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의 활동] 천안함 토론회 후기

2010-09-29 151



엉킨 채로 숨겨버린 실타래를 풀기 위해….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한동안 잠잠해졌다고, 잊었다고 생각할 만큼 천안함 사건에 대한 이야기들은 책상 서랍 깊은 곳에 넣어두었던 것처럼 모두가 일상으로 돌아간 이후에 조용했습니다. 사람들은 우울한 뉴스에 피로해했고 주요 언론은 입을 다물었으며 정부에서는 귀를 닫고 눈을 감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렇게 엉킨 실타래를 그대로 깊이 넣어두고 외면한 채 지내던 살엄음판 같았던 고요를 깨고 얼마 전 9월 13일 국방부에서는 천안함 최종보고서를 공개했습니다. 전화번호부 두께의 최종보고서의 내용은 모두 여전했습니다. 게다가 그 보고서는 듣는 사람들을 더욱 미궁으로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말 그대로 긴급히 준비된 천안함 긴급토론회가 최문순 의원 주도하에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습니다. 그 곳에 저와 장연희 간사님, 그리고 송상교 변호사님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토론회장에 도착하자 뜨거운 취재열기에 놀랐습니다. 커다란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기자들 틈에서 저도 괜히 덩달아 여러 장의 셔터를 눌렀던 것 같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는 인터넷으로 생중계를 했고 MBC에서도 도착해서 녹화를 시작했습니다. 토론패널로서 이태호 참여연대협동사무처장, 노종면 언론3단체 천안함 검증위원,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대표, 김근식 경남대 교수 등이 참석하였고 민변에서는 권경애 변호사께서 참여하였습니다.
  다소 격양되었던 현장의 분위기가 생생합니다. 국가적 차원에서 어떤 사안이든 그 반대의견은 있기 마련인데 우리는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는 왜 분노하게 되는 것일까요? 천안함 사건을 다루는 정부의 태도에서 우리는 삶의 한 단면을 떠올리게 됩니다. 현 정부가 직면한 문제는 ‘신뢰의 부재’라는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쌓기 어려운 것이 신뢰이고 수많은 사건과 대화 그리고 시간을 견뎌낸 신뢰도 너무나 쉽게 무너져버리고 맙니다. 그 순간순간에 우리는 배신과 의심이라는 생의 우울한 단면과 마주해야 합니다. 최종적인 공식보고서를 내어놓은 지금에서도 당신의 말을 믿을 수 없다며 정보공개청구를 준비하는 우리의 마음은 안타깝고 불편하기 그지없습니다. 용산 참사 때도 그러하였듯이 꼭꼭 숨겨서 품에 안고 뒤돌아 있는 그네들의 속사정은 대체 무엇일까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노종면 위원께서 정부 측 시뮬레이션이 얼마나 터무니없고 믿을 수 없는지 열정적으로 설명하시던 모습이 생각납니다. 종이컵으로 프로펠러 모형까지 만들어가면서 이야기하던 강한 눈빛과 목소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토론회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대표의 발언입니다. 특히 산화자 처리방침에 대해서 비판하는 부분을 잊기 어렵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께서는 혹시 산화자(散華者)라는 개념에 대해서 의심해보신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본래 산화자라는 개념은 어떤 대상이나 목적을 위하여 목숨 바친 사람을 의미합니다만 천안함 사건에서는 시신을 찾을 수 없는 희생 장병들을 산화자라는 범주로 묶어 처리하였습니다. 이종인 대표의 발언에 의하면 선박이 침몰된 이후에 6-7개월이 지나면 다시 시체가 떠오른다고 합니다. 정부에서 사건 이후 실종자 수색을 계속하지 않고 중단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며 산화자라는 개념 자체를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국 전쟁 때 전사한 미군을 아직도 전 세계에서 유골을 수색하고 신원파악에 힘쓰고 있는 미국의 사례를 볼 때 우리는 우리의 친구, 선배, 동료, 후배, 애인, 남편, 아들, 아버지를 너무 쉽게, 성급하게 놓아준 것은 아닐까 반성하게 됩니다. 46명의 젊은이가 죽었습니다. 실종자 수색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견해에 동의합니다. 실종자 수색에 언제까지 막대한 비용을 들일 수 없다고 이야기하며 수색을 계속하자는 주장을 유가족들의 비이성적 생각으로 치부하거나 한 때의 격정적인 동정이나 정의감과 같은 감정적 문제로 평가절하 하는 견해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최소한의 예의와 사람사이의 도리를 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던지게 합니다.


  벌써라는 말은 참 조심스럽지만 천안함이 침몰한 지 꼬박 6개월이 지났고 그 사이에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뀌었습니다. ‘천안함 긴급 토론회’를 다녀와서 천안함 사건은 ‘최종보고서’에도 불구하고 최종적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과 사회 각계에서 앞으로도 계속 천안함 사건의 진실규명을 위해서 노력하리라는 확신을 얻게 되었습니다. 지금이 아니라면 그 언제라도 우리는 알게 됩니다. 온전한 비밀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보채지 않아도 반드시 엉킨 실타래를 풀게 될 때가 올 것이라고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글,사진/미군위,통일위 5기 인턴 문성미


첨부파일

3.jpg.jpg

1.jpg.jpg