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활동] 소수자위원회 ‘차별금지법 워크샵’ 후기

2010-11-30 121

차별금지법 워크샵 후기



글/소수자위원회 인턴 김전옥




11월 17일 수요일 오후 일곱 시를 조금 넘겨서 차별금지법안에 대한 워크샵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날 워크샵에는 민변 소속 변호사님들 외에 이숙진 전 비서관님, 이준일 교수님, 신기루 활동가님이 참석해 주셨으며, 소수자인권위원회 좌세준 변호사님, 장서연 변호사님, 그리고 신기루 활동가님의 발제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차별금지법안을 둘러싼 관심과 열기를 반영하듯, 다양한 쟁점들을 망라하는 열띤 토론이 밤 열시가 넘는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습니다.


워크샵에서 중점적으로 다루어진 쟁점들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차별 사유가 어떤 형태로 조문화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2007년 당시, 차별 사유 중 성소수자 부분이 교계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삭제된 사례가 있습니다. 이처럼 법안에 차별 사유가 어떤 형태로 반영되는지, 또 구체적으로 어떤 사유가 포함되는지가 주목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볼 때, 현재의 인권위안은 가장 많은 사유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차별 유형이 분산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에 대하여 유사한 유형끼리 묶되 기존의 인권위안의 사유들을 포함하는 방식으로 하자는 의견이 제시되었습니다. 또한, 차별행위에 대한 가해, 피해의 예측가능성을 높임으로써 법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사유를 가능한 명료하게 적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었던 한편, 각각의 사유마다 구제조치를 명시하지 않더라도 차별에 대한 사회 전반의 감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가능한 많은 사유가 포함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 역시 제시되었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구제 수단, 제재 수단 등에서 형벌권까지 관련되어 있는 경우가 포함되므로 차별 사유는 세세하게 규정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또 다른 쟁점으로는 차별행위의 구제절차와 그 권한에 대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각각의 구제 조치에 형벌권이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하여, 구제조치는 완화된 형태로 가져가면서 전체 사회 분위기를 변화시키는 데 주력하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동의하는 의미에서, 권고, 시정명령에 따르는 책임으로 인하여 차별행위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데 있어 신중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차별이라는 기준을 보다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 역시 제기되었습니다. 제재가 없으면 선언이 무슨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하여 반문하는 의견 이 제시되기도 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차별 행위와 관련된 법적 분쟁은 민사적 성격을 지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형벌이나 형벌에 가까운 징벌적 손해배상, 시정명령이 개입되는 것은 사적 자치의 원칙에 반할 수 있으나, 진정, 소송에 대한 보복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시정기구와 권한에 대하여, 현재 차별 행위에 대한 시정 기구는 인권위원회와 각 소관 부처로 이원화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차별금지법안은 법안이 통과되면 시정명령권이 법무부 소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이에 대하여 인권위원회는 시정명령권 등의 강제 권한을 가지는 준사법적 기구와는 다른 소통에 주력하는 기구가 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즉 현재의 이원화된 체제를 유지하되 인권위원회 조사관들의 비공식적 조사 과정을 공식화, 활성화하고, 조정국을 따로 두는 등 조정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의견이 오가는 워크샵을 참관하면서, ‘차별 금지’라는 관념적인 당위가 현실과 부딪혔을 때 어떤 모습이 되는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차별 사유, 차별행위가 인정되는 영역, 구제 조치, 시정 명령권 등에 대한 논의는 차별에 대한 다양한 담론들을 모두 반영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필연적으로 제한, 축소로 이어지게 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인식과 사회의 허용 범위를 짚어보는 과정에서 차별의 의미를 더욱 명료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차별 행위를 보다 효과적으로 시정하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로 법안이 통과되어 관련 판례가 축적되는 것이 시급하다는 의견에서 그 시의성과 필요성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차별금지법의 조속한 통과를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