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Lee Oskar의 Before the Rain이라는 하모니카 연주를 들어보셨는지요.
민변 신입회원 나들이를 위하여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가는 하늘은 노래 제목처럼 구름으로 가득했지만 만남의 장소가 동물원이어서 그럴까요? 민변가족들을 만나기 위하여 들뜬 마음만은 그 노래 멜로디처럼 상쾌했습니다.
새내기 변호사가 되어 무엇인가 뜻있는 일을 해보고자 가입한 민변.
막상 일을 시작하자 눈코 뜰새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생활 때문에 위원회 활동조차 제대로 못한 저로서는 사실 ‘모르는 사람만 있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매표소에 도착하니 전명훈, 이동화 간사님과 서선영 변호사를 비롯한 다른 회원님분들의 반가운 대면에 그런 걱정들은 이내 사그라져들고 이미 수년전부터 만났던 사람들처럼 우리는 금방 친해져갔습니다.
먼저 8명 정도가 모여 매표소 앞 식당에서 전명훈 간사님이 준비해주신 김밥을 나눠먹고 있는데 조희경 변호사님이 귀여운 조카 그리고 남편분인 스태픈씨를 데리고 오시더군요. 덕택에 우리는 이제 민변도 ‘한국의 민변’을 넘어 ‘세계 속의 민변’으로 거듭나고 있구나 하는 점을 새삼 느끼며 동물원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2. 낯선사람들 ‘동물원’
오늘 놀러간 동물원 안엔 수많은 동물과 사람들이.
동물이 사람인지, 사람이 동물인지 누가 누굴 구경하는지 몰라 ♫
‘낯선사람들’이란 가수의 ‘동물원’이라는 노래입니다.
호랑이와 표범, 사자 등 야수를 볼 때마다 좋아서 환호를 질렀던 윤혜령 변호사님과 동심으로 돌아가 반드시 봐야 할 동물들의 이름들을 하나하나 부르던 이동화 간사님,
시종일관 팔짱을 끼고 별로 대수로울 게 없다는 표정으로 동물들을 바라보던 서선영 변호사님과 어제 먹은 술 때문에 힘들어 하면서도 동물원 안 아메리카 흑곰 마냥 항상 미소 짓던 전명훈 간사님,
신나하는 조카를 데리고 다니며 부군과 데이트를 즐겼던 조희경 변호사님 내외분과
자칫 대화가 안 통해 재미없어 할 수 있던 스테픈씨에게 몸소 다가가 유창한 영어로 함께 대화를 나누던 김영진 회원님,
풀을 매겨 깎아지른 듯 정중하게 인사하며 진지한 웃음을 나누던 김민수 변호사님과 바쁜 시간을 쪼개 준비했는데 모두들 즐겁게 구경하는 것을 보고 뿌듯해 하던 백주선 변호사님.
그리고 여기저기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이제 갓 태어난 아들과 함께 몇 년 후 놀러 올 생각에 행복에 젖어하던 저.
아마. 동물들이 우리를 구경하고 있었더라면 이런 모습들을 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한참을 구경하다가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마침 늦게 온 임성택 변호사님도 기다릴 겸 동물원 원두막에서 잠시 쉬게 되었는데 우리는 원두막 밖으로 비가 떨어지는 그 아늑한 자리에서 이동화 간사님이 센스있게 준비한 윷놀이로 그 나마 남아있던 서먹함을 한 방에 날릴 수 있었습니다.
역전의 역전으로 경기가 끝난 후 자신도 몰랐던 냉철한 승부사로서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차분하게 내뱉는 서선영 변호사의 한마디.
“아. 나도 잘하는 게 한 가지가 더 있었군.”
빗줄기는 더욱 굵어지고 우리는 원두막을 벗어나 내기의 결과물인 따뜻한 커피 한모금을 마신 후 동물원을 나와 임성택 변호사님이, 동물원 옆 미술관에서는 백은성 변호사님까지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3. Mario Lanza의 Drink, Drink, Drink!
사당역에서 하주희 변호사님을 만난 우리는 자리를 잡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날의 피로를 삼겹살로 풀고 있던 차에 배영근, 채희준, 이준범 변호사님이 함께 오셔서 신입회원 모임을 풍성하게 해주셨고 이어 정연순 사무총장님이 오셔서 술자리 전체를 웃음으로 가득하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제 옆에는 전명훈 간사님이, 앞에는 이동화 간사님이 앉았는데 술이 거나하게 취할 무렵 저와 전명훈 간사와는 동갑이고, 살던 동네도 같았던 터라 서로 말을 트고 친구로 지내기로 했습니다. 앞에 있던 이동화 간사님도 물론이고요.
술자리는 Mario Lanza의 노래처럼 무르익어 갔습니다. 마치 학창시절로 돌아가 선후배, 동기들과 만나 끝나지 않는 토론을 벌이며 웃음과 정을 나누던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이전에 서로 안면조차 없던 사람들이 어떻게 그토록 하나가 되어 정답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지… 술의 힘일까요? 아니면 함께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 할 공간이 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 때문이었을까요.
비록 새내기 변호사여서 또는 신입회원이어서 저처럼 아직 민변의 가장자리에 머물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언젠가는 우리 신입회원 모두 선배변호사님들이 걸어왔던 그 길을 함께 걸어가겠노라 다짐하며 새내기, 신입회원의 어설픈 후기를 마칠까 합니다.
p.s. 이동화 간사! 원고 늦어서 미안. 술 한잔 쏠게 하하하
-박정만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