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실무수습 후기

 
평소 법조인이 되면 공익과 인권 향상에 이바지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었지만 이에 대한 정보와 지식이 부족했고 실질적으로 활동해 본 적이 거의 없었던 탓에 민변을 통해서 얻는 것이 많을 것이란 기대로 망설임없이 민변을 실무수습기관으로 지원하였습니다. 민변 실무수습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1월 18일 서초동 민변 사무처에 첫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 날 전국 로스쿨에서 모인 27명의 학생들이 모여 상호 인사를 하게 되었고 류제성 변호사님의 민변 소개와 민변 변론현황으로 본 한국의 인권 강의를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각자의 관심분야에 있어서 공익과 인권에 대한 확고한 생각이 있었고 이를 실무에서 접해보고자 민변을 지원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1월 18일부터 28일까지 일정으로 각 학생들은 각자의 법무법인이나 민변사무처에 배치를 받아 그곳으로 출근을 하고 민변사무처에서 위원회나 강연이 있을 때 모여서 강의를 듣는 형식으로 일정이 진행되었습니다. 저는 민변 사무처에 배치를 받아서 이곳 변호사님들과 간사님들 그리고 인턴분들과 사법연수원생분들과 함께 지내게 되었습니다.

저까지 세 명의 실무수습생에게 주어진 과제는 불온서적관련 헌법소원을 제기한 군법무관 파면처분에 대한 항소이유서 작성과 천안함 사건 관련 명예훼손과 전기통신기본법위반 사안에 대한 쟁점을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뉴스에서만 보던 사건들의 실제 소장과 소송기록, 증거자료 등을 받아보니 흥미로웠고 분량이 상당했으며 이런 식으로 실무가 돌아가는구나.. 하는 걸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시험을 위해 교과서만 보던 것에서 벗어나 실제 현장 자료들을 검토해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둘째날에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이루어진 용산참사 관련 도시재개발 사업 토론회에 참석하였는데 성토하는 지역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차례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가 2년이 지나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졌지만 실제 관련자들에게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의 일이며 아직 해결되지 못한 법적인 문제들을 검토하는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변호사님들을 만나 뵐 수 있었습니다. 오후에는 마포에 있는 성폭력상담센터를 방문해 그곳 시스템이 어떻게 운영되는지와 실제 사례 그리고 법률적 자문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평소 여성문제에 관심이 있었던 터라 매우 유익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추웠던 17일에는 홍대 청소노동자 법률지원단 기자회견이 홍대정문에서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청소노동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면서 현장에서 느껴지는 청소노동자분들의 절박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무처에서 이루어진 강연으로는 저작권법, 시민운동과 입법활동, 노동법의 쟁점, 소수자 인권, 한국의 사법개혁 성과와 과제, 다큐멘터리 감상, 장애여성 성폭력 등이 있었고 수시로 열린 회의와 위원회 등에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사회의 각 다양한 분야에 있어서 변호사로서 법률적 부분에서 공익과 소수자를 위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알 수 있었고 실제적으로 어떤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를 간략하게나마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두 번의 재판방청을 통해서 실제 법정을 체험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민변 사무처에서 이 주간의 실무수습은 기대이상으로 유익했고 많은 것을 얻고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습니다. 사무처에서의 자유롭고 다이나믹한 분위기가 편안했고 친절하신 변호사님과 간사님들의 현장 관련 말씀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다른 로스쿨 분들과 식사도 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이 곳 인턴분들 중 상당수 분들이 로스쿨 3기로 입학하시는 분들이 많아 공통의 주제가 많았습니다. 공익을 위해 일선에서 뛰시는 분들과 자신의 가치관과 소신을 펼치시는 분들을 만나 뵐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후에 법조인이 되어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그림을 그리는데 있어 많은 참고가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에 돌아가면 다른 학우분들게 민변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 곳 실무수습을 추천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