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제13회 민변노동위원회-오사카노동자변호단 교류회 참가 후기

2010-11-15 159

제13회 민변노동위원회-오사카노동자변호단 교류회 참가 후기





교류회에 참가하기까지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시민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새나 변호사입니다.



저는 올해 5월에 민변 노동위원회에 가입한 후 신입회원 간담회 자리에서 김진국 변호사님으로부터 민변 노동위원회가 오사카 노동자변호사단과 매년 교류회를 개최하고 있고, 올해에는 우리가 오사카를 방문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기회가 된다면 참석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오사카 방문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점에는 여름휴가를 이미 도쿄로 다녀온 후였기 때문에 잠깐 고민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의 변호사님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것도 아니고, 교류회에 몇 차례 참석한 적 있는 선배 변호사님들의 적극적인 권유도 있어서 오사카행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오사카에 가기로 결정한 후에는 11월에 있을 교류회에서 일본 변호사님들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저의 모습을 상상하며 야심차게 일본어 회화책도 구입했으나 늘 그렇듯이 시간은 쏜살같이 흐르고, 여행 전날 “와따시와 니혼고가 하나세마센(저는 일본어를 못합니다)”이라는 말을 외우면서 잠이 들어야 했습니다.



오사카에서의 첫째 날



인천공항에서 출발이 조금 늦어져 간사이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 수속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을 때는 오후 1시가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호텔 체크인 시간이 오후 3시라고 하여 단체로 버스를 타고 곧바로 오사카성으로 이동하였는데,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김진국 변호사님이 일일가이드가 되어 오사카에 관한 안내를 해주셨고(김진국 변호사님은 현지인이 아니면 알기 힘든 일본의 교통체계까지 잘 알고 계셔서 모두를 놀라게 했습니다), 교류회 참석자들이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 교류회에는 가족을 포함해서 총 19명이 참석하였는데, 특히 여자 변호사님들의 참석이 두드러졌습니다(저희 회사에서도 3명의 여자 변호사들이 모두 참석하였습니다). 그동안 홍일점의 자리를 지켜오던 김진 변호사님은 희소성이 떨어진 점을 다소 아쉬워하기도 하셨지만 물가가 비싼 일본에서 점심값을 쏘는 멋진 모습으로 후배 여자 변호사들에 대한 애정을 뽐내기도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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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카성에 도착하여 일본에서는 굉장한 영웅으로 대접받는다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오사카성을 빠른 속도로 관람한 후 숙소인 신한큐호텔로 돌아와 짐을 풀고 교류회 장소인 호텔 NCB로 향했습니다.



교류회에서 비록 일본어를 거의 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든 대화가 되겠지 하는 제 생각은 옆 자리에 중후한 일본 변호사님이 자리를 잡으면서 단숨에 무너졌고 순간 간단한 일본어 인사말조차 떠오르지 않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다행히 그 변호사님께서 인자하게 웃으시며 먼저 말을 걸어 주셨고,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분이셔서 저는 “I can’t speak japanese.”라는 말로 양해를 구하고 영어로 띄엄띄엄 대화를 이어나갔습니다. 물론 우리 테이블에도 통역을 담당하는 재일동포 변호사님이 한 분 계셨으나 저와 자리가 조금 떨어져 있어서 말을 할 때마다 통역을 거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옆자리의 변호사님은 30년 경력의 자이마 히데카즈 변호사님이었는데, 한국의 노동법에 관심이 많고 한국에도 여러 차례 방문한 적이 있으셔서 친근하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분은 좋아하는 한국음식도 순두부찌개, 찜닭, 삼겹살 등 매우 다양해서 외국인이 좋아하는 한국 음식으로 으레 비빔밥, 불고기만 생각하고 있던 저에게는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그 분은 심지어 번데기까지 알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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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회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일본 변호사님들이 세미나 주제인 파견근로에 관하여 시나리오를 만들어 한국말로 연기를 한 것이었는데, 악덕 사업주에 관한 연기를 감정까지 실어서 하는 모습을 보여 모두에게 큰 웃음을 주었습니다.



그렇게 1차를 마친 후 2차로 숙소 근처 술집으로 자리를 옮겨 병맥주와 생맥주, 사케, 와인 등 4가지 종류의 술을 한꺼번에 즐기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모두들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 앉은 테이블에는 명랑만화 캐릭터를 연상시키는 나카가와 다쿠라는 젊은 변호사님이 함께했는데, 일본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도 바디랭귀지와 영어 단어 몇 마디만으로 강기탁 변호사님과 끈끈하게 대화를 이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고 재미있는 일이었습니다.



