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북아프리카 민주화 혁명과 여성
국제연대위원회 김다운 6기 인턴
1)세계여성의 날, 100주년을 맞다
2011년 3월 8일은 세계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행사 100주년을 기념하는 날이었다. 세계 여성의 날은 지난 1911년 3월 19일 오스트리아와 덴마크, 독일, 스위스에서 100만 명이 거리 시위를 벌이며 ‘세계 일하는 여성의 날’ 행사를 시작한 데서 비롯됐으며 1975년, ‘세계 여성의 날’ 공식 기념행사가 시작되었다. 유엔 여성기구의 첫 수장이기도 한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은 보통선거와 사회진출, 가정폭력 처벌 법제화 등을 거론하며 “지난 세기 여성의 법적. 사회적 권리는 유례없는 발전을 이룩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수많은 여성들이 아직도 차별로 인한 고통을 경험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구체적으로는 문맹인구의 2/3가 여성이며 여전히 매 90초마다 1명이 출산 또는 관련 합병증으로 사망하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남성과 동등한 임금과 재산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2)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민주화 혁명과 여성
올해 여성의 날에는 민주화 혁명의 전면에 나선 중동, 북아프리카 여성들이 주목을 받았다. 유럽연합은 이날 북아프리카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과정에서 여성이 중대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ㆍ안보정책 고위대표와 비비안 레딩 EU 집행위 부위원장 겸 사법ㆍ기본권 담당 집행위원은 “여성들은 폭력이 난무하는 가운데서도 변화를 위한 투쟁에 동참했다“며 “여성도 미래 체제를 위한 논의의 중심에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남수단 등 개발도상국과 이슬람 국가의 여성들도 세계 여성의 날 100주년 기념에 동참했다. 마거릿 마티앙 남수단 여성아동복지부 차관은 7일 성명을 내고 여성이 이 땅에서 이룩한 일을 인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슬람 국가인 파키스탄 신드주 의회는 7일 여성의 날 100주년을 기념하는 결의문을 채택했으며 레바논 여성계는 8일 다양한 기념행사를 가졌다.
3) 이슬람 민주화 혁명에서 여성들의 활약
이번 북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의 민주화 혁명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역할이 주목을 받았다. 트위터, 페이스북, 유트브 등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이 현장의 목소리와 모습을 온라인 공간에서 실어 나르며 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각국의 주요 언론에서도 이번 혁명에서의 SNS의 역할을 주목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SNS를 이용하여 적극적으로 혁명을 전개해나간 세력을 살펴보면 또 한번 크게 놀라게 된다. 바로 이번 민주화 혁명에서 두드러진 이슬람 여성들의 활약 때문이다. 약 5000년 아랍의 중앙집권 정치사에서 정권을 교체하는 데 여성이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슬람 여성들은 수동적이고 사회의 문제에 침묵한다는 편견을 깼다. 이번 아랍지역의 민주화 혁명은 단순한 독재 타도 혁명이 아니라, 아랍권의 여권신장과 양성평등에 큰 인식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사상혁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 사진출처: Women of Egypt Facebook page
(http://www.facebook.com/pages/Women-Of-Egypt/188702194487956?v=wall)
1월 25일 시작된 이집트 민주화 혁명에서 여성들은 실로 대단한 활약을 보여주었다. 수많은 이집트 여성들은 거리로 나와 남자들과 함께 동등한 목소리로 자유와 평등을 외쳤다. 시위 초기에 유트브(youtube)에 시위참여를 독려하는 동영상을 올려 시위를 확산시킨 이는 26세의 여성운동가 아스마 마흐푸즈(Asmaa Mahfouz)였다. 그는 영상에서 “저는 타흐리르 광장에 ‘정권 타도’를 외치는 팻말을 들고 혼자 서겠습니다. 우리와 함께 가서 당신의 권리와 나의 권리, 가족의 권리를 요구하세요”라고 외쳤다.
