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 간담회, 연수원생의 후기
안녕하세요? 저는 사법연수생 류민희라고 합니다. 지난 10월 28일 사법연수원에서는 “2010 사법연수생과 민변과의 만남” 행사가 있었습니다. 인권법학회, 노동법학회, 법여성학회, 이슬람법학회, 러시아법학회, 다섯 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민변이 후원하였는데, 저는 인권법학회의 일원으로 이번 행사를 준비하였습니다. 이 글과 사진으로 준비 과정과 당일 행사의 분위기를 여러분과 공유할까 합니다.
예비법조인인 사법연수생에게 민변은 어떤 존재였을까요? 10월 말이라는 시기가 연수원 일정 상 바쁜 때이기 때문에 충분한 홍보나 공지 없이는 연수생들이 좋은 기회를 놓칠 것 같아 저는 여기저기 이 행사 이야기를 하고 다녔습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반응이 나왔지요. 어떤 이에게는 심장을 뛰게 하는 선망의 대상이었고, 어떤 이에게는 “헐, 무서워… 저 곳과 엮이면 돈은 제대로 벌 수 있을까?” 같은 회피(?)의 대상이었습니다. 새 회원을 유치하실 때는 “민변은 여러분을 해치지 않아요.” 같은 친절한 슬로건이 필요할 것도 같네요.
10월 28일 5시30분, 평가 일정을 모두 끝낸 2년차 연수생들, 그 날의 수업 일정을 마치고 온 1년차 연수생들이 사법연수원 제23강의실에 모였습니다. 저녁식사 시간과 정확히 겹치는 악조건 속에서도 예상을 넘는 많은 분들이 참석하여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지요. 특히 민주변론 과월호 자료를 상당히 탐내어 하셨습니다.
“2010 사법연수생과 민변과의 만남”은 노동법학회 김해영 회장님의 사회로 시작하였습니다. 먼저 식전 행사로 민변 20주년을 기념하는 홍보 영상을 관람하였습니다. 한국의 최근 20년 현대사를 그대로 보는 것 같은 역동적인 영상들의 모음이었지요. 민변의 인권 수호의 역사를 전달하는 방식이 마냥 가벼울 수는 없겠지만, 민변 25주년때는 그래도 조금은 젊은 감각으로 동영상을 만들어 보시라는 저의 치기 어린 의견을 뒤풀이 시간에 전달하였습니다.
제1부에서는 송상교 변론팀장께서 2010년 화두가 되었던 법 조항과 민변의 변론 활동에 대한 강의를 하셨습니다. 시간을 훨씬 초과하는 열강 덕분에 민변이 하는 일이 저렇게나 많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명색이 사법연수생이지만 모든 구체적 법조항에 대해서 아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송 팀장님께서 제시하는 문제점을 흥미롭게 들었습니다.
제2부에서는 민변이 자랑하는 다양한 분야의 회원 여러분들이 속속 도착하여 그 위용을 과시하였습니다. 황희석 민변 총무재정팀장, 박주민 변호사, 여연심 현 동부지법 국선전담변호사, 조수진 이정희 의원실 보좌관, 배영근 녹색법률센터 상근변호사께서 함께 하셨습니다.
이날 행사는 민변 입장에서는 잠재적 회원에 대한 홍보이겠지만, 저희 연수생 입장에서는 공익인권분야에 대한 직업 박람회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궁금한 점도 많았기 때문에 2부 행사에 대한 집중도도 높았습니다. 사전 질문서의 질문 중 때로는 답변자를 긴장하게 할 수도 있는 질문도 많았지만 능숙하고 여유로운 답변을 들을 수 있었고, 현장에서의 질문도 유머러스한 질문도 있어서 분위기는 시종 재미있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적어도 제 기억에는 그렇습니다.
저녁식사를 겸하여 가졌던 1차 뒤풀이 자리에서는 조금 더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연수생들 위주로 자기 소개 순서를 진행하려고 하자 쑥스러운 표정도 지으셨지만, 놀랍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재미있게들 풀어가셨습니다. 어서 빨리 민변 회원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외치신 분도 계셨지요. 덕분에 연수생 및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을 위한 특별회원이라는 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회비가 정회원에 비하여 할인된다는 당근도 제시되었습니다.
2차 뒤풀이를 끝으로 “2010년 사법연수생과 민변의 만남” 행사는 공식적, 비공식적으로 모두 막을 내렸습니다. 민변 회원들은 서울로, 연수생들은 독서실로, 기숙사로 돌아갔습니다. 오늘의 자극을 오래 기억하기를 바라면서 말이지요.
아마 이 행사에 참여했던 연수생들은 그 숫자만큼의 개인적인 고민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수료 후 나는 어떻게 살아야할까?’ 누가 대신해줄 수 없는 고민이지요. 내게 어떠한 신념이 있다 하여도, 어떤 실천방식을 택하고, 또 그 방식이 지속 가능할런지는 다른 문제이니까요.
저 개인도 말하자면 “저기가 쓸만한 곳인지” 간 보러(!) 참석했던 마음이 있습니다. 저는 어떤 인상을 받고 돌아갔냐구요? 이날 민변과의 만남에서 만났던 여러분들, 직업을 통해서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고 공익에 헌신하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이 밝고 좋아보였습니다. 많은 의문에 대한 대답을 들은 것 같습니다.
겁 많은 사람에게는 길을 먼저 닦아놓은 선행자의 존재가 든든한 격려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참석한 모든 분들에게 격려와 자극이 되는 자리였기를 빌면서 이 글을 마칩니다.
글/ 사법연수원 류민희 연수생
사진/ 사법연수원 이미연 연수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