, 노동위원회 인턴들과 시보들만 남아, 마곡사에 들르기로 했다. 산책 코스가 있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절에만 들렀다. 부처님 오신 날이 가까워 와서 색색의 연등들이 달려있었다. 전미영 인턴이 재미있는 포즈를 잡으라고 해서 즐겁게 사진을 찍었다.
서울로 도착하니 비가 왔다. 피곤하긴 했지만 이틀간 정말 알찬 여행을 다녀온 것 같아 너무 기분이 좋았다. 꼼꼼히 일정을 짜고 인솔하시느라 수고하신 전명훈 간사님께 감사드리고, 노동위원회 전체모임에 참가할 수 있게 해주신 민변에 정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