세미나



오사카 방문 둘째 날 오사카시립대학 세미나실에서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세미나에서는 먼저 일본 측에서 오오야마 히로미쓰 변호사님이 노동자파견법 개정문제에 관하여 발제를 하고, 우리 측에서 정병욱, 고윤덕 변호사님이 토론자로 참가하였습니다. 일본에서는 1986년부터 노동자파견법이 시행되었는데, 이번에 규제강화 방향으로 노동자파견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고, 다만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는 민주당이 선거에서 참패한 결과 개정안이 통과될지는 아직 불명확한 상황이라고 하였습니다. 주된 내용으로 일본 노동자파견법의 역사와 개정과정, 한국의 노동자파견법과의 비교, 개정안의 문제점 등에 대하여 살펴보았는데, 결국 현재 일본의 상황에 비추어 볼 때 파견근로자에 대한 균등처우를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정안이 실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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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우리 측에서 강기탁 변호사님이 한국의 복수노조제도에 관하여 발제를 하고, 자이마 히데카즈, 나카가와 다쿠 변호사님이 토론자로 참가하여 열띤 분위기 속에서 토론이 진행되었습니다. 노동위원회 위원장이신 권영국 변호사님을 비롯하여 여행기간 동안 일본어 교재를 손에 들고 다니시던 정병욱 변호사님 등의 적극적인 질의가 계속 이어졌으나 안타깝게도 세미나실 대관시간이 4시까지라서 서둘러 마무리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약 6시간 동안 진행된 세미나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한국과 일본의 노동법이 서로의 취약한 점에 물들기보다는 힘을 키워서 서로의 좋은 점을 배워나가 노동법 발전에 기여하자는 와키타 시게루 교수님의 맺음말로 끝이 났습니다.



자유여행의 시간



세미나를 끝으로 교류회의 공식일정은 모두 끝이 나고 자유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세미나가 끝난 이후의 저녁일정은 크게 쯔루하시 팀과 난바 팀으로 나뉘었는데 저는 난바 팀을 선택한 일행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신사이바시역으로 갔습니다. 난바는 오사카 관광의 중심이 되는 번화가로 각종 쇼핑가와 식당이 즐비해 있는 곳이었습니다. 한국 관광객들도 꽤 많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한국의 명동거리와 비슷한 느낌이어서 카페에 앉아 있으니 여기가 일본인지 한국인지 알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다음날 2박 3일 일정으로 돌아가는 팀은 나라를, 3박 4일 일정을 택한 팀은 대부분 교토를 방문하기로 하였습니다. 3박 4일 일정이었던 저는 조영선, 김행선, 김선영 변호사님, 전명훈 간사님과 함께 교토로 출발하였습니다. 교토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문화재들이 많아 하루에 모두 둘러보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계획을 잘 짜서 움직여야 했는데 다행히 이전에 교토를 두 번 방문한 적이 있는 조영선 변호사님의 도움으로 대충의 계획을 세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금각사, 니조성, 은각사, 철학의 길, 청수사 등을 둘러보기로 결정하고 교토에서 버스 1일 패스를 구입하여 버스와 택시 등을 이용하여 분주하게 이동하였습니다. 교토는 11월의 날씨라고는 믿기 힘들만큼 매우 포근한 날씨였고 가는 곳마다 관광객들로 북적였습니다. 교토에는 단풍이 들 무렵에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 많았으나, 아쉽게도 시간관계상 한 곳에 오래 머무르며 천천히 감상을 느낄 여유가 없었고, 중간에 우리 일행들이 뿔뿔이 흩어지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청수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져서 어두워진 상태였고(일본은 우리나라에 비해 해가 빨리 졌습니다), 중간에 헤어진 일행들과 청수사에서 만나기로 했기 때문에 제일 늦게 도착한 저와 김선영 변호사님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일행들 생각에 청수사 내에서 거의 뛰어다니다시피 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청수사의 유명한 물도 마시지 못하고 청수사를 나와야 했습니다(조영선 변호사님 말씀으로는 귀신을 쫓는 물이라 청수사에 들어갔다 나오면 그 물을 꼭 마셔야 한다고 했는데, 물을 못 마셔서 그런지 일본에 다녀온 이후로 잠귀신이 붙어온 것 같은 느낌입니다). 청수사에서 다시 만난 우리 일행은 저녁을 먹기 위해 게이샤의 거리라는 기온까지 다시 걸었고, 기온에서 진한 화장을 한 게이샤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날 점심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강행군을 해서 녹초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마지막 날에는 나라를 가기로 한 계획을 취소하고 호텔 주변의 오사카 시내를 구경하는 것으로 여행일정을 마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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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를 마치며



교류회 후기를 쓰고 있는 지금 오사카에 다녀온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시간이 꽤 지나버린 느낌입니다. 오랫동안 교류회 준비를 해온 여러 변호사님들과 전명훈 간사님의 노력으로 교류회 일정이 무사히 끝났지만, 개인적으로는 세미나 주제에 관하여 제대로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세미나에 참석했던 것과, 언어의 장벽에 부딪쳐서 일본의 변호사님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번의 경험을 토대로 내년에 한국에서 개최될 교류회에서는 아쉬움을 남기지 않도록 차근차근 준비를 해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글/이새나 변호사(법무법인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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