미국의 페미니스트 계간지 미즈의 ‘미즈 블로그’는 “무슬림 여성들만큼 양성평등의 의미와 중요성을 뼈저리게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없다”면서 “이것이 바로 그들이 이번 시위의 선봉에 선 이유다. 이번 시위는 국가의 미래뿐 아니라 여성들의 동등한 권리를 위한 투쟁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4) 아랍권 사회에서 여자로 살아가기
아랍권 이슬람 사회는 남성가부장적 사회이다. 유목의 전통을 가지고 있는 아랍 사회에서는 외부의 적과 항상 싸우기 위해 강력한 유대가 필요했고, 생존을 위한 전투는 남자들의 몫이었기에 집안의 남자 어른에게 모든 지도력과 권력이 주어졌다. 이 전통의 바탕 위에 이슬람교가 시작됐고, 종교적 해석이 모두 남자에 의해 이뤄지면서 남성 중심의 사회는 더욱 강화됐다. 근대에 들어서도 무력을 기반으로 한 쿠데타 군부세력이 장기 집권하면서, 여성들의 권리는 더욱 더 지켜지기 힘들었다. 따라서 아버지의 권위를 가지는 아랍권의 지도자의 권위에 여성들이 도전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 아랍권의 민주화 혁명에서 여성들은 더 이상 독재자의 가부장적 권위에 침묵하지 않았다. 이집트나 튀니지 등에서 많은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혁명을 함께 이끌었다. 따라서 권위주의 정권의 교체를 위한 여성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아랍권 사회의 남성 중심 가부장적 인식체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중대한 기회로 여겨지고 있다.
정교분리가 이뤄지고 있는 튀니지와 이집트에서는 다른 이슬람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성들의 권리가 지켜지고 있다. 이러한 점이 이번 튀니지, 이집트 민주화 혁명에서 여성들의 활약을 설명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튀니지 여성의 현재 지위는 초대 대통령인 하비브 부르기바 정부의 유산이다. 부르기바 집권 당시 민법과 개인법의 제정을 통하여 일부다처제가 금지되고 피임권, 낙태권, 이혼권이 보장되었다. 그리고 여성이 정계와 사회에 진출을 확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현재 판사의 1/3이 여성이며 의회 진출(상원 15.3%, 하원 22.8%)도 한국보다 높다. 이 같은 여성의 권리가 정교분리주의와 동시에 진행되어서 여성들에게 정교분리주의는 여성 권리를 위한 디딤돌이라 할 수 있다.
▲ 사진출처: muslimvillage.com
(http://muslimvillage.com/2011/03/09/muslim-women-now-at-forefront-2/)
이집트 여성들은 다른 이슬람 국가들과 비교해 자유롭고 교육 수준이 높다. 지난해 이집트 의회에서는 64석의 하원의석을 여성에게 할당하는 법률이 통과되기도 했다. 반면 전통적으로 공공영역에서의 여성의 역할은 제한돼 있다. 때문에 이번 시위가 벌어진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 모인 시위 군중 중 여성의 비율이 절반에 육박한다는 사실은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청바지를 입은 젊은 여성부터 니캅을 쓴 나이 든 여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여성이 모여들었다. 올해 80세를 맞은 이집트의 원로 페미니스트이자 인권운동가인 나왈 엘 사다위는 미국의 독립 방송사 ‘데모크라시 나우’와 인터뷰에서 “이번 이집트 혁명은 진정한 21세기 시민혁명”이라며 “여성들과 소녀들이 남성들과 함께 거리로 나섰다. 카이로 거리에서 보았던 양성평등의 모습에 감동했으며 이러한 흐름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튀니지, 이집트 등 비교적 여성의 사회참여가 일부 허용된 공화정 국가에 터진 이 사상혁명의 봇물은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보다 보수적인 남성 중심의 왕정국가들까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5) 한계, 그리고 변화를 향한 움직임
물론 여성권 신장과 남녀평등의 문제는 비단 아랍사회에서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아직 여성이 사회적으로 남성과 동등한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한국은 2010년 유엔개발계획(UNDP)이 발표한 성불평등지수 20위(138개국 중)에 머물렀다. 부문별로는 경제활동참여율이 90위로 가장 열악하고, 다음이 정치참여로 82위, 모성건강은 38위, 교육은 31위 수준이다. 그 결과 작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한국의 성격차지수는 134개국 중 104위로 남녀 간 불평등이 현격한 국가군에 속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의 경우도 여성운동을 통해 여성의 사회적, 경제적 권리를 찾기 위한 투쟁을 해왔고, 남녀평등을 위한 목소리는 아직도 유효하고 중요하다. 모든 인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며 어떤 특정한 지위, 성, 계급, 나이, 장애 여부 등과는 상관없이 자신의 권리를 지키고 보장받아야 한다. 따라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차별과 고통을 겪어야 한다면 그러한 현실은 우리가 싸워서 없애야 할 투쟁의 대상이 된다.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에서와 같이 종교적 이유로 여성의 경제권, 사회참여권, 여행을 할 수 있는 자유 등, 여러 권리들을 노골적으로 억압해왔던 중동 및 아프리카의 이슬람 국가들에서도 여성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여성운동들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비록 아직 현실에서 남녀평등을 향한 길이 험난하긴 하지만, 변화에 대한 희망은 있다. 요르단의 경우, 여성의 선거권, 정부구성에의 참여 등이 보장되는 방향으로 개선이 되어왔고, 튀니지의 경우는 1956년 프랑스로부터 독립을 한 이후로 여성의 사회적 참여와 교육에 대한 평등권 등을 보장하며 사회적으로 큰 변화를 이뤄내 다른 이슬람 국가들의 귀감이 되었다.
