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여기에 사람이 있다.
글_국제연대위원회 인턴 6기 김다운
1. 이주노동자를 대하는 국가의 태도: ‘불법’의 잣대
2011년 2월 14일, 법무부는 서울, 경기·인천 지역 이주노조위원장 미셀에게 체류허가 최소를 통지하고, 2011년 3월 7일까지 출국할 것을 명하는 출국명령서를 송달하였다. 이유인즉슨, ‘체류허가신청시 진술한 내용과 달리 관할세무서에 등록된 사업자등록증 상의 기재된 주소지에 “드림”이라는 회사가 존재하지 아니하는 사실을 확인하였으며, 미셀 이주노조 위원장의 체류활동 또한 외국인근로자로서 근로활동에 종사하지 않았음이…확인되는 등 근무처변경허가 신청시 제출한 내용과 전혀 부합하지 않아 출입국관리법 제17조 제1항, 제89조 제1항, 제 68조 제1항에 따라 체류허가를 취소하였음을 통지’하였다. 법무부는 미셀 이주노조위원장이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근무처 변경허가 및 체류기간 연장 허가를 받았다는 점(출입국관리법 제 89조 제1항 제2호)를 이유로 체류허가를 취소했다. ‘위장취업’ 이것이 정부가 미셀이주노조위원장을 쫒아내고자 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정작 미셀이주노조위원장이 근무했던 회사는 정부가 알선한 구두수선 업체 회사였다. 업체는 사정이 좋지 않아 임대차계약을 갱신하지 못해 같은 층의 사무실 한켠을 빌려 쓰고 있었으며, 사실상 휴업상태에 있었다. 하지만 회사 사정이 좋지 않아 근무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이유로 이주노동자를 쫒아낼 수 있는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이주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탄압을 고스란히 드러냈고, 이주노조를 결코 인정하지 않고자 하는 억압적 태도를 확인했다.
2. ‘법’은 이주노동자에게 평등한가.
지난 3월, 고용노동부는 고용허가제 송출국가 대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산업연수원생제도를 대체하여 2004년 시작된 고용허가제(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가 송출비용을 줄이고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해소했으며 외국인근로자의 인권향상에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또한 고용허가제가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불법체류자’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사업장변경횟수에 제한을 두고 있는 고용허가제는 철저하게 사용자 편의를 고려한 법이라고 할 수 있고, 미등록노동자를 무조건 ‘불법체류자’로 간주하여 강제출국 시키고자 하는 출입국관리법은 이주노동자들의 인권침해를 부추기고 있다. 결국, 정부가 이주노동자들을 관리, 통제하는 핵심 기준이 되는 ‘법’들이 그 성격자체에서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권, 인권을 침해할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고용허가제, 출입국관리법 등에 있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차별, 억압적 요소를 전면 폐지해야한다. 무조건 “미등록노동자=불법체류자강제출국대상=범죄자“으로 간주하는 태도는 이주노동자를 오로지 ‘임시적으로, 사용자의 편의에 의해서 이용하고자 하는 노동력’이상으로 간주하지 않는 비윤리적이고 무책임한 태도이다.
‘비윤리적’인 것은 법을 어기며 이동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인간적인 삶을 살지 못하게 하는 법 자체일 수 있다. (김현미, 글로벌시대의 문화번역, 서울: 또하나의문화, 2005, P.45.)
3. 이주노동자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 그들은 누구인가.
이주노동자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어떨까. 흔히 이주노동자를 배척하는 시선에는 인종차별적 시선이나, 이주노동자들을 ‘국내일자리를 빼앗아가는 이들‘로 간주하여 위협적 존재로 여기는 시선들이 있다. 지극히 인종차별적, 민족주의적 관점이다. 또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양심적, 상식적 수준의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조차, 이주노동자들은 단지 ’임시적‘으로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으로써 한국사회의 정주민인 ’우리‘와 구분되는 ’타자‘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주노동자들이 사회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우리와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정주민‘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는 초국적 자본, 글로벌 기업이 세계 곳곳에 스며든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시대에 살고 있다. 해외‘기업’, ‘자본’은 신자유주의의 바람을 타고 고도의 ‘자유’를 보장받으며 자유롭게 이동한다. 반면 ‘사람’은 어떠한가. 이주노동자 역시,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흐름에 따라 노동력이 국가의 경계를 넘어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발생한 존재들이다. 하지만 정작 ‘사람’은 ‘자본’이 누리는 자유와 권리를 누리지 못한다. 이주노동자들은 사용자, 자본의 편의에 맞게 배열되고 이동되고 이용되지만, 그 과정에서 그들은 열악한 근로환경, 부당한 처우 등에 시달려야한다. 거기에 문화적, 인종적 편견이 겹쳐 이주노동자들을 온전한 ‘사람’으로 바라보지 못한다. 그러는 사이에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 주거권, 문화권이라는 당연한 권리들은 처참히 그리고 너무나 간단하게 무시되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이 국내일자리를 빼앗아간다고? 빼앗아 가면 어떤가. ‘인종’ ‘민족적’ 관점에서 그들을 배척하고 차별하는 것은 본질을 흐린다. 고도화된 세계화 시대에서, 이주노동자들은 글로벌 자본, 대기업 자본에 의해 고용된 ‘노동자’들이고 ‘사람’들이다. 우리가 해외로 나가 노동을 통해 경제활동을 하고자 할 경우, 우리 역시 즉시 ‘이주노동자’가 된다. 그들은 우리와 언어, 생김새, 문화가 다르지만 우리와 같이 가족, 노동을 통한 생계유지, 문화생활을 향유하고 싶은 욕구, 자아실현의 꿈을 가진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들과 다르지만, 그들과 같다. 우리에게 인권, 노동권, 주거권, 문화권, 환경권 등이 중요하듯이 그들에게도 그 권리들은 너무나 소중하고 꼭 지켜져야만 한다. 이제 이주노동자들을 ‘적’으로 간주하고나, ‘차별’의 대상으로 바라보거나, ‘임시적 거주자’정도로 생각하지 말자. 이주노동자들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우리와 지속적 ‘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이다. 국가나 자본의 권력이 그들을 억압하는 것에 동의하지 말자. 우리가 해외에 나가서 차별적 대우를 받으면 분노하듯이, 그들이 차별적 대우를 받을 때 분노하자. 그들은 전지구적자본주의의 힘에 의해 단순히 배열되고 이동되고 운반될 수 있는, 언제라도 강제출국명령을 받고 쫓겨날 수 있는 휘발적 존재들이 아니다. 이주노동자, 여기 ‘사람’이 있다.
강화 전등사에서 열린 ‘제3회 이주노동자 초청잔치’에서 한 어린이가 자신이 만든 단주를 엄마에게 보여주며 환하게 웃고 있다.”]1038250166.bmp
4.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실태, ‘있는 그대로 현실을 보기’
이제 시야를 흐리는 인종적, 민족적 관점에서 벗어나 국가와 자본의 권력에 억압당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실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2009년 고용허가제 5년을 맞아 외국인이주노동자대책협의회에서 시행한 이주노동자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은 입국 전 계약서와 실제 근로조건과의 차이, 하루 10시간 이상의 강도 높은 노동, 최저임금수준의 저임금, 주거, 의료, 교육, 문화 등의 영역에서 각종 권리 침해 등으로 인해 차별받고 있다. 특히, 제3세계 여성이주노동자들의 경우는 성적차별까지 겹쳐 더욱 열악한 조건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주노동자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하고, 그들이 처한 차별적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시작이다. 1) 고용허가제, 출입국관리법 등의 개정 2) (이주노조의 합법화를 비롯한) 이주노동자들의 당사자운동을 위한 협력과 연대 3) 미등록노동자합법화(합리적이고 유연한 기준과 대응책이 필요)를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역할을 가진 이들이 연대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사회에서 우리와 지속적 관계를 맺는 이들로써 이주노동자들을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