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 로스쿨 실무 수습 활동 후기

2011-01-14 110



<로스쿨 실무 수습 활동 후기>




로스쿨 실무수습 후기
성균관대학교 로스쿨 박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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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월 3일은 생애 첫 출근(?)날, 일요일 밤에 미리 끓여둔 된장찌개로 밥을 든든하게 먹고 따뜻한 차 한 잔 텀블러에 담아 러시아워를 살짝 피한 시각 지하철에 올라탔습니다. 로스쿨에 입학하기 전에 학부와 대학원을 다니면서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와 조교일들을 많이 했지만 딱히 출근이라고 생각되는 일을 한 적이 없었기에, 정식 근무도 아닌 2주간의 실무수습이 저에게는 가을 소풍처럼 기대되는 첫 출근이었습니다.
편한 복장으로 와도 된다는 류변호사님의 이메일을 철썩 같이 믿은 저는 아주 컬러풀한 니트와 청바지를 입고 첫 출근을 하였지만 다른 실무수습생들을 둘러보니 저만 너무 튀더군요. 그래도 첫 날부터 마냥 편하고 좋았습니다.

 저는 내심 바라던 바대로 민변 사무처로 배정을 받아서, 동아리 언니오빠 같이 친근한 상근 변호사님들과 상근 간사님들, 언제나 에너지 넘치는 인턴들, 그리고 사법연수생과 로스쿨 실무수습생까지 많은 식구가 한 사무실에서 생활을 했습니다. 저까지 세 명의 실무수습생에게 주어진 과제는 불온서적관련 헌법소원을 제기한 군법무관 파면처분에 대한 항소이유서와 촛불집회 때 불법 연행된 피고인들에 대한 의견서, 그리고 G20기간에 불법구금되었던 필리핀 활동가의 국가배상소송 소장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과제 설명을 들으며 기절할 뻔했습니다, ‘이렇게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는 과제가 있다니!’ 하고 말이죠. 일 년 동안 로스쿨에서 말 그대로 교과서 속에 머리를 박고 책도 신문도 최소한만 보면서 경주마처럼 질주를 해야 했는데, 오랜만에 느껴보는 흥분과 기대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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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주 수요일에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중국집에서 한결같이 짜장면, 짬뽕, 볶음밥을 드시며 모이시는 노동위원회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노동위 위원장이신 권영국 변호사님을 처음 뵈었을 때는 언론에서 비춰지던 ‘거리의 변호사’의 강한 모습이 아닌 아주 친근한 인상이셔서 놀라기도 했습니다. 노동위 뿐만 아니라 민변에서 만나 뵌 다른 회원 변호사님들도 모두 그 얼굴에서 ‘현대 서울을 살아가는 30, 40대의 직업인’의 표정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읽혀졌습니다. 이 분들께서 이렇게 다른 일들과 공익 변론을 병행하시거나 또는 전적으로 하시면서 나름의 어려움도 많이 있으시겠지만, 그래도 분명히 남들과 다른 가치와 보람을 품고 사시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제가 경험한 민변은, 남들의 ‘생활’과 같아지려는 욕심을 버리고 ‘삶’은 부자가 되신 선배님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곳이었습니다.

 많은 강의와 재판 방청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생애 첫 재판 방청을 가서(여기서 생애 처음을 많이 했습니다^^) 상대편을 초라하게 만들어버린 신인수 변호사님의 우월한 변론을 보았다는 것이고, 또 다른 경험은 긴급조치 무죄판결과 재심 소송에 관한 설명회에 참석했던 일이었습니다. 유신에 맞섰던 용기 있는 청년들은 원통하고 억울한 35년을 견뎌내고 할아버지가 되어서 그 곳에 계셨습니다. 불멸의 왕이 되고 싶었던 장군이 아직도 대한민국의 역사를 안개처럼 뒤덮고 있는 오늘날, 우리는 왜 이렇게 과거를 빨리 잊어버리는 것인지 속상했습니다. 좋은 소식으로 희망을 갖고 모인 자리였지만 35년이라는 세월이 저는 너무 버겁게 느껴져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내내 멍하니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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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에게 민변에서의 2주가 어떤 의미인지 오롯이 표현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 곳의 공기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과 아주 오랜만에 숨통이 트인다는 사실입니다. 함께 했던 로스쿨 실무수습생들도 비슷한 마음일 거라 생각됩니다. 불확실한 진로와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칠 때도 있겠지만 이렇게 간지(이건 정말 정확하게 대체가 되는 표준어가 없어요^^;)나게 살고 계신 선배 법조인들을 보며 열심히 동기부여를 해봅시다. 이 ‘행복한 어른’들의 모임에 언젠가 저도 당당하게 함께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또 다시 손꼽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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