6) 새로운 아랍 사회에서의 여성들의 권리보장을 외치다
이집트와 튀니지 등 아랍지역의 민주화 혁명 과정에서 여성들의 적극적인 시위참여와 활약은 가부장적 아랍사회에서 양성평등을 위한 인식의 전환의 시발점이 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집트 과도정부의 개각이 단행되고, 새로운 체제를 건설해가는 과정에서 여성들의 참여가 제한되고 있어 국제엠네스티(Amnesty)와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등의 국제인권단체들과 여성단체들은 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집트의 경우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사임한 이후 국정운영을 맡고 있는 군 최고위원회와 과도정부의 개혁 과정에서 여성들의 참여는 철저하게 배제되었다. 6일 에삼 샤라프 새 총리가 내무장관과 외무.법무 장관을 친개혁파로 개각을 단행했지만 새 개각 구성에 여성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집트 반정부 시위에 25만명에 이르는 여성들이 시위에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이집트를 세우는 데는 단 한 명의 여성도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항의하는 의미로 지난 8일에는 이집트 여성들의 ‘100만인 행진’이 예고되었다. 이는 이집트 혁명과정에 있어서 남녀모두가 민주화를 위해 독재타도를 외쳤음에도, 여성들의 경우는 또 다른 차원의 차별을 겪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집트 남녀평등 수준은 134개국 가운데 125위에 머물렀다. 교육기회가 제한돼 여성의 42%는 문맹이고, 2010년 기준 의회 454석 가운데 8석만 여성의 몫이다.
국제엠네스티는 이집트에서 새로운 체제와 제도를 건설하는 데 모든 분야에 여성의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며 군 최고위원회 지도자를 맡고 있는 국방장관 모하메드 후세인 탄타위에게 이집트의 미래를 만드는 데 있어 여성들을 배제시키지 말 것을 촉구했다. 새 이집트 정부에서 여성의 참여가 보장된다면, 그것은 이집트 여성들의 권리신장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튀니지, 모로코 등과 같은 다른 이슬람 국가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지금 이집트는 아주 중요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를 위한 전환일 뿐만 아니라 여권이 신장되고 양성평등의 길로 큰 발걸음을 뗄 수 있는 중요한 전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 정부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모든 분야에 있어 여성들도 참여할 수 있어야 하며, 새 헌법을 쓰는 데 있어서도 배제되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바로 국제사회가 이번 중동, 북아프리카의 민주화 혁명과정에서의 여성의 역할과 새로운 사회구성에서의 여성의 역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520866
http://www.womennews.co.kr/news/48471
http://www.womennews.co.kr/news/48470
http://amnesty.org/en/appeals-for-action/creating-new-egypt-must-include-women
http://www.hrw.org/en/news/2011/03/08/women-protesting-middle-east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1/03/08/0604000000AKR20110308176700009.HTML?template=2087
http://news.donga.com/Column/3/04/20110309/35416350/1
연합뉴스 http://www.yonhapnews.co.kr/international/2011/03/08/0604000000AKR20110308176700009.HTML?template=2087
여성신문 http://www.womennews.co.kr/news/484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