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전용] 김선수 회장의 송년사

2010-12-28 86

2010년 민변 송년회 송년사

글/김선수 민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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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尊敬)하고 친애(親愛)하는 회원 동지(同志) 여러분,
저는 이렇게 부르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올 한 해 참으로 힘든 일이 많았습니다. 6·2 지방선거 결과로 희망을 가졌지만, 애석하게도 상황은 반대방향으로 전개되었습니다. 수억 년 동안 우리 민족의 삶의 터전이 되었던 4대강은 내장이 파헤쳐지고 척추가 손상되고 있습니다. 4대강의 신음이 우리의 몸을 타고 전해져 옵니다. 그 고통을 너무 처절하게 느낀 문수스님은 몸을 버렸습니다. 남북관계는 파탄지경에 이르러 전쟁 위협이 목전에서 전개되고 있습니다. 기본적 인권의 보장과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예산안과 4대강 법률안의 날치기로 의회민주주의도 들러리로 전락했습니다. 정권 교체 3년 만에 나라꼴이 말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민변이 요구되는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 반성해 봅니다. 부족한 점, 반성할 점이 많았을 것입니다. 민변이 제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부분은 저의 역량 부족과 게으름에 전적인 책임이 있으니 저를 질책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 와중에서도 민변이 잘 한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국회에 입법 관련 의견을 제시하고, 온갖 곳에서 자행되는 인권침해에 대해 현장에서 대처하고자 노력했고, 수많은 소송사건에서 최선을 다했으며, 각 영역별로 위원회 차원에서 후퇴를 막고 조금이라도 진전시키고자 노력했고, 회원들의 참여를 제고하기 위해 여러 행사들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진행했습니다. 중소기업 관련 입법 활동으로 감사패도 받았습니다.


올해 민변이 잘한 부분은 정연순 사무총장과 네 사람의 부회장을 비롯한 집행위원들 그리고 사무처 간사들의 성실한 활동 덕분입니다. 이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의미에서 힘찬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또한 회원 여러분의 적극적인 활동과 지원이 있었기에 올 한 해 민변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었습니다. 회원 여러분께서는 스스로의 활동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스스로를 위해 다시 한 번 힘찬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존경하고 친애하는 회원 동지 여러분,


자연은 시간이나 절기의 구분 없이 스스로 흘러갈 따름입니다. 그럼에도 인간이 시기를 구분하고 기억하며 모임을 갖는 것은 그 기간의 삶을 반성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짐하기 위함입니다. 우리도 올 한 해를 반성하고 새해의 각오를 다지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는 지금, 선거를 잘못하면 국민에게 어떤 불행이 닥치는지 처절하게 깨닫고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고, 후안무치하며, 무능하기조차 한 이 정부는 그 누구보다도 훌륭한 선생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강은 왜 보전되어야 하는지, 평화는 왜 우리 민족의 생존조건인지, 복지는 왜 보편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선거는 왜 잘 해야 하는지 너무도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내년은 토끼의 해입니다. 동양에서는 보름달에 토끼가 살고 있는 것으로 통합니다. 이것은 인도의 부처 전생 설화에 기원합니다. 불법의 수호신인 제석천(帝釋天)이 굶주린 노인으로 변장하여 음식을 베풀어달라고 요청하자, 원숭이는 과일을 따서 바쳤고 여우는 생선을 바쳤지만, 토끼는 아무 것도 바칠 수 없어서 불을 피우게 한 후 스스로 뛰어들어 자신의 몸을 바쳐 소신공양(燒身供養)했습니다. 이를 어여삐 여긴 제석천이 토끼를 되살려 달에서 불사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불교의 전수과정을 통해 중국을 거쳐 우리나라에도 전해져 왔습니다.


토끼해에 달 속의 토끼를 보면서, ‘내 한 몸 수고롭게 해서 우리 강산이 온전함을 유지하고 이 땅 민초의 삶이 나아진다면’이라는 자세를 가다듬어 봅니다. 박노해 시인의 소망대로 “새해에는 사람이 중심”이어야 하겠습니다. 자연을 정복한다는 의미의 ‘사람 중심’이 아니라 모든 정책과 생산과 분배가 사회 구성원 모두, 특히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의미의 ‘사람 중심’이 되어야겠습니다.


너무 분위기를 비장하게 만들어서 죄송합니다. 지난 한 해의 부족함과 미련과 아쉬움은 털어내고 새해의 희망을 만끽합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이 자리 편하게 즐기시고 정겨운 대화로 서로